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도의원들 박 교육감에 무상급식 관련 일방적 비난 퍼부어…홍 지사에는 질문 한 차례도 없어

지난 21일은 교육 자치 이후 '경남교육계 최대 수모일'로 기억될 듯하다.

길게는 1991년 교육자치제 시행 이후, 짧게는 2007년 말 교육감 직선제 이후 경남 교육자치 역사상 한 페이지를 장식할 발언들이 이날 쏟아졌다.

경남교육계 수장인 교육감은 거짓말하고 요령 부려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이로, 직무유기를 하고 공무집행 방해를 한 이로, 심지어 '인면수심(人面獸心)'인 자로 불렸다.

인면수심은 '사람 얼굴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으로 우리 말로 '짐승 같은 ×'으로 바꿀 수 있는 한자어다.

다른 곳도 아닌 민의의 전당인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4만 5000여 교직원, 48만 2000여 명의 유치원, 초·중·고교 학생들 대표 격인 박 교육감을 그렇게 일컬었다.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3일간 무상급식 관련 도정질문을 한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 네 명은 홍준표 경남지사와 경남도 논리를 그대로 옮긴 듯한 발언으로 일관하며 홍 지사 대신 박 교육감과 대리전을 치르는 듯했다.

질의는 박 교육감에게만 집중됐다. 무상급식 문제로 홍 지사를 답변대에 세운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의원들 질의 속에는 '도교육청이 감사를 받지 않는 것은 잘못한 일이고, 경남도 감사는 정당하다'는 전제가 깊숙이 깔렸다.

20일 이성용(새누리당·함안2) 의원은 박 교육감을 향해 "이제는 선별복지로 방향을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등 민감한 질문을 하며 박 교육감과 날카롭게 대립했다. 이건 리허설 수준이었다.

21일 이갑재(새누리당·하동), 박삼동(새누리당·창원10) 의원은 강도를 훨씬 높였다.

이갑재 도의원.

전날 박 교육감이 경남도와 각 시·군이 학교에 급식 예산을 직접 지원하거나 현물로 공급하는 것, 급식 예산 자체 조정도 논의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제안을 했지만 이와 관련한 질문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박삼동 의원은 박 교육감을 향해 '인면수심도 유분수인 자'라고까지 했다. 또한 박 교육감에게 '예, 아니요'로만 답하도록 해 제대로 된 답변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박 의원은 "더는 무상급식에 목숨 걸지 마라. 교육청은 책임을 떠넘기는데 골몰할 게 아니라 무상급식 실패를 인정하고 재조정해야 한다", "교육위원 때(2008년) 무상급식이 위법하다고 했다가 표를 얻고자 교육철학을 팔아먹는 말 바꾸기를 했다", "감사원 감사 청구 대상도 아닌데 청구했고, 권한쟁의 심판 대상이 아니라며 기자회견 때 당당히 말하고서는 뒤로는 정치쟁점화하고자 '각하'될 게 뻔한 권한쟁의 심판을 헌재에 청구했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박 의원이 답변 기회를 주지 않고 몰아세우자 박 교육감은 "경남도교육감은 공직입니다. 거기에 대해서…"라며 억울해했다. 박 의원은 이 말조차 막으며 "들어가십시오. 여기에서 더는 말하지 마시고, 기자회견을 하시든지 하십시오"라며 들여보냈다.


박삼동 도의원.

박 의원 마무리 발언은 절정에 달했다.

"감사는 안 받겠다고 하면서 예산은 달라 하고, 어린애마냥 돈 나올 곳도 없는데 과자를 사달라고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대단히 나쁘다. (홍준표) 지사님, 교육감이 '인면수심도 유분수'지, 저렇게 자기 중심적으로 감사를 거부하는데, 3040억 원이란 예산을 직무유기라는 오명을 받더라도 포기하십시오. 저는 주문합니다. (지사님) 감사하지 마십시오. 교육감님 감사받기 싫고, 마음대로 하고 싶으면 더는 예산 달라 조르지 마십시오. 무상급식, 교육감 공약 아닙니까? 교육청 예산으로 초·중·고교생 다 무상급식하든지 편한 대로 생각하십시오. 법도 규정도 모두 다 편한 대로 생각하시는데, 그것 하나 충분히 교육감님이 해내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보고 있습니다. 거짓말하고 요령 부리지 말고 당당한 교육감이 되시라."

박 의원 질의와 발언은 지난 9월 7일 경남도의 '학교급식지원 실태 모니터링 결과 공문'에 대한 해석, 경남도 특정감사를 둘러싼 양 기관 이견이 여전하고 도교육청이 헌재에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 소송은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이다. 박 의원 발언은 헌재 소송 결과에 정치적·도의적 책임까지 져야 할 만큼 민감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에 앞서 이갑재 의원은 "교육감께서 지도·감독이라는 조례상 의미를 제대로 이해 못 하는 것 같다. 감사를 자꾸 회피하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박 교육감은 상기된 표정으로 "만약 그게 공무집행방해라면 경남도와 도의원께서 저를 고발해주십시오. 저를 고발하십시오"라고 답했다.

최소한 무상급식 문제를 두고 경남도의회에서 두 광역단체장이 받는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10대 경남도의회는 새누리당 51명, 무소속 1명, 야당 의원 3명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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