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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작으로 10주년 여는 극단 이루마

[동전]<우리 어무이> 엄마들 눈부셨던 젊은 날 그려…22~23일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

박정연 기자 pyj@idomin.com 2014년 11월 17일 월요일

지난 13일 김해문화의전당 공연 연습실. 바깥은 겨울옷을 꺼내 입은 사람들이 보일 정도로 쌀쌀했지만, 이루마 단원들은 반소매를 입고서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극단 이루마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사흘째 매일 자정 넘어서까지 강행군이다.

그래도 '10년 동안 우리가 이렇게 성장했다'고 선후배 연극인과 관객 앞에서 당당히 외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이 앞선다.

오는 22일 오후 7시와 23일 오후 3시·6시 총 3차례에 걸쳐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에 오르는 <우리 어무이>(김광탁 작·이정유 연출) 연습에 한창인 극단 이루마를 찾았다.

◇엄마는 이름이 아니다 = 배우 정명심(56)과 정주연(40). 극단 이루마를 대표하는 여배우이자 <우리 어무이> 두 주인공이다.

어무이 이름은 애자다. 정명심이 맡은 애자는 이름을 잃고 엄마로만 존재하는 70대 노년이다. 그녀가 회상하는 20~50대 애자 역은 정주연이 맡았다.

"우리는 엄마를 마치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였던 것처럼 생각합니다. 엄마에게도 젊은날 지독하게 아름다운 청춘이 있었음을 망각하고, 그저 내 엄마로만 대하고 있지요."

애자에게도 알콩달콩 연애 시절과 신혼이 있었다. 행복도 잠시, 남편 만수는 직장을 잃고 술집을 전전한다. 애자를 구타하더니 끝내 마약까지 손을 댄다.

어느 날, 생선을 팔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무이는 달을 보며 토끼가 절구를 찧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토끼가 어무이처럼 불쌍하다며 호강시켜주겠다던 장남은 훗날 군대에서 상습적인 구타로 장애가 생긴다.

차남은 의사가 돼 아버지 원망만 늘어 놓고, 딸은 엄마처럼 살기 싫다며 미국으로 떠나버린다.

정명심은 애자 속에서 자기 모습을 본다. 20살에 부산에서 연극을 시작해 25살 결혼하기 전까지 그녀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때였다.

"마흔이 되던 어느 날부터 '내가 왜 살지'라는 물음이 끊임없이 계속됐다. 연극을 보러 자꾸 가는 나를 발견했다. 무대에 다시 오를 수만 있다면 하던 때, 김해에 신생 극단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고 창단에 발벗고 나서게 됐다."

그는 공무원이기도 하다. 김해시청에서 일한 지 20년 가까이 됐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저녁에 배우로 살고 있음을 잘 안다. 비록 평일 낮 개별 연습 시간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저녁 단체 연습과 주말 연습은 빠지지 않는다.

2년 만에 역할을 맡은 정명심과 달리 정주연은 이루마의 모든 작품에 크고 작은 역할로 등장해왔다. 지난 9월에는 이루마 정기공연 <옷 벗는 여자>에서 주인공 춘자 역을 맡아 성매매 여성의 애환을 소화한 바 있다. 지난 2004년까지 거제 극단 예도에서 활동했던 그는 결혼 이후 공백기를 거쳐 2008년부터 극단 이루마로 자리를 옮겨 무대에 오르고 있다.

"젊은 애자가 살았던 시절은 1960~1970년대죠. 어찌 보면 오늘날 여성상과 많이 다릅니다. 남편과 자식 때문에 희생하는 여성. 관객들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이기에 잊을 수 없는 아픔이기에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3일 김해문화의전당 공연 연습실에서 펼쳐진 극단 이루마 10주년 기념작 <우리 어무이> 연습 장면. 70대가 된 어무이 애자(배우 정명심·오른쪽)가 젊은 날의 애자(배우 정주연·왼쪽)를 떠올리는 모습이다. /박정연 기자

◇10주년 기념작으로 마음을 다잡다 = 지난 3월부터 이루마 단원들은 머리를 맞댔다. 10주년 기념작으로 무엇을 올릴지 골머리를 앓았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뜻에서 지난 2005년 선보인 창단 첫 작품 <내가 너를 부르는 것은>(원제 디지털 돼지틀)도 검토했다. 단원들이 꼽은 다시 올리고 싶은 공연 <멧돼지와 꽃사슴>(2008)도 후보에 올랐다.

최종 결론은 초연작이었다. 이정유 이루마 대표는 "물론 지난 10년 동안 20여 작품 중에 고를 수도 있었지만 1차원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주년 무대에 걸맞게 초연작을 올려 긴장감을 더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8월 이 대표는 제15회 경남예술극단 정기공연 <아리랑 씨름>(김광탁 작·이삼우 연출) 기획부문을 담당하면서 김광탁 작가를 만났다. 어머니를 소재로 새 작품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정유 대표는 김 작가를 극단으로 초대했다.

9월 이루마 정기공연에서 올린 <옷 벗는 여자>(김정숙 작·이정유 연출)를 본 김 작가는 자기 작품이 극단 이루마와 잘 어울릴 것이라 판단했다. 그렇게 이정유 대표와 김광탁 작가는 '작심하고' 관객을 울리겠다는 생각으로 <우리 어무이>를 만들어 갔다.

이 대표는 "올해 김해문화의전당 공연장상주단체 지원사업에 뽑히면서 예산이 확보돼, 초연작이라는 욕심도 내볼 수 있던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초연작은 모든 극단에 어렵다. 처음 올리는 작품이라는 막막함도 있지만, 비용 문제가 크다. 대본도 노동의 결과물이라 당연히 대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루마는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경상남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지원하는 '2014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에 응모해 선정되면서 5000여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지원금을 활용해 무대도 꾸미고 실력있는 작가를 섭외해 초연작도 올릴 수 있게 됐다.

이정유 대표 /박정연 기자

◇젊은 극단 이루마 = 이루마는 도내 극단 중 두 번째로 어리다. 젊은 단원이 많은 게 특징인데 '무대만들기'라는 청소년극회 활동이 한몫 했다. 이루마 산하인 무대만들기는 김해와 인근 지역 중고생들이 활동하는 연극단체다.

이루마에는 20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8명이 상시 단원으로 극단에 매일 출근한다. 극단 배우들 중 4~5명 정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문화예술교육 사업인 아르떼 강사로 참여해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에게 연극을 가르치고 있다.

이정유 대표는 "무대만들기는 올해로 12기가 꾸려져 활동하고 있다. 이루마에도 무대만들기 출신이 물론 제법 있다. 중·고교 연극 강사인 극단 배우들과 만난 인연으로 연극을 더해보고 싶은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온다"고 전했다.

이날 찾은 <우리 어무이> 연습 현장에도 무대만들기 소속 청소년 단원이 제법 보였다. 선배 배우들의 몸짓과 연출가의 조언을 놓치지 않으려 끊임없이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이 기대되는 젊은 극단 이루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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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

    • 박정연 기자
  • 삶이 예술이다. 문화체육부 기자 박정연입니다. 공연(연극·음악·무용 등)분야, 맛집, 서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귀기울입니다. 연락처 010-5119-6213, 메일 pjy@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