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이에게 문자 대신 정성 담긴 손글씨 어때요?"

'소녀의 감성을 디자인하다.'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에 있는 2층짜리 가정집의 1층. 사무실보다는 일반 가정집이 어울리는 공간이 있다. 간판 하나 없지만 이곳에선 패기 있는 젊은 사업가 두 명이 펜을 잡고 무언가에 집중해 디자인에 열중한다.

김자은(25) 씨와 유정우(25) 씨가 소녀의 감성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주인공이다. 이들의 사업 아이템은 '디자인 문구(학용품)류'다.

두 젊은 사장님은 고등학교 시절 함께 미술학원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이후 김 씨는 건국대에서 산업디자인, 유 씨는 계명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리고 지난 2012년 10월 당당히 사업자등록을 하고 창업을 선언했다.

두 명의 젊은 사업가는 이제 만 2년이 넘은 온라인 쇼핑몰의 주인장이다.

"처음에는 피피크루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쇼핑몰을 냈고, 최근에는 상호를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다는 뜻에서 메리샌드로 바꿨어요."

쇼핑몰 '메리샌드' 유정우(왼쪽), 김자은 씨가 직접 디자인한 카드와 엽서, 텀블러를 선보이고 있다. /박종완 기자

이들의 주력상품은 카드와 엽서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들어 있는 카드와 엽서뿐 아니라 텀블러, 다이어리 등도 판매를 한다. 다만, 카드지갑이나 폰케이스처럼 꾸준한 인기몰이를 하는 물품들은 판매하지 않는다.

소녀의 감성으로 직접 디자인해 디자인문구를 파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지 잡화점처럼 많은 물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두 명의 디자이너 겸 사장님은 직접 디자인하고 공장에 의뢰해 샘플까지 챙긴다. 홈페이지 관리와 SNS를 통한 홍보에도 열중한다. 제품을 의뢰하는 곳은 파주, 대구 등 지리적으로도 먼 곳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분주히 움직이지만 아직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유 씨는 "어릴 때 저희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디자인들이 있었잖아요. 이런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까? 하고 예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이제는 직접 만드니까 행복하긴 한데 아무래도 사업수완이 부족해 이윤이 적어요"라고 말했다.

김 씨 역시 "사실 많은 물건을 팔고 싶어도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포기하는 편이죠. 우리는 라이플 페이퍼라는 외국계 기업처럼 카드와 엽서로 유명한 회사가 되고 싶어요. 목표는 일단 최고로 잡아뒀어요"라며 웃었다.

이들의 창업 이유는 딱 하나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재밌어하는 일이자 하고 싶었던 일인 만큼 열정적으로 하고 있어요. 근데 친척들이 회사에 다녀라, '문방구' 같은 거 하지 말고 차라리 시집을 가라며 핀잔을 주실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속상해요."

김 씨는 창업 이전 서울에서 잠시 디자인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 기간 자신이 문구류부터 휴대전화 버튼 스티커 등을 디자인부터 재료와 업체 선정, 포장까지 직접 신경 쓴 적이 있다. 그 시간을 계기로 그녀는 창업을 결정했다.

"당시에 직접 단가를 측정하고 과정을 챙기면서 월급을 받는 것보다 내가 직접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어요."

이들은 초기 자본 200만 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각자 100만 원씩 투자해 처음 만든 물품은 텀블러와 공책이었다. 직접 디자인한 제품으로 첫 판매에 들어가 희망과 아쉬움을 만났다.

유 씨는 지난날의 과정에서 교훈을 찾았다.

"텀블러는 판매를 마쳤는데 노트는 재고가 아직 많이 남았어요. 처음 제품을 공장에 부탁하고 샘플도 받지 않았는데 노트의 질이 너무 안좋았어요. 이 일을 계기로 이제는 샘플은 항상 챙겨요. 하나의 실패로 좋은 경험을 쌓았어요."

지난해 4월, 군항제 기간에는 힘든 과정도 있었다. 군항제 기간 지정된 장소에서 벚꽃을 디자인한 제품들을 내놓고 판매를 했는데 포장마차가 즐비한 곳 사이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 사업가로는 어린 그녀들은 부모님의 갑작스런 방문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술에 취한 분들이 많았고, 부모님이 저희가 하는 일이 걱정이 되다 보니 군항제 기간 왔었는데 몰래 눈물 흘린 적도 있어요. 그 기간 판매실적도 엉망이었죠.(웃음)"

반대로 올해는 피드백을 확실하게 받은 적도 있다. 유 씨가 구매자에게 사인신청을 받은 것이다.

"9월에 서울에서 있었던 핸드메이드 페어에 참여했을 때였어요. 지나가던 한 분이 이 물건 직접 만든 거냐고 물어보셔서 맞다고 하니 가방에서 저희가 만든 다이어리를 꺼내시더군요. 그러면서 제게 사인을 부탁한다고 하셔서 잠시 당황했지만 사인을 해드렸죠."

때마침 메리샌드가 내세우는 카드와 엽서가 가장 '핫' 한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코앞이다.

"카드와 엽서로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추억을 공유해보세요. 요즘처럼 메신저나 문자메시지로 보내는 인사보다는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손글씨가 큰 선물이 될 수 있어요. 카드와 엽서는 저희 메리샌드가 최고니까 많이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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