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 몰래 간 손님]창원 창동 '버들국수'

경남도민일보 '맛' 지면에 새 기획 '경남 맛집, 몰래 간 손님'을 선보입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북 '경남 맛집'( www.facebook.com/groups/idominfood )에 회원들이 올린 식당 2곳을 기자가 찾아 음식 맛을 품평하는 코너입니다. 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고 식당에 미리 요청도 하지 않은 채 취재를 할 예정입니다. 만인의 입맛이 같을 수 없지만 맛집의 공통분모를 찾아봅니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 다가온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 쪽에 위치한 버들국수가 생각났다.

"국시 면발이 조금 달랐다. 말간색인데 퍽퍽하지 않고 깔끔한 국물이 시원했다. 갓 담근 김치는 짠맛이 강해 약간 미스였지만 제대로 된 빈대떡이 그 모든 것을 감쌌다."

"대천에서 직접 공수해 온 면발과 조미료 일체무첨가 육수, 주인장이 직접 담근 정갈한 밑반찬, 김치와 장아찌. 앞으로 나의 해장 아지트가 될 창동예술촌 골목 버들국수."

페이스북 '경남 맛집'에 버들국수를 소개해 놓은 회원들의 글이다.

지난 16일 오후 4시, 학문당서점 바로 옆에 자리한 버들국수에는 3대가 나란히 늦은 점심을 즐기고 있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빈대떡 한알, 김밥 한줄, 육전국수. /박정연 기자

2개월 만에 다시 찾은 가게였는데, 주인장이 못 보던 얼굴이라 그새 사장이 바뀌었나 했다. 슬쩍 물어보니 부부 두 쌍이 하루씩 번갈아 가며 가게를 운영한다고 했다. 일종의 동업인 셈이다.

육전국수(5000원), 김밥 한줄(2000원), 빈대떡 한알(5000원)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그 사이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 한 분이 혼자 와 물국수(4000원) 하나를 시킨다.

테이블 5개. 혼자 앉아 먹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아담한 가게는 정갈하게 꾸며져 있다.

5분 정도 기다리니 김밥이 우선 나왔다. 김밥 속에는 당근, 오이, 달걀, 어묵, 우엉, 단무지, 부추 7가지 재료가 들어가 있었다.

적당히 차지고 꼬들꼬들한 밥에 조화로이 씹히는 재료까지 오랜만에 맛보는 신선한 김밥이었다. 무슨무슨 '천국' '나라' 하는 여느 김밥전문점의 묵은 김밥과는 다르다.

육전이 올라간 물국수가 나왔다. 잘 저며진 소고기에 가볍게 양념을 더해 고기의 온전한 맛이 전해졌다.

국수 면발은 흔히 먹는 '오뚜기 옛날국수' 소면과 다르다. 탄성은 떨어지지만 밀가루 냄새가 덜하다. 면 색깔도 백색보다 상아색에 가깝다.

고명은 살짝 데친 숙주나물과 애호박 볶음, 김이 전부다. 육수는 다소 심심하나 적당히 익은 깍두기가 심심함을 달래준다.

청양고추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한 그릇 비우고 나니 입안이 알싸하다. 주인장에게 물으니 육수에 고추씨를 넣어서 그렇다고 한다.

빈대떡은 기름지지 않고 잘 다져진 고기가 부드럽게 씹힌다. 육전 맛을 보고 싶어 육전국수를 시켰지만 빈대떡을 먹을 때는 물국수면 충분하다.

화려하지 않은 메뉴판에는 "좋은 재료를 쓰는 것은 원칙의 문제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라고 쓰여 있다.

창원 창동예술촌에 위치한 버들국수 외관. /박정연 기자

가게 유리문에는 밖에서도 볼 수 있도록 각 메뉴의 원산지가 적혀 있다.

육수(남해 미조멸치+디포리), 국수(충남 예산 버들국수), 쌀(진동 일암 즉석 도정), 빈대떡(진주 반성 녹두), 육전(국내산 한우), 단맛(하동 악양 매실청).

배를 채우러 갔다 마음까지 채우고 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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