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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사회적경제] (1) 전점석 경남협동조합협의회 이사장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2014년 11월 11일 화요일

‘사회적경제’라는 말이 익숙하신가요?

그동안 우리 주변에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관련 조직과 단체는 많이 생겨났는데요. ‘사회적경제’는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지향하는지 등을 공감하는 일은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조직 지원과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골자로 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이르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할 전망입니다. 지역사회에서 ‘사회적경제’를 논의하고 제대로 구축하는 것도 이제 첫발을 뗄 시기입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우리 동네 사회적경제’라는 기획 기사를 계속 싣습니다. 지역에서 ‘사회적경제’를 뿌리 내리려고 뛰는 이들을 만나고, 다양한 현장을 찾아갈 계획입니다. 사람과 현장을 통해 ‘사회적경제’를 좀 더 친숙하게 느끼고, 이에 대한 논의도 확장했으면 합니다. 한 주 걸러 한 달에 두 차례씩 독자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경남협동조합협의회 전점석 이사장은 2011년 2월 창원YMCA 사무총장직에서 퇴임했다. 31년간 근무했던 YMCA를 떠났는데, 이전까지 해온 시민운동에서 한 발짝 물러난 셈이었다. 퇴임 이후에는 줄곧 협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협동조합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면서 협동조합으로 지역사회를 바꾸려는 꿈도 꾸고 있다. 경남협동조합협의회 창립 1주년이던 지난달 말 전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점석 경남협동조합협의회 이사장이 협동조합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경쟁사회에서 협동사회로 = 전 이사장이 사무총장에서 물러나 1년 정도 쉬던 때였다. 협동조합 활동을 본격화하기 전이었다. “우리 사회가 안은, 혹은 앓는 것을 생각해보니 경쟁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면 과학고등학교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과학고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은 부러워하는데, 정작 자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이다. 그 원인이 무한경쟁 때문이라고 봤다. 우리는 살아남으려면 경쟁을 해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배워왔다. 이미 경쟁으로 피폐해져 있다.”

이런 경쟁사회를 벗어나 협동사회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굳혔다. “근본적으로 경쟁사회를 협동사회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우열을 갖고 태어난다고 보는 입장이나 논리대로라면 조화, 겸손, 협동, 다양성은 설 자리가 없다. 진보진영도 정치적 이슈에는 약자의 편이지만, 경쟁 논리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전 이사장은 여러 학자와 작가의 관점을 언급했다. “최재천 교수(국립생태원장)가 쓴 책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가 있다. 다윈의 이론 역시 적자생존이 아니라 다른 종과 조화를 이루면 오래 살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윤구병(동화작가)이 쓴 〈잡초는 없다〉도 마찬가지다. 잡초는 나쁜 것이고 이름 있는 것만 좋은 것이라며 우열을 가리는데, 그런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이름을 모르는 것일 뿐 다양성을 최대 가치로 보는 것이다. 전우익 작가의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도 이웃과 어울려 산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모두 삶에 대한 자세가 전혀 다른 것이다.”

협의회는 지난해 10월 말 창립했다. 그는 준비위원장을 맡다가 이사장이 됐다. 지난해 1월 창립한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도 맡고 있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은 ‘햇빛발전’을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의 대안으로 삼고, ‘협동조합’을 위기의 자본주의 대안으로 지향해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

햇빛 또는 풍력 발전 협동조합 등이 모여 만든 전국시민발전연합회는 지난 4월 창립했다. 그는 정부를 상대로 활동하는 이곳 회장도 맡고 있다. “3개 직책을 맡게 된 건 준비하는 사람 가운데 내가 나이가 제일 많아서다. (웃음)”

◇다른 협동조합을 찾는 까닭 = 2012년은 협동조합에 의미가 있는 해였다. UN(국제연합)이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정했고, 그해 12월 우리나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됐다. “제일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 경남에도 협동조합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데, 자리를 잡거나 없어지기도 한다. 이런 과도기가 짧아도 5년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통계로는 국내 중소기업 생존율도 5년 이내 20%라던데, 협동조합 역시 부침을 거듭할 것이다. 이를 개별 협동조합 책임으로 돌릴 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협동조합 지원 정책을 짜야 한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만 2년이 안 됐는데, 지자체가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수립하기에는 짧은 기간이었다.”

다행히 협의회와 도의회, 도청 공무원 등이 함께 노력해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 조례가 만들어졌다. 올해 지방선거 이후에는 예산 3000만 원도 편성됐다. 현재 협동조합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얼마 전 경남에서 처음으로 협동조합 워크숍이 진행됐다.

지난 9월부터는 협의회 이사장으로서 지역 협동조합을 찾고 있다. ‘협동조합 투어’다. 하루 일정으로 1개 시·군에서 협동조합 5~6곳을 방문하는데, 김해, 통영, 진주 등을 돌았다. “창원에만 68개 협동조합이 있지만, 각자 협동조합 일로 바빠 서로 모른다. 찾아가봐야 어려움이나 분위기를 알 수 있으니까 협의회 기능도 할 겸 투어를 진행 중이다.”

투어 이후 느낀 점이 있다. “열심히 하는 곳도 있지만, 아직 간판도 못 붙이거나 그동안 해온 자영업과 유사한 곳도 있다. 협동조합을 하면서 지원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은 심사를 거쳐 인증이 되면 인건비를 포함해 지원을 해주지만, 협동조합은 다르다. 5명 이상 모이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인·허가 대상이 아니라 등록 대상이다. 그래서 5명이 모인 곳도 있고, 2000명이나 되는 곳도 있다. 차이가 크고 그만큼 자유롭다. 무엇보다 자립적이어야 한다.”

◇“지역사회 경제 판을 다시 짜고 싶다” = 전 이사장은 협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꿈을 꾸고 있다. “우리나라 협동조합 모범 도시는 원주라고 한다. 견학도 많이 가봤는데, 장일순 선생을 중심으로 훌륭한 분들이 활동해 협동사회를 지향하는 협동조합과 NGO의 네트워킹이 벌써 만들어져 있다. 꿈을 이야기하자면, 협동조합으로 지역 판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지금 과도기를 잘 지내고, 다다익선, 다양한 협동조합으로 지역사회 주류 경제의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아직 먼 미래라는 것을 알고 있다. “주식회사나 유한회사가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게 쉬운 쪽으로 개선되고 있어 바람직하다. 주식회사가 잡은 지역경제를 협동조합이 주류를 이루는 쪽으로 다시 짜는 건 아득히 먼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방향은 잡고 있어야 한다.”

협의회는 최근 시·군 연합 조직을 꾸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협의회 창립 당시 경남에는 협동조합이 70여 개로 시·군 조직을 짤 엄두를 못 냈지만, 지금은 200여 개로 그 수가 부쩍 늘어 협의회보다 작은 연합 조직을 만들 때가 됐다고 판단한다. “경남 협의회 조직 근간은 시·군 조직이 돼야 한다. 그래야, 개별 협동조합도 체감할 수 있는 연합 활동을 펼 수 있다. 진주에서 7곳이 먼저 연합회를 만들었고, 창원에서도 준비위원회 모임을 하고 있다.”

협동조합 간 거래 규모도 차츰 넓혀야 한다고 했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이 150년 역사적 경험으로 만든 협동조합 7대 원칙에는 협동조합 간 협동과 거래가 중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협동사회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 협동조합인데, 당연한 일이다. 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몸은 경쟁 논리에 물들어 있다. 그래서 앞서 활동한 이들을 통해 나를 비춰본다. 요즘에는 사소한 것이지만, 슈퍼마켓에서 우유를 사먹어도 유일하게 협동조합인 서울우유를 사먹고, 기왕이면 협동조합 제품을 이용하려 한다. 경조사나 이·취임식 등 행사에 보낼 화분이 필요하면, 진주화원협동조합을 이용하고 있다. 사무실 컴퓨터도 창원에 있는 협동조합을 통해 구입했다.”

전 이사장은 협동조합이 활성화하면 지역사회와 지역민 생활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현재는 협동조합 간 거래 규모가 미미하니까 지역사회에서 주류 경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캐나다 퀘벡, 이탈리아 볼로냐, 스페인 몬드라곤 등에는 도시 인구보다 협동조합원 수가 훨씬 많다. 이를테면 도시 인구는 200만 명인데, 조합원 수는 300만 명이다. 1인이 2~3개씩 가입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 나도 신협 조합원이고, 햇빛발전 조합원이다. 자식 장가 때 돈이 필요하면 신협에서 빌리고, 아프면 병원협동조합에서 치료하고, 일용한 양식은 농협 등에서 구하고. 생활의 모든 부분을 협동조합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역사회가 되면, 굉장한 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기 중 협동조합을 5000개 만들겠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다. 캐나다는 가장 큰 금융기관이 은행협동조합이다. 이곳에서 다른 협동조합을 돕는 상품도 개발한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사례가 곧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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