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동구밖 생태·역사교실] (24) 중간 결산

두산중공업이 진행하는 '토요 동구밖 교실' 프로그램에 경남도민일보 자회사인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참여한 지 이제 여섯 달이 지났다. 이 프로그램에는 창원 58개 지역아동센터 1300명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토요 동구밖 교실은 역사탐방, 생태체험, 사회·과학, 전통문화, 창원투어, 공예체험, 자연물체험 등 일곱 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창원지역아동센터연합회, 그리고 해딴에와 창원YMCA 등 사회단체와 사회적기업들이 관계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 사원들 자발적인 모금과 회사 출연금을 모아 매칭펀드 형식으로 지원하고 여덟 개 사업본부별로 구성된 사회봉사단도 함께 활동한다. 올해 어린 시절부터 중·고교와 대학을 거쳐 취업에 이르기까지 성장과정 전체에 대해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청년 에너지 프로젝트' 가동에 들어갔는데 '토요 동구밖 교실'은 그 중요한 일부로서 상대적으로 처지가 어려운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밝음과 따뜻함을 함께하자는 취지다.

'토요 동구밖 교실'은 한 해로 그치지 않는다. 지금 계획돼 있는 프로그램은 12월에 끝나지만 평가와 점검을 거쳐 내년과 그 뒤로도 죽 이어진다. 이런 시점에서 지난 활동을 돌이켜보고 정리하면서 고쳐 개선할 대목과 좀더 발전시킬 부분을 찾아볼 필요가 느껴졌다.

해딴에가 진행을 맡은 프로그램은 역사탐방과 생태체험 두 가지. 17일 현재 역사탐방은 열두 차례, 생태체험은 열한 차례 이뤄졌다. 역사탐방에서 창녕 영산석빙고·관룡사·옥천사지, 거제 거제향교·기성관·질청·바람의언덕·신선대, 통영 통제영·삼덕항·당포성, 창원향토자료전시관·함안박물관, 김해 국립김해박물관·대성동고분박물관·김해민속박물관, 진해 성흥사·진해해군기지사령부 근대문화재, 산청 목화시배유지·구형왕릉, 하동 쌍계사·차문화전시관, 남해 이순신영상관·남해유배문학관, 거창 가섭암터 마애여래삼존입상·거창박물관, 마산 의림사·창동오동동 근대문화유적, 김해 분성산성·율하고인돌유적을 찾았다. 생태체험에서는 하동 최참판댁·사천 비토섬 갯벌, 창녕 우포늪·산토끼노래동산, 사천 다솔사·늑도 갯가, 거제 어촌민속전시관·공곶이, 산청 남사마을·수철마을, 의령 의령천 둑길·충익사·세간리 은행나무와 현고수, 함양 운곡리 은행나무·화림동 동호정, 고성 학림 옛돌담·상족암, 전남 순천 낙안읍성·순천만, 밀양 표충사·단장숲, 양산 통도사(솔숲)·화명생태공원을 찾았다. 이렇게 보면 경남에 있는 생태·역사 탐방 대상 지역을 두루 돌아다녔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절간 공부를 한다면 창원 성주사 가고 임진왜란 공부를 한다면 진해 웅천왜성 가는 등으로 가까운 데 갈 수도 있다. 생태체험도 마산 진동 갯가를 거닐어도 되고 창원 경남도청이나 정병산 골짜기에서 풀과 나무를 찾아봐도 된다. 그렇지만 경남에서 이름난 여러 장소를 찾아다닌 데는 그런 지역에서 여러 풍물을 눈에 담고 몸으로 겪는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 되고 훗날 떠올릴 수 있는 훌륭한 기억이 된다는 사실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나들이가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힘든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 참여 학년을 초등학교 3학년 이상으로 정했었지만 대부분이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인 지역아동센터는 그런 조건에 맞추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이런 지역아동센터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일 때는 탐방·체험 대상지역을 되도록 가까운 지역으로 골라잡을 필요가 있지 싶다.

절간은 역사탐방은 물론 생태체험에도 중요한 장소였다. 불교가 우리 역사와 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보니 역사탐방은 어떠면 당연하다. 생태체험에서도 왜 절간이 많았을까 돌아보니 유명한 절간 치고 생태적으로 뛰어난 데에 자리잡지 않은 경우가 드문데다 생태자연 자체가 인간한테는 바로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데에 까닭이 있었다. 절간 말고 공공기관이나 기독교·개신교·유교 관련 시설물 가운데도 생태적으로 잘 갖춰진 데가 적지 않고 그런 데는 또 죄다 생태체험 현장이기도 한 것이다. 어쨌거나 쓸데없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진행하는 중간중간에 신앙이나 종교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실수나 잘못도 있었다. 바깥 활동이다 보니 더위나 비바람 같은 돌발 상황에 부딪히기도 했고 그에 대비하는 프로그램이 없거나 모자라는 상황도 있었다. 무더운 한여름 물놀이하기 좋은 골짜기를 그것도 몇 차례 답사 끝에 골라잡았으나 앞서 쏟아진 비가 너무 많아 사흘이 지난 탐방 당일까지 물이 빠지지 않는 바람에 실망한 경우도 있었다. 좀더 좋은 장소를 욕심내기보다 좀더 안정된 장소를 우선해야겠다는 생각과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해줬다.

역사탐방과 생태체험 방법으로는 아이들이 몸소 누리고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었다. 큰 틀에서는 틀리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렇지 않을 것 같던 생태체험이 늘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역사탐방은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많은 경우 미션식으로 진행하면서 게임이나 놀이도 적절하게 섞은 반면, 생태체험은 좋은 장소만 잡아내면 아이들이 즐겁고 보람있게 누릴 수 있다고 보고 그런 준비를 크게 하지 않은 탓이었다. 그런데 생태체험에서도 적절하게 미션을 주는 한편으로 재밋거리도 더해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9월부터는 좀더 그런 쪽으로 프로그램을 짜서 진행하고 있다. 역시, 특히 아이들은 놀이가 으뜸이고 즐거움이 제일이다. 즐겁게 놀면서 익혀야지 그 기억이나 체험이 오래가는 법이다.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아주 어린 축이 많은 현실은 준비했던 프로그램에 조금 변화를 가져왔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서너 시까지 할 수도 있지만 두 시 전후 마치고 돌아와야 했다. 요즘 아이들은 대체로 바깥 나들이가 많지 않다 보니(더불어 비교적 집안이 어렵다는 형편도 작용했겠지도 싶다) 초등학교 높은 학년이나 중학생들도 쉬 지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원래부터 이론이나 지식 위주로 하지 않고 설명 또한 최소한으로 줄이기로 돼 있기는 했었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아주 어리다는 사정까지 더해지다 보니 말글을 통한 지식 전달은 핵심만 하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몸으로 누리고 눈으로 즐기는 쪽으로 좀더 바뀌게 됐다. 이렇게 하려면 좀더 세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커지지만, 함께하는 아이들이 달라지지 않는 이상 바뀌기 어려울 것 같다.

정리하면 이렇다. 지역은 지금처럼 앞으로도 계속해서 경남 전역을 아우르자. 대신 아주 어린 아이가 대부분일 때는 가까운 데를 찾자. 프로그램 준비는 생태든 역사든 최대한 치밀하고 알차게 준비해야 한다. 다만 아이들이 누리는 시간은 되도록 '짧게' 하자. 길어지면 아이들이 늘어지고 힘들어한다. 반면 몸과 마음으로 익히는 정도는 '세게' 하자. 주어지는 자극이 약하면 아이들은 금세 까먹는다.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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