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38) 대전 장태산 자연휴양림

올해도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설 때까지 마땅히 쉼표를 찍을 여유는 없다.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싶다.

형형색색의 고사리손 같은 단풍은 자연에서의 하룻밤을 유혹한다. 요즘 휴양림에는 자연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숙박시설을 마련해 놓고 있다. 걷기 좋은 날씨가 이어지는 지금, 더는 미루지 말고 숲으로 들어가 보자.

전국 최대 메타세쿼이아 길을 보유하고 있는 장태산 자연휴양림(대전광역시 서구 장안로 461). 장태산 자연휴양림은 1970년대부터 조성된 국내 유일의 메타세쿼이아 숲이 울창한 곳이다. 메타(Meta)는 '뒤', '나중'이라는 뜻이고, 세쿼이아(Sequoia)는 북미 서안 캘리포니아주 인근에 자생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 중 하나인 '세쿼이아' 나무를 가리킨다. 특히 석탄기 이전부터 번성한 식물이라 은행나무와 함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린다.

장태산 자연휴양림은 주차장에 발을 디딜 때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굽이굽이 휴양림으로 들어서는 길부터 나무들의 손짓이 예사롭지 않더니 정문을 지나자마자 듬직한 모습의 메타세쿼이아가 우리를 반긴다.

어쩜 이리도 곧게 하늘로만 자랐을까. 단단한 기둥 같은 몸통은 뒤틀림 없는 꼿꼿한 자세로 끝 간 데 없이 솟았다. 갈색으로 물들어 가는 나뭇잎은 조경사가 잘 다듬은 듯한 긴 삼각형의 모습으로 걷는 걸음마다 동무가 되어 준다.

대전 장태산 자연휴양림에는 전국 최대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다. 휴양림 속 연못과 메타세쿼이아. /최규정 기자

깊은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촘촘히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은 숲의 고요함과 청량함으로 우리를 어루만진다. 곳곳에 앉을 수도 혹은 누울 수도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어 걷는 길이 부담스럽지 않다. 연못을 가로지르는 덱 앞에 섰다. 청명한 하늘과 나무들이 연못 속에서 데칼코마니를 이루고 있다. 하늘도 푸르고 연못도 푸르다. 끝 간 데 없는 나무가 연못 깊숙이 들어갔다.

장태산 자연휴양림에는 숲 체험 스카이웨이라는 길이 있다. 메타세쿼이아의 키가 워낙 크다 보니 나무 중간쯤의 높이에 목재덱으로 길을 만들어 놓은 것. 늘 우러러보기만 했던 잎 사이를 걷는 기분이 색다르다. 하늘길을 따라가면서 숲에 대한 각종 이야기를 적어 놓은 안내판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카이웨이는 스카이타워로 이어진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나무 다리를 따라 정상에 서면 장태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 정상의 형제바위 위에 있는 전망대에서 인근 산 풍경은 물론 낙조까지 바라본다면 가히 형용할 수 없는 장관에 감탄을 자아낼 듯하다.

휴양림 중간쯤 자리한 숙박시설은 평형별로 다양하다. 4인용인 까치실, 제비실, 5인용인 뻐꾸기실, 참새실이 모여 있다. 6인용 숲 속의 집은 감나무집, 대나무집, 밤나무집, 벚나무집, 잣나무집, 전나무집, 참나무집, 향나무집 등의 이름을 달고 있다. 15인용 대형 숲 속의 집은 세쿼이아집, 소나무집 등 두 동이다.

청명한 한낮의 숲과 고요하면서도 스산한 한밤의 숲, 그리고 안개가 나지막히 깔린 새벽의 숲은 각기 다른 세상을 선물한다.

휴양림을 떠나기 전 장태산 휴양림을 창립한 고 임창봉 선생의 흉상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한평생 나무를 사랑한 독림가 송파 임창봉 선생은 1972년부터 장태산 80여ha(24만 평)에 2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정성을 다해 가꾼 분이다. 1991년에는 민간 최초의 휴양림을 만들고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숲을 가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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