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방언연구가 김정대 경남대 교수…각 지역 다양한 농·어업 용어 등 우리문화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30년 전만 해도 시골에 놀라운 방언이 많았습니다. 그때는 집단생활이다 보니 전승이 잘 되었죠.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또 서울로 다 나가니 갈수록 사라지고 있습니다. 방언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제 마음이 급해집니다. 나중에는 방언을 녹음기로 들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경남 등 각 지역 방언은 오늘날 빠른 속도로 소멸하고 있다. 서울로 사람이 몰리고, 또 그쪽 사고로 살아가려 한다. 무엇보다 방언을 하대하는 사회적 인식이 문제다. 모든 지역에서 표준어를 사용한다면 '언어 통일성' 측면에서 이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방언이 없어져서는 안 될 이유가 분명히 있다.

도내에서는 지난 2012년 5월 '경남방언보존연구회'가 만들어졌다.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정대(61·사진) 교수도 여기서 활동하고 있다. 김 교수는 먼저 큰 틀에서 이야기를 꺼냈다.

"언어는 인류가 만든 최고 문화유산입니다. 나라마다 말이 다른 것은 사람들 사고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생태계 종이 다양하지 않고 한 종이 독식하면 먹이사슬은 깨지잖아요. 다양성 면에서 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수 언어가 사라져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김 교수는 표준어를 더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방언은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이 바다를 끼고 있습니까? 농촌도 아니고 산골도 아니잖아요. 우리나라에는 농사짓는 곳, 바다 낀 곳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곳에서 필요한 농·어업에 관한 용어들이 숱하게 있죠. 즉, 표준어가 감당하기 어려운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말들을 방언이 녹여내는 겁니다. 그런데 그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말이라고 버리잖아요. 나중에 그 용어가 다시 필요하면 영어를 쓰거나 하겠지요. 그러면 수많은 우리 문화가 사라지는 겁니다."

방언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로 정체성·정서 문제를 들었다.

"어릴 때 여기서 지내다 서울로 간 친구가 있습니다. 명절 때 와서 친구들이 함께 모인 자립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너희들 잘 지냈니?'라고 서울말을 쓰면 분위기가 어떻게 되겠어요? 관계가 끊기는 겁니다. 서울에 갔는데 어디선가 경상도 말이 들리면 자기도 모르게 반갑잖아요. 이렇듯 방언은 그 지역 정체성·정서적인 것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죠."

그 외 국어사 연구, 국어정책 수립에서도 방언은 큰 몫을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라지는 방언을 살릴 구체적 방안은 뭐가 있을까?

"표준말 쓰는 공무원만 있으니 시골 노인들이 말을 잘 못 알아들어요. 실제로 방언 잘 사용하는 사람을 공무원으로 특채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 지역 자치단체·기업에서 방언 구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우대하는 걸 생각해 볼 수 있죠. 학교에서도 교육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냥 하라면 안 하잖아요. 시험 문제에 넣어야겠지요. 또한 사투리경연대회에서 입상하면 입시에 우대하는 당근책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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