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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하다꼬? 높낮이 더하면 더없이 정겹데이∼

[한국 속 경남]경상도 말의 특징은? 저조·중조·고조 '3성 체계' 중국어·일본어처럼 들려

남석형 기자 nam@idomin.com 2014년 11월 07일 금요일

'가가 가가가?'

무슨 말인지 쉽게 알아채기는 어려울 것이다. 글로 옮겨서 그렇지, 말로 전달하면 어렵지 않게 알아들을 수도 있다. 적어도 경남 사람이라면 말이다. 풀어보자면 '그 애 성이 가씨냐?' 정도 되겠다. '가가 가가가?'에는 경남 말 특징이 잘 담겨 있다. 소리의 높낮이라 할 수 있는 '성조', 그리고 '축약'이다.

무의미한 권역별 구분

한반도 내 방언은 6개 권역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평안도·함경도·중부·전라도·경상도·제주도 방언이다.

다른 말로 '동남 방언'인 경상도 방언은 경남·부산·경북·대구가 뭉뚱그려 있다. 학자에 따라서는 이를 진주권·부산권·안동권·대구권이라 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범위를 '경남'으로 좁혀 이야기하고자 한다. 경남은 다시 진주·고성·사천 등 서부권, 창원·함안 창녕 등 동부권으로 나누기도 한다. 더 세분화하면 도내 18개 시·군별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군은 행정적으로 구분해 놓은 것이다. 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리·문화적 여건을 모두 아우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바다가 흔히 내려다보이는 평야에 사는 어느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괴기 배 따는 뱃사람과는 통용 안 한데이∼" 바로 옆 동네지만 생활환경에 따른 심리적 경계를 둔 것이다.

송창우(47) 시인도 이런 얘길 전했다. "제가 자란 부산 가덕도에 두 개 면이 있습니다. 산 너머에 있는 우리 동네 사람들은 저쪽을 갯가 사람이라고 합니다. 문화도 우리는 김해·부산권, 저쪽은 거제·마산권입니다. 그러다 보니 두 개 동네가 말도 다르고 생각도 다릅니다. 같은 섬 안에서도 이렇게 차이 나는 겁니다."

이렇듯, 방언 연구에서 권역별로 묶어 접근하는 것은 20년 전 방식이라고 한다. 이제는 시골 면별 단위로 더 자세히, 세분화해 조사한다고 한다.

여기서는 우리 경남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에 대한 상징적인 것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시끄럽게 들리는 이유 '성조'

귀에 익은 이야기 몇 가지를 해보자. 경남 사람 둘이 서울 버스 안에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는데, 주변 사람들은 싸우는 걸로 받아들이며 슬슬 피했다는 것이다. 또 경남 사람이 서울 지하철 안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으니, 서울 사람이 "중국사람 맞잖아"라고 했다고 한다.

경남 말은 세고 시끄럽게 들린다. 그 이유는 '성조'에서 찾을 수 있겠다.

'가(↗)가(↘) 가(↘↘)가(↗↗)가(↘)'와 같이 '성조'는 소리 높낮이로 뜻을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억양이 문장 전체를 관통하는 높낮이라 한다면, 성조는 단어를 결정하는 높낮이라 할 수 있다.

경남 말은 일반적으로 저조·중조·고조로 나누는 '3성' 체계다. '말'을 예로 들어보자. 말·되·홉 할 때 쓰는 용량 단위인 '말'은 고고, 달리는 '말(馬)'은 고저, 입으로 하는 '말(言)'은 저고다.

15∼16세기 중세 국어는 성조 체계였다고 한다. 지금은 성조가 경상도, 함경도, 강원도 일부에만 남아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지리적 부분 때문으로 해석된다. 말을 하고 듣는 것은 습관이다. 그 습관은 세월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다. 성조 소멸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데 중앙이라 표현되는 지금 서울지역에서부터 주변부로 퍼져나갔지만, 한반도 아래·위에 있는 경상도·함경도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서울 말은 길고 짧은 '장단'만 있다. 높낮이 있는 경남 말이 그들 귀에 잘 들리지 않는 이유다. 경남 사람들 목소리가 큰 부분도 있겠지만, 성조 때문에 세고 시끄럽게 들리는 것이다.

중국말도 성조어다. 그런데 경남 말보다 한 단계 높은 '4성' 체계다. 평평한 것, 올라가는 것, 위에서 평평한 것, 급하게 내려오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경남 말보다 더 요란하게 들린다. 경남 사람 입에서조차 "옆집 중국 사람들 대화 소리가 신경쓰여 밤에 잠을 설친 적이 있다. 큰 소리가 아니었는데도 그렇더라"는 말이 나온다.

경남 말은 '와? 이기 다 니끼가?'와 같이 한편으로는 일본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일본 말에도 성조가 남아 있고, 모음 체계도 비슷하기 때문으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경제적인 언어 습관 '축약'

프로야구 롯데의 부산 사직구장 최고 히트작은 '마!'다. 상대팀 투수가 견제구를 던지면 관중석에서 어김없이 나오는 구호다. '짜증난다' '시간 끌지 말고 빨리 해라'는 메시지가 '마!' 하나에 담긴 것이다.

언어라는 게 의사 소통을 위한 것이다. 짧게 말했는데도 상대방이 알아들으면 그것만큼 경제적인 것이 없다. 경남 말이 그렇다.

'야 이놈아'가 '야 임마'로 줄어들고, 그것이 또 '얌마'로까지 된다. '뭐 하러 그러나'가 '만다 그라노'로 되고, 또 '만다꼬'로까지 줄어든다.

우리 말에는 'ㅣ' 'ㅜ' 'ㅟ' 'ㅔ'와 같은 단모음이 모두 10개다. 그런데 경남에서는 서부지역을 제외하고는 6개 모음만 사용한다. 이 또한 경제적인 언어 습관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경남 말은 이렇게 축약이 많을까? 방언 연구가들은 산골로 갈수록 말 줄임이 심하다고 한다. 여기서 흔히 거론되는 것이 살아가는 환경 영향이다. 먹고살기 어려운 척박한 자연·생활 환경이 여기 사람들 말 습관까지 바꾼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바다 낀 고장이 많다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배 위에서는 말을 간결히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뱃사람들은 그래서 목청이 클 수밖에 없고, 그것이 또 화끈한 이미지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 하나 더 하자면, 위에서 돌이 굴러 떨어지는 상황이다. 충청도는 "아부지∼ 돌∼ 굴러가유∼"라는 아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돌에 맞았다고 한다. 반면 경남은 '아버지, 돌'이라고 말하는 아들보다 아버지가 먼저 피해 있었다는 것이다. 경남 사람의 급한 성격, 그리고 축약된 말이 동시에 담겨 있다.

이처럼 성격이 급해서 말 축약이 심해졌을 것이라는 추측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방언 연구가들은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그렇게 추론할 수는 있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기에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격이 급해서 말이 변한 것인지, 말이 그렇기 때문에 성격이 변한 것인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라는 것이다.

편하게 하려는 발음, 그리고 말 맛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제'를 '갱제'로 발음하기로 유명했다. '확실히'도 '학실히'로 발음했다. 이는 발음을 편하게 하려는 경남 사람들 특징이다.

ㄱ을 ㅈ으로, ㅎ을 ㅅ으로, 받침을 생략하는 것 등이다. 김치→짐치, 흉본다→숭본다, 돌덩이→돌디이 같은 식이다.

비슷한 말도 뉘앙스에 따라 달리 전해진다.

'왜'라는 뜻이 담긴 경남 말에는 '와' '만다꼬'가 있다. 그런데 이 둘에는 차이가 있다. '와'는 상대적으로 '왜'의 의미를 충실히 담고 있지만, '만다꼬'는 뭔지 모를 불만의 의미가 담겨 있다.

'하소' '하이소'는 '이' 하나 차이지만 받아들여지는 것은 많이 다르다. '하소'는 무뚝뚝함·건방짐이 묻어 있는 반면 '하이소'는 공손함이 전해진다. 더 높이면 '하시이소'가 된다.

말 끝에 붙는 '예' '요'도 그렇다. 경남 사람이 '서울 말' 따라할 때 생각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개그 프로에서 '서울 말은 끝 말만 올리면 되는 거 모르∼니(↗)'라고 했듯, 끝 부분을 올리는 것이다. 또 하나는 말끝에 '예'가 아닌 '요'를 붙이는 것이다. 그런데 '예'는 정감있게 다가오고, '요'는 좀 건방지게 받아들여진다. '요'는 곧 서울말 따라하기라는 인식에서 나오는 일종의 반감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경남 말은 '밥 무긋나(↘)'와 같이 묻는 말에서도 끝을 내린다. 그래서 좀 무뚝뚝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무긋'에서 음을 한껏 올리면 더 없이 살갑게 다가오기도 한다.

/취재자문 박근배(경남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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