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촘촘히 짜인 은빛 비단 바람결에 넘실넘실

[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40) 충남 서천 신성리 갈대밭

최규정 기자 gjchoi@idomin.com 2014년 11월 21일 금요일

'갈잎의 선율, 비단 물결 위로 흐른다.'

아직 보내지 못한 가을 속으로 몸을 숨겼다.

어른 키를 훌쩍 넘는 갈대 숲에서 길을 잃었다. 미로처럼 한 치 앞을 볼 수가 없다.

질퍽질퍽한 진흙이 '쩍쩍' 발길을 붙잡는다. 그 기분이 나쁘지 않다.

촘촘히 자란 갈대숲은 좀처럼 속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디선가 나타난 메뚜기가 딛는 발걸음을 앞질러 폴짝 뛰어간다.

'부스럭부스럭' 이름 모를 생명이 촘촘한 그 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시야가 막히니 귀가 예민하다.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며 가을을 헤매고 있다.

비단처럼 아름답다는 뜻이 담긴 금강 하구에 펼쳐진 신성리 갈대밭(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125-1)에는 '신비로운'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면적이 무려 19만 8000㎡(6만여 평)에 이르는 한국의 4대 갈대밭 중 하나로 이곳 둑 위에 서면 탁 트인 시야를 넘어 금강이 반짝이고 갈대와 억새가 춤을 춘다.

한눈에 담을 수 없는 광활한 갈대밭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해마다 이맘때면 뭔가에 이끌리듯 갈대밭을 찾아다녔지만 이토록 빼곡한 갈대가 끝 간 데 없이 넘실대는 모습은 처음이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곰개나루터(진포)라고 불렀던 곳으로 고려 말 최초로 화약으로 왜구를 소탕한 진포해전 현장이기도 하다.

금강 하류에 위치한 까닭에 퇴적물이 쉽게 쌓이고 범람 우려 때문에 강변 습지에 농사를 짓지 않아 무성한 갈대밭이 조성됐다.

옛날 신성리 주민들은 갈대를 꺾어 빗자루를 만들어 쓰기도 하고 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꾸리기도 했다. 신성리 특산품이었던 '갈비'는 갈대가 쇠기 전에 꺾어다 삶아 만들면 10년을 썼을 정도로 우수한 제품이었다 한다.

이곳이 널리 알려진 것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 속 비무장지대 배경이 되면서부터다. 영화 초반, 공동경비구역을 순찰하던 남한 병사가 지뢰를 밟게 되고 마침 그곳을 지나던 북한 병사들이 이를 목격, 서로 대립하며 긴장하던 곳, 돌아가려던 북한 병사에게 남한 병사가 "살려주세요"라고 말했던 곳이 바로 신성리 갈대밭이다.

이후 KBS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추노> 등의 배경이 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11월의 갈대밭은 갈대꽃이 은빛으로 채워져 절경을 이룬다.

갈대숲 속으로 난 덱로드를 따라 성큼성큼 갈대숲으로 들어간다. 하늘에 그림이라도 그릴 기세로 솟은 갈대와 '솨아∼' 바람에 서로 잎들을 비벼대며 만들어내는 소리로 가득한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여전히 갈대와 억새는 그 모습을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갈대는 습지나 하천 등 물 주변에 군락을 이뤄 3m까지 자라는 식물이고, 억새는 높이 1~2m로 산과 들에 자라는데 끝에 털 같은 게 달렸다.

길은 미로처럼 좁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지만 어느 길로든 통한다. 비로교를 건너 신성리 나루에서 햇볕에 반짝이는 금강을 한없이 바라보다, 다시 발길을 돌려 갈대 문학길, 솟대 소망길, 갈대 기행길, 영화테마길 등을 따라 무작정 걷는다.

조금 있으면 고니와 청둥오리 등 철새들이 이곳을 찾아 겨울을 날 것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간을 위한 배려는 충분하다. 갈대와 억새, 그리고 철새들의 쉼터로 오래오래 이 모습 그대로 간직하길 바란다.

갈대밭 인근에는 한산 모시로 유명한 한산면과 한산 모시관, 소곡주 양조장 등이 있다.

신문 구독을 하지 않고도
경남도민일보를 응원하는 방법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http://www.idomi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