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 물거품 된 마산회원구 행정복합타운…주민들 "구청 이전이라도"

'마산 준혁신도시' 대안으로 제시됐던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성동 자족형 행정복합타운'이 사업 추진 7년 만에 결국 무산됐다.

김태호 전 도지사가 정부 지침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놓고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며 몽니를 부리면서 시작했던 사업은 도민을 향한 사과 한마디 없이 세월 속에 묻혔다.

◇무산 이유 = 경남개발공사는 지난 9월 경남개발공사·경남도·창원시(옛 마산시)가 2007년 체결한 '자족형 행정복합타운 조성사업 양해각서'에 따른 사업 참여 취소 공문을 창원시에 보냈다.

홍준표 현 도지사도 지난 9월 경남도의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박삼동(새누리당·창원10) 의원의 질문에 "경남개발공사가 경남도에 보고하거나 협의한 적은 없지만 취소 공문은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며 사업 무산을 확인시켜줬다.

경남개발공사가 공문에서 밝힌 사업 참여 취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애초 계획한 입주 예정기관이 대폭 축소돼 사업 목적성이 상실됐다', 둘째 '감사원 역시 창원시가 대체 수요기관 확보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사업 타당성 여부를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셋째 '정부의 지방 공기업 재정건전성 강화에 따라 200억 원 이상 신규사업 추진 시 사업성이 확보되어야 공사채 발행이 가능하나 행정복합타운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어 재원 조달이 불가능하다'이다.

정치적 입지를 키우기 위한 김태호 전 지사의 '급조물'은 지역 갈등, 주민 피해, 행정기관과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낳은 채 헌 종이쪽처럼 찢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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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희망 = 사업 무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이 떠안았다.

그동안 땅이 사업 구역에 묶여 입은 재산상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행정복합타운 사업 면적 69만 2000㎡ 중 11만㎡는 1종 일반주거지역이다.

11만㎡는 사업이 진행되기 2년 전 그린벨트에서 해제됐지만 2007년 행정복합타운 대상지에 포함되면서 개발이 제한됐다. 주민이 주택 건축 등 재산권 행사를 전혀 하지 못한 것이다. 경남도와 창원시, 경남개발공사의 무책임한 행정행위에 주민만 농락당했다.

행정복합타운 추진위원회 문희동 사무국장은 "경남도, 창원시가 자기 마음대로 사업구역으로 묶어 재산권 침해를 하고 양측 모두 책임을 미루는 행태로 일관하더니 결국 사업이 무산됐다"며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현실성 있는 대책이 즉각 마련되지 않으면 법적으로 대응하는 등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주민이 요구하는 건 하나다. 주민은 '행정기관과 정치권이 최소한 마산회원구청이라도 옮기는 성의라도 보여야 덜 억울하겠다'는 견해다.

이 같은 주장에는 지역 정치권 일부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종대 창원시의원은 "행정기관과 정치권이 지역 주민에게 안겼던 실망감은 어떤 방법으로든 모두 만회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마산회원구청 회성동 유치라도 이끌어낸다면 지역 주민 상실감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내서읍과 마산회원구 시가지 중심에 있는 회성동은 구청사 입지로 탁월하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행정기관과 정치권 의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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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복합타운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마산회원구 회성동 일대 전경./김구연 기자

◇행정 의지는 = 주민 바람과 달리 행정기관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오히려 사업에서 한 발씩 발을 빼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앞서 경남도의회 도정질문에서 홍준표 도지사는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는데, 마산회원구청 이전 등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는 박삼동 의원의 질문에 "입주 추진기관이 11개에서 4개로 줄었다. 4개 기관조차 그 규모가 작아 행정복합타운으로 부를 수 없는 수준이다. 사업 규모를 재조정하고 그 명칭을 달리해 창원시와 협의해 다른 방안을 찾겠다"고 답했다.

이후 경남도·경남개발공사는 창원시와 간담회를 열고 행정복합타운 무산에 따른 후속 대책을 주제로 논의했다.

경남도 도시교통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 사항에 따라 창원시에서 타당성 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용역 결과에 따라 경남도 방침도 정해질 전망이다. 주민 의견을 수렴한 개발 방향이 새로 잡히면 경남도도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남개발공사는 완전히 손을 뗐다. 경남개발공사 관계자는 "앞서 사업 참여 취소 공문을 보낼 때 이제는 창원시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마음을 담아 보냈다"며 "경남개발공사와 행정복합타운은 이제 무관하다"고 밝혔다.

졸지에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 창원시는 당혹스럽다는 태도다.

창원시 신도시조성과 관계자는 "경남개발공사로부터 갑작스럽게 공문을 받아 솔직히 시 처지로서는 당혹스럽다"며 "우선 내년에 타당성 용역을 다시 진행하겠다.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방향에서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는 주민 반발·요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시 관계자는 "아직 이렇다 할 견해를 이야기할 처지가 못 된다"며 "다만 어떤 식으로든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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