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 어른들 먼저 눈도장 '쾅'…결혼 일사천리

흔히 말해 '교회 아는 오빠·동생'이었다. 연인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얼떨결에 양가 상견례까지 했다. 남자는 특이하게도 예비 장인·장모가 좋아, 결혼에 대해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남자는 너무 일사천리로 진행돼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여자가 옆에서 다독이며 마음을 다잡아 주었다.

2012년 결혼해 지금은 10개월 된 아들을 두고 있는 허준(33)·류주희(32) 부부(창원시 의창구) 이야기다.

둘은 대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다. 기독교 동아리 선·후배 사이였다. 부부가 된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그때는 서로 관심 없었다.

그리고 잊힌 존재로 지내던 2011년. 둘은 창원 가음정교회에서 7년 만에 다시 만났다. 허준 씨 얘기다.

"새로 다니게 된 교회에 주희가 실세(?)로 있더라고요. 제가 빨리 적응하려면 친해져야 될 것 같더라고요. 하하하. 사실은 수련회 찬양팀에서 함께 호흡 맞추면서 이른바 눈이 맞은 거지요. 다른 사람과 달리 주희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정말 편안하더라고요."

교회 오빠·동생이 연인으로 발전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런데 이후 둘 행보(?)는 독특하다.

연애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준 씨는 자연스레 주희 씨 부모님께 인사드리게 됐다.

"횟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어른들은 밥 먹는 거 보면 어떤 사람인지 대충 판단하잖아요. 제가 평소 회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냥 미친 듯이 먹었지요. 그리고 음악(현재 진주시립교향악단 바이올린 차석)을 하는 제 현재 상황과 처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경제적인 부분에서 좀 불확실한 면이 있어서 어른들은 걱정하실 수 있거든요. 그런데 장인·장모님은 전혀 그런 것 없이 모두 좋게 받아주셨어요. 오히려 그 자리에서 '둘이 결혼하면 되겠네'라고 말씀하셨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주희 씨도 남자 부모님께 인사드렸다.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따지면 허준 씨보다 주희 씨가 더하면 더했다. 어른들이 싫어할 리 없었다. 허준 씨 부모님도 주저 없이 며느릿감으로 'OK' 했다.

양가 어른들에게 인사를 마친 것이 연애한 지 한 달가량 됐을 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미 결혼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외국에 나가야 하는 허준 씨 여동생은 결혼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프러포즈 같은 건 생각할 겨를 없이 그렇게 결혼 날짜를 잡았다. 그런데 두 사람 가운데 마음 뒤숭숭한 이가 있었다.

"결혼 앞두고서 보통 여자들이 심란해 하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제가 그랬어요. 의도하지 않게 너무 급격히 흘러가니까 '진짜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그때 주희가 '괜찮아요. 감당할 수 있어요. 나만 믿어요'라면서 제 마음을 붙잡아 줬죠."

그렇게 둘은 2012년 1월 7일 결혼식을 올렸다. 허준 씨와 장인·장모는 결혼해서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한다. 같은 주택 위·아래채에 함께 살고 있다. 주변에서는 '불편하지 않냐'며 걱정하는 눈빛을 보낸다.

"연애 때 주희를 보면서 '이 사람과 함께해도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지만, 장인·장모님 뵙고 그 결심을 굳힐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저를 예뻐해 주십니다. 같은 주택에 있어도 일절 간섭 안 하시고 편안하게 해 주십니다. 오히려 10개월 된 손주까지 봐 주시니 저희가 감사하고 죄송할 따름이죠."

부부는 짧은 연애기간이 결혼생활에 오히려 도움된다고 생각한다.

"오래 사귀면 생각이 많아져서 결혼이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어요. 우리는 짧게 만나서 상처 주고받은 일도 없어요. 물론 이전에 몰랐던 모습을 결혼 후 보는 게 많기는 하죠. 저는 당장은 돈을 좀 아끼자는 생각이라, 아내가 필요한 거 살 때 눈치를 주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것저것 잔소리도 많이 하고요. 아내 처지에서는 처음에 많이 당황하고 섭섭했을 겁니다."

허준 씨는 끝으로 아내, 그리고 어른들께 감사 말을 전했다.

"제가 음악활동을 마음 편히 할 수 있도록 아내가 늘 도와줍니다. 연습 때문에 늦어도 싫은 내색 없이 응원해 줍니다. 너무 감사하죠. 그리고 부족한 사위 받아주신 장인·장모님께 감사하고,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아버지·어머니께는 죄송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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