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물거품 된 마산회원구 행정복합타운

"이 지역 주민은 행정복합타운 조성만을 바라보며 지내왔어요. 그린벨트로 묶인 땅에서 40년 넘게 살면서 못질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재산권 행사조차 할 수 없었지만 행정복합타운 조성 계획으로 한 줄기 희망이 생긴 셈이죠. 일부 그린벨트 지역이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풀렸다가 행정복합타운 대상지에 포함되면서 다시 개발이 제한됐지만 지역발전을 위해 참았어요. 다른 지역처럼 잘 닦인 도로 하나 내 달라는 민원이 곧바로 무시되어도, 건축 허가가 나지 않아도, 내 땅에 창고 하나 마음대로 짓지 못해도 넘겼어요. 하지만, 이게 뭡니까. 주민에게 죄가 있다면 기다린 죄밖에 없어요."

문영도(67)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성동 자족형 행정복합타운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울분을 토했다.

말 마디마디에 행정기관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담겨 있었고 그 속에는 안타까움도 짙게 배어 있었다.

원래 직업이 목사인 그가 언성을 높이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문 위원장은 1999년 제2의 고향인 마산에서 지역 주민에게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회성동에 터를 잡아 교회를 열었다. 2007년부터는 주민 요청으로 행정복합타운 조성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동네에서 그나마 젊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7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 일에 매달렸다. 하지만 이제 모두 물거품이 됐다.

원래 직업이 목사인 문영도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성동 자족형 행정복합타운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2007년부터 주민 요청으로 행정복합타운 조성 사업에 관심을 기울였다. 7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 일에 매달렸지만 이제 모두 물거품이 됐다. /김구연 기자

회성동 자족형 행정복합타운은 지난 2007년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준혁신도시 대안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사업은 마산회원구 회성동 일원 69만 2000㎡를 사업비 2892억 원을 들여 마산세관·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 등 11개 행정기관을 입주시키고 나머지 터에 아파트와 주택단지를 조성한다는 거창한 계획에서 출발했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달콤한 이야기도 있었다. 2007년 7월에는 경남개발공사·경남도·옛 마산시가 행정복합타운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주민 기대도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통합 창원시 출범을 기점으로 사업은 급격하게 틀어졌다. 입주 예상기관이었던 마산세관·마산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은 마산합포구 신포동에 조성된 정부경남지방합동청사 입주가 확정됐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는 등 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경남개발공사도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

2012년 8월 경남개발공사는 행정복합타운 사업성 검토 용역을 옛 행정안전부 산하 지방공기업평가원에 의뢰했다. 타당성 용역 조사는 사업 추진을 위해 일반적으로 거치는 행정 절차이나 당시 용역은 '퇴로를 찾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지적도 많았다.

"경남개발공사, 경남도, 창원시가 책임 미루기를 시작한 것도 주민이 행정복합타운 추진위를 구성한 것도 이때쯤이에요. 세 기관은 '사업을 밀어붙일 여력이 없다', '경남개발공사가 난색을 보여 뾰족한 대책은 없다'는 회피성 발언만 내놓았죠. 누구 하나 앞장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없었어요."

그래도 그때까진 희망이라도 있었다. 용역 결과도 나오지 않았고 개발행위 허가제한 기간 역시 남았었다. 2012년 치러진 대선과 도지사 보궐선거 과정에서는 민주주의 전당과 도청사 마산 이전 대상지로 회성동이 떠오르기도 했다. 주민은 다시 행정기관·정치권 말을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2013년 2월 기존 3년에 2년을 추가 연장한 개발행위 허가 제한 기간은 만료됐다. 민주주의 전당과 도청사 마산 이전 계획은 대통령직 인수위와 홍준표 도지사가 이렇다 할 견해를 밝히지 않으면서 더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올해 지방공기업평가원은 '행정복합타운 조성은 타당성이 없다'는 용역 결과를 내놨다. 사실상 무산 선언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는 동안 누구는 국회로 가고, 누구는 더이상 도지사·시장이 아니게 됐죠. 1년 넘게 요청해서 겨우 성사된 박완수 전 창원시장과 면담은 10분도 못 채우고 끝났죠. 그마저도 마산해양신도시, 로봇랜드 등이 조성되는 마산합포구와 달리 마산회원구 주민, 특히 상대적으로 낙후한 회성동 주민의 상실감이 크다는 이야기밖에 못 했죠. 박 전 시장은 고개만 숙일 뿐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았고요. 그들에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었을까요."

문 위원장이 회성동에 자리를 잡은 이후 이웃 주민 일곱 분이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한평생 회성동에서 작은 논밭을 일구고, 묘목을 키워 팔며 지내왔던 분이다. 두 달 전 향년 91세로 돌아가신 '최 어르신'은 문 위원장을 만날 때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되겠냐'고 묻곤 했었다. 평생 논밭을 일구다가 이제는 쉬고 계신 '약수터 성 어르신'도 매번 행정복합타운 이야기를 먼저 꺼내신다.

"이 지역 지주 400여 명 중 회성동에 거주 중인 분은 절반 정도예요. 대부분 고령이시죠. 일부 주민은 여전히 행정기관이나 정치권이 뭔가를 해 주리라 믿고 있어요. 다가올 총선, 나아가 대선에서 이 지역은 또다시 회자하겠죠. 행정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준비 중이기도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하더군요. 우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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