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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바꾸겠단 상상력 다 어디 갔을까

[동전]김해문화의전당 '한국현대미술의 흐름Ⅶ-리얼리즘전'

이미지 기자 image@idomin.com 2014년 11월 10일 월요일

9일 폐막한 광주비엔날레에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은 끝내 걸리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홍 화백의 걸개그림은 비엔날레 개막 전부터 논란이 됐다. 주최 측이 그림이 직설적이라며 전시를 유보했고 광주지역 작가들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항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결국 홍 화백이 자진 철수를 결정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한국 현대미술에서 '리얼리즘'은 무엇일까? 지난 7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는 '한국현대미술의 흐름Ⅶ-리얼리즘전 학술세미나'가 열려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과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사가 참석했다.

◇캔버스에 들어온 노동·농민

리얼리즘 미술은 비현실성을 배제하고 현 사회를 냉철하고 정확하게 조명한다.

김인혜 학예사는 냉전시대로 아시아 리얼리즘을 설명했다. 그는 "소련과 미국의 대립은 예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공산·사회주의에서 미술은 쓰임이 있어야 했다. 교육과 계몽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 바로 리얼리즘 미술이 필요했다. 농사와 농부를 아주 긍정적으로 그린 베트남 그림, 비 오는 날 전화를 수리하는 여성을 밝게 그린 중국의 그림처럼 사회주의 국가에서 리얼리즘은 노골적으로 표현됐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1970년대 한국은 어땠을까? 미국에 지향점을 두고 예술 자체 목적과 자율성을 강조했다. 사회와 단절되어야 한다는 경향이 짙었다.

회화의 물질적 특성과 형식을 중요시했고 추상화와 단색화가 각광을 받았다. 관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었지만 메시지는 없었다. 그때 이런 흐름에 반기를 든 미술인들이 등장했다.

김인혜 학예사는 "한국 리얼리즘은 현실 참여를 하며 미술을 정치운동의 하나로 쓰는 부류와 추상미술은 반대하지만 미술을 예술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부류가 있었다. 이들은 땅·지역, 역사, 사람에 집중해 그림을 그렸다. 역사를 미화하지 않고 객관화해 바라봤고 우리가 서 딛는 땅에 관심을 뒀다. 미술 주제로 등한시됐던 노동과 농민이 전면 주제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1980년대까지 아시아는 냉전 이데올로기와 독재정치 등 혼란한 세월을 그대로 화폭에 담아냈다"고 했다.

오윤 작 '가족'

◇리얼리즘에서 현장미술로

리얼리즘은 전시장 미술(전시장에 걸려고 그리는 그림)에 반대하는 현장미술로 나아갔다.

1979년 홍성담과 최열 등이 창립한 '광주자유미술인회(광자협)'처럼 현장 활동에 뿌리를 둔 미술가가 창작집단을 중심으로 걸개그림과 판화, 벽보 전단 종류의 시각 이미지를 생산해냈다.

김준기 학예실장은 "현장미술은 광자협 같은 소그룹으로 출발해 서울미술공동체 같은 미술인 대중조직으로 성장했다. 학생 미술도 현장미술에 동참했다. 1987년 서울지역에서 청년미술공동체가 출범했고 이어 전북과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장미술은 1990년대 이후 사회가 바뀌면서 변화를 겪는다. 후기 자본주의적 양상과 사회주의 붕괴, 국내 정치 변화에 따라 활동 반경이 줄어들었다.

민주정부 수립, 노동해방 등 선명한 이슈를 잃어버린 현장에서 1990년대 이후 현장미술은 환경, 계급, 가족 등 영역으로 소재를 넓혔다.

경남·부산 지역에서는 '그림패 낙동강', '해빙'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미술을 사회 발전에 능동적 역할을 해내는 생산분야로 규정하면서, 지역민의 삶과 의식을 반영하는 소시민적 삶에 관심을 두자고 했다.

김재환 학예사는 "이들은 이후 386세대 미술로 자리 잡아, 2000년대 이후 새로운 양상의 사회 예술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담 작 '오월-38-새벽전투'

하지만 현대미술에서 리얼리즘은 외면받는 실정이다.

김재환 학예사는 "현장미술(리얼리즘)이 쇠퇴한 이유를 명확하게 바라봐야 한다. 민중 미술이 실패한 게 아니라 운동이 사라져 현재 작아져 있을 뿐이다. 운동가와 사회운동이 쇠락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얼마 전 만났던 원로 화백 말이 선명하다. 요즘 미술은 삶의 영역을 다룰 때 냉소적이고 '간지' 나는 자세만 취한다고, 사회를 바꾼다는 큰 상상력은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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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7월부터 지역 문화 소식을 전합니다:) 전시와 문화재, 맛이 중심입니다 깊이와 재미 둘 다 놓치지 않겠습니다:D 소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