아가씨들도 즐기는 ‘깔끔한’맛이 별미

“점심 뭐 먹었노?” “순대국밥이요”

대답이 끝나는 순간 일그러지는 표정. 입맛 까다롭기로 알려진 직장상사 ㄱ씨는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육식의 종말’을 외치는 파다.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도 아니면서, 유독 돼지고기를 싫어한다. 그나마 삼겹살은 먹는데(순전히 소주 안주로), 돼지국밥은 아예 입댈 생각도 않는다. 돼지 특유의 누린내가 비위에 안맞다나.

   
 
 

깔끔한 입맛의 소유자들에게 과감히 ‘밀양순대국밥’을 권한다. 아바이순대.오소리순대.오징어순대 등 이름난 순대전문점이 아니다.

마산자유무역지역 후문 맞은편 골목을 쭉 따라 올라가면 눈에 띌까말까한 조그만 식당. 얼마 전 새로 바꾼 듯한 간판이 돋보이는 그곳이 ‘밀양순대국밥’집이다. 이 이름으로 간판을 내걸고 그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벌써 10년째다. 전 주인이 2년간 운영하다가 이금성(49.현 사장)씨가 가게를 인수해 8년째 운영하고 있다.

요즘은 나이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이 많이 찾는다. 이 사장은 “아가씨들한테 순대국밥을 많이 보급했지요. 왜 아가씨들은 국밥집 간다고 하면 괜히 꺼리잖아요”라며 넉살좋게 웃는다. 아가씨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순대국밥의 비결은 ‘깔끔한 맛’에 있다. 순대국밥이 깔끔하다. 어째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밀양순대국밥을 먹어 본 손님들은 이 표현에 이의가 없다.

이 사장은 이틀에 한번 꼴로 마산시 두척동 도살장에서 고기를 직접 구해 집에서 일일이 손질을 한다. 깨끗이 손질된 돼지 내장에 갖은 야채와 양념.당면.선지를 넣어 본격적인 순대 만들기 작업에 들어간다. 이렇게 직접 순대를 만들다보니 순대가 떨어져 장사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속이 꽉 찬 순대를 한 입 먹으면 구수하면서도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그러니 순대국밥에 순대가 몇 개 없다고 아쉬워 마시길.

밀양순대국밥에는 갖은 양념장이 얹혀 나오는데, 이 양념장을 풀면 국물이 뻘겋게 되면서 보기에도 얼큰하다. 이 집만의 비법이 담긴 양념장은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을 내 입맛을 돋운다. 육수가 너무 진하지 않아 후루룩 마시기에도 부담 없다.

국밥에 반찬도 따로 필요 없다. 돼지와 완벽한 궁합을 이루는 새우젓.깍두기와 김치가 전부다. 그러나 잘 익은 깍두기와 김치는 한 그릇을 다 비우기 전에 꼭 다시 한번 시키게 된다. 고추와 마늘을 즐겨먹는 사람이라면, 매운 고추를 따로 주문하면 준비된 ‘땡초’를 내준다.
전날 술을 거나하게 마신 사람은 해장국으로도 손색이 없다. 선지가 해독 묘약으로 간 기능에 좋은(‘본초신약’중) 것도 있지만, 얼큰한 순대국밥을 땀 뻘뻘 흘리면서 먹다 보면 술독이 저절로 빠지는 듯하다. 점심으로 한 그릇 먹고 나면 오후 내내 든든한 국밥의 가격은 3000원. 8년째 그대로다. 단골 손님들이 오히려 가격을 올려야 되는 것 아니냐고 다그친다.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늘었지만, 7평 남짓한 좁은 가게에는 점심 때 단골 손님만으로도 가득 차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 (055)296-9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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