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한중자유무역협정의 그늘…정부, 주조·금형·용접 등 육성 노력에 찬물

인구 13억 명, 거대 내수시장을 보유한 중국이 우리나라와 자유무역을 하게 됐다. 정부는 올해 안에 세부 협상을 마무리하고 협정문안을 작성해 관계장관 정식 서명과 국회 비준 등을 거쳐 내년에 한·중 FTA(자유무역협정)를 발효할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 EU(유럽연합),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 세계 굴지의 경제권과 모두 FTA를 타결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여느 FTA 타결 때와 다름 없이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 중 제조업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이 이번 한·중 FTA로 무한경쟁에 내몰려 자칫 우리 산업의 중요한 기반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남지역 업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다.

20일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 따르면 경남 '뿌리산업'은 업체 수가 2843개로 전국 10.9% 비중을 차지한다. 종사자 수로는 더 높은 비중이다. 이곳에서 8만 3000명 정도가 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국 19.7%에 해당한다. 또 2012년 말 기준 경남의 추정 매출액은 13조 4950억 원 정도로 전국 14.9% 비중이다.

정부는 2011년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과거 '3D 업종'으로 천대받던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공정을 제조업 토대가 되는 기술로 인식해 '뿌리산업'으로 키우려는 취지다. 2012년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를 설립해 범국가 차원으로 뿌리산업 육성과 보존에 힘쓰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남에도 '뿌리기술 전문기업'이 지금까지 13곳 지정돼 금융·자금 지원 등 혜택을 받고 있다.

09.jpg

그런데 정부가 공들여 키우기 시작한 '뿌리산업'이 정부가 추진 중인 한·중 FTA로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일부 업체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기술 격차도 많이 좁혀졌다고 진단하고 있어 가장 우려하는 것이 중국 업체의 저가 전략이다. 기술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정밀 금형·부품 제작 업체는 "당장 대비책을 세우기도 어렵고, 관망하는 상황"이라며 "가격은 중국 업체가 싸니까 경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제 기술력이 중요하다. 예전에 중국 업체로 주문했던 기업들도 품질에 만족을 못해 우리나라로 되돌아오는 현상이 있다. 계속 좋은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무역업계가 전망한 한·중 FTA' 설문조사(지난 9월 말~10월 말 1212개 업체 대상) 결과를 보면, 중국을 상대로 수출입을 하는 업체 중 50.3%는 FTA 이후 중국 로컬기업이 시장 최대 경쟁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업체들은 중국의 품질 경쟁력이 현재 낮다(61.1%)고 평가했지만, 10년 후에는 같을 것(41.9%)이라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월에 밝힌 '한·중 FTA 발효 시 예상되는 업종별 영향 및 대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중소기업 500곳 가운데 48.4%는 '품질·기술력 제고', 45.3%는 '대체시장 개척(대체상품 개발)' 등을 자체 대비 방안으로 꼽았다. 중기중앙회는 "부품·소재 업종은 국내 수입 관세율이 0~8%에 불과해 국산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 제품이 우리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 역시 중국 현지에 진출하는 전략을 펴왔기에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곳도 있다. 그렇지만 FTA 최종 결과는 주시하고 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이미 중국에 자회사를 두고 있어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은 FTA 영향을 받지 않는다. 큰 변화는 없을 듯하다"면서도 "원재료 수출입 상황에서 혜택이 있을지는 따져보고 서류 등 기본 준비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체 2240개 농축수산물 품목 중 국내로 수입되는 668개(29.8%) 품목은 초민감품목으로 지정됐다.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20년 안에 관세가 철폐되는 민감품목은 870개(31.3%), 10년 안에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일반품목은 702개(31.3%)다. 하지만 중국과 FTA 이후 축산물이나 과일 등 일부 피해가 아니라 식탁 전체를 위협할 광범위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