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대안마을> 저자 정기석 씨 본사 강당서 강연

"머리 잘 안 굴러가고 특별한 재주나 기술도 없고, 조상을 잘 만난 것도 아닌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농촌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고민 덕분에 마을에 대해서 누구보다 진지하게 관찰을 하게 됐습니다."

각박한 도시 속 삶에 지쳐 귀농·귀촌을 소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특별한 기술 없이 농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앞선다. 정기석 씨도 이러한 고민 덕분에 마을 전문가가 된 사람이다.

10일 오후 7시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서 마을연구소 소장이자 <사람 사는 대안마을> 저자 정기석 씨가 '대안마을에서 마을 시민으로 살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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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7시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서 마을연구소 소장이자 <사람 사는 대안마을> 저자 정기석 씨가 '대안마을에서 마을 시민으로 살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임종금 기자

2002년 서울을 떠나 농촌 주민으로 전향한 그는 올해로 마을 시민 13년 차다. 그동안 이사도 10번 가량 다녔다. 마을을 연구하고 자문을 하며 수백 수천 군데 마을을 돌아 다녔다. 처음 그는 마을 주민 가운데 자신처럼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농부가 되고자 하는 구체적인 생각을 가지고 떠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얻은 해답은 마을에 대한 학문적 관찰이었다.

오랜 관찰 끝에 그가 결론내린 마을의 미래는 희망적이지 않다.

그는 현재 수천 곳 마을 만들기 사업 사례지가 있다고 전한다. 2002년 관제 농촌 지역개발 사업이 처음 시작돼 이후 정부 부처들이 경쟁하듯 농촌 관련 사업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한 읍면 소재지에는 100억 대 돈이 지원되는 기형적인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0년이 넘은 지금, 성공사례보다 그렇지 않은 마을이 더 많다고 정 씨는 전한다. 그는 마을 이장이 자살하고, 마을이 쪼개지는 현장을 목격했다.

그래서 그는 관 주도 마을 만들기 사업에 회의적이다. 마을 살리기는 마을 시민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스스로 하지 않고서는 마을의 미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 사람이 먼저 준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 마을 사업은 대부분 실패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마을 살리기 공동체 학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총 18강 36시간의 교육과정으로 준비된 마을 시민을 육성하고자 한다. 적어도 관 주도 마을 사업에 대한 문제의식은 제대로 가르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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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7시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서 마을연구소 소장이자 <사람 사는 대안마을> 저자 정기석 씨가 '대안마을에서 마을 시민으로 살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임종금 기자

그렇게 육성된 마을 시민은 마을 기업을 구성한다. 정 씨는 마을 공동체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책임의식 있는 사업 주체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는 책임 질 주체가 없는 사업은 모두 망한다고 강조한다. 마을 기업이 마을 공동체 사업에서 최소한의 책임있는 주체로서 작용해도 성공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대부분 마을 만들기가 외부인 유입을 의식한다고 지적한다. 마을 조경에만 신경쓰는 사업은 마을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내실 갖추기를 권한다. 내부인·귀농인 생활에 꼭 필요한 사업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그는 마을 노인을 위한 공동생활 주택을 만드는 사업을 예로 들며 이런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대안마을인 것이다.

강연에 쏟아진 관심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한 참가자가 의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마을 공동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젊은 사람이 필요한데 이들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은 없냐는 것이다. 정 씨는 20대에게 귀농은 아직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한다. 그들이 농촌에서 할 일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는 함양에 녹색대학, 홍성에 풀무학교 사례를 언급하며 농촌에서 20~30대가 해야 할 역할이 바로 마을 기업이라고 강조한다.

마을의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마을 살리기에 희망적인 얘기가 더 필요하지 않냐는 것이다. 정 씨도 인정한다. 자신은 '삐딱한' 것만 보이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에게도 희망은 있다. 그는 진정성과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진 마을 시민이 있다면 마을 살리기는 충분히 긍정적일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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