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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맑은 풍경 속에선 달리기만 해도 신나요

[동구 밖 생태·역사교실] (23) 양산

김훤주 기자 pole@idomin.com 2014년 11월 11일 화요일

11월 1일 마산 호계·큰샘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한 토요동구밖 생태교실은 양산 통도사로 떠났다. 여태껏 생태교실 생태체험을 절간에서 한 적이 없지 않았는데 어떤 이들은 이에 대해 조금은 이상하게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별로 그렇게 여길 까닭이 없다. 먼저 절간과 그 둘레는 대부분 자연생태가 잘 보존돼 있다. 아무래도 번잡한 도심보다는 사람들 발길이 조금이나마 덜하기 때문이겠고, 또 한편으로는 절에 사는 사람이나 절을 찾는 사람들이 이와 같은 자연생태를 비교적 덜 해치고 또 보호하기 때문이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도 볼 수 있다. 대부분 절간이 처음부터 아예 생태자연이 그럴듯한 데에다가 자리를 잡는다는 얘기다. 그리고 절에서 건물을 짓고 공간을 꾸미면서도 나무나 풀이라든지 샘물이라든지를 잘 갖추는 측면도 있다. 아울러 절간만 이렇게 하지도 않는다. 천주교나 개신교 또는 유교 같은 다른 종교 시설도 그렇고 도청이나 시청·군청 같은 공공기관도 그렇다. 그래서 창원시청이나 경남도청 또는 진주 문산성당 같은 데서도 훌륭하게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통도사 삼성각 앞 배롱나무를 배경으로 미션 수행 사진을 찍고 있다.

행여나 있을지도 모르는 종교 편향만 걷어내면 통도사 같은 절간은 아무 문제도 없고 오히려 훌륭한 생태체험 공간이라 하겠다.

어쨌거나 이날 오전 10시 30분 즈음 통도사 들머리에서 내린 아이들은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 선생님들과 열 팀으로 나뉘어 통도사 자연생태를 즐겼다. 그래도 그냥 둘러보면 재미가 덜할 테니까 주어진 미션을 푸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대부분 나무를 찾고 그 이름을 알아맞히는 것이었는데 보기를 들자면 이렇다.

삼성각 옆에 있는 나무는 별명까지 쳐서 이름이 셋인데 무엇일까를 묻는다. 물론 어린 아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객관식으로 냈다. 풀이를 하자면 이렇다. 정식 이름은 배롱나무이고 백일홍이라고도 부르며 별명은 간지럼나무다. 붉은 꽃이 여름부터 가을까지 줄곧 되풀이 피고지면서 백일이나 붉어서 백일홍이라 한다. 또 껍질은 옷을 벗은 맨살 같아서 간지럼을 잘 탈 것 같다고 별명이 간지럼나무다.

관음전 옆에 있는 목련, 약사전 앞 동백나무, 범종각 가까이 느티나무, 음식점 한송정 앞 감나무를 거쳐 산문(해탈문) 앞 세 그루 소나무까지 이른다. 그런 다음 천하대장군·지하여장군이라 새긴 돌장승 맞은편 조그만 은행나무에 멈춰 이게 과연 수나무일까 암나무일까를 가늠해 보게 했다. 옆으로 퍼지지 않고 위로 솟은 편이어서 수나무처럼 보이나 열매가(아주 조금이지만) 바닥에도 떨어져 있고 가지에도 매달려 있는 것을 보면 암나무라 할 수밖에.

어쨌거나 이런 미션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삽상한 가을 날씨 속에 풍경까지 빼어난 데를 제약 없이 걸으니 그저 즐겁기만 한 모양이다. 처음에는 왠지 시무룩해 있었던 아이 몇몇도 절간 마당을 이리저리 기웃대며 오가는 잠깐 동안에 기분이 맑아졌다. 노랗게 물든 느티나무 잎사귀처럼 곳곳에서 색색을 자랑하는 단풍들에 꽤 오래 눈길을 두는 아이도 있었고 바람에 휩쓸려 빠르게 바닥을 굴러 달아나는 낙엽과 누가 빠른지 달리기를 하는 친구도 보였다. 어떤 아이는 그렇게 구르던 낙엽이 바람과 함께 멈춰서자 벗은 웃옷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까부르기도 했다.

이렇게 미션 풀이를 하면서 나름 즐겁게 노닐다 보니 예정된 시각이 살짝 넘었다. 해탈문에서부터 입장료를 받는 데까지 이르는 숲길은 조금 걸음을 빨리해야 했다. 한쪽으로는 개울이 게으르게 흐르고 그런 개울과 오솔길을 제대로 잘 자란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며 둘러쌌다. 아이도 어른도 기분이 상쾌한데 높낮이가 거의 없어서 걷기도 좋은 1km 남짓이었다.

단풍 든 잎이 떨어지는 통도사 입구 길을 즐겁게 뛰어가고 있다.

바로 앞 통도식당에서 가볍게 점심을 먹은 다음 원래는 양산이었으나 지금은 부산 북구가 돼 있는 화명생태공원으로 버스를 타고 갔다. 가는 길에는 시간 절약을 위해 통도사 미션 문제 풀이를 했다. 죽죽 풀어나가는데 절간에 있는 연못을 만든 으뜸 목적이 무엇인지 묻는 문제에서는 대부분이 맞히지 못했다. 아마 조경을 위해서라고, 보기 좋게 가꾸기 위해서라고 생각하지 싶은데 실은 화재에 대비하는 목적이 가장 크다. 옛날에 절간이 망하는 까닭은 두 가지였다고 한다. 하나는 불이 나서 깡그리 다 태우는 바람에 망하고, 아니면 빈대·벼룩·이 따위가 너무 많아 살 수 없는 지경이 돼서 망한다는 얘기다. 생각해 보면 금세 이해가 된다. 절간 건물을 보면 거의가 불이 잘 옮겨 붙고 타기 쉬운 나무들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많이 틀린 문제는 돌장승 맞은편 은행나무 암수를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한 팀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암나무로 봤다. 은행나무 암수를 구분하는 기준은 두 가지. 열매가 열리는지 여부와 나무 모양이 솟았느냐(수) 퍼졌느냐(암)다. 수나무는 꽃가루를 조금이라도 더 멀리 퍼뜨리려고 높이 솟고, 암나무는 꽃가루를 약간이나마 더 받으려고 벌어진다고 한다. 그렇지만 벌어졌어도 열매가 맺히지 않으면 수나무이며 솟았어도 열매가 달리면 암나무다. 아이들은 오늘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알게 됐다. 또 은행나무는 잎이 뾰족하지 않은데 그래도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로 구분되는 줄도 알았다.

미션 결과를 봤더니 여덟 문제 가운데 여섯 이상 맞힌 팀이 셋이나 됐다. 화명생태공원에 내려 주사위 던지기로 등수를 결정해 1등 팀 아이들에게는 1000원이 든 장학금 봉투를 하나씩 건넸다. 이어서 퀴즈 풀이를 하는 등 게임을 하고는 잘한 팀에게는 장학금을 또 전달했다. 잔디밭에서 이어달리기를 하면서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즐겁게 한때를 보냈다.

화명생태공원 잔디밭에서 이어달리기를 하는 모습.

마지막에는 갈대와 억새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봤다. 구분하는 법을 아느냐 물었더니 손을 드는 친구가 하나도 없다. 갈대는 2m 이상 3m까지 키가 크고 억새는 그렇지 않다. 갈대는 잎이 넓고 크지만 억새는 작고 좁다. 갈대는 꽃술이 굵은 데서 다시 작은 가지로 사방 흩어지지만 억새는 위로만 향한다. 결론삼아 말하면 억새는 억세지 않고 오히려 갈대가 억세다.

아주 쉽지? 그런데 모를 때는 엄청 헷갈린단다. 어른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 아주 단순한 이런 정도만 알아도 모르는 친구한테는 대단해 보인단다. 오늘은 이것 하나만 분명하게 알아두자. 벌써부터 어깨를 으쓱이는 친구 몇몇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바다만큼이나 넓어진 낙동강 가로 나가 습지 지표 식물인 왕버들도 살짝 눈에 넣은 다음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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