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전현직 도지사 정책도 극과 극

전·현직 경남도지사가 벌이는 공방전을 두고 굳이 '영남권 맹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대권 주도권 다툼'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그러한 해석이 가능하게끔 한 세 도지사의 발자취는 뚜렷하다.

경남도의원·거창군수·경남도지사·총리 후보를 거쳐 집권 여당 최고위원에 오른 김태호 최고위원, 이장·군수·장관·대통령 정무특보·경남도지사를 역임한 김두관 전 지사, 검사·4선 국회의원·집권 여당 대표를 맡은 후 현 경남도지사로 재직하고 있는 홍준표 지사. 모두 화려한 '정치적 스펙'을 바탕으로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내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정치와 행정 능력을 동시에 발휘할 수 있는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남긴 성과는 곧 '미니 대통령 업무'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들 전·현직 도지사는 경남 도정을 운영하면서 어떤 차별성을 보여줬을까?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도정 성과를 비교 분석해 보니, 정책 현장에서도 서로 물고 물리는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김 최고위원이 도지사 시절 가장 의욕적으로 펼친 사업은 남해안 프로젝트였다. 그중에서도 '이순신 프로젝트'는 핵심이었다.

이순신 장군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미래 먹거리 사업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은 당시로서는 꽤 선도적이었다. 10여 년간 2140억 원을 투입해 경남 곳곳에 유형무형의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바닷속 거북선 잔해를 찾겠다는 다소 황당한 사업이 있었던 탓도 있었고, '짝퉁 거북선 복원'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이순신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감은 더욱 커졌다.

결국, 후임 도지사였던 김두관 전 지사가 이순신 프로젝트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지금은 미미한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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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 최고위원이 호출한 자신의 경남도지사 시절 치적은 공무원 노조 사무실 폐쇄였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5일 한 방송사 인터뷰 코너에 출연해 "공무원 노조 최후의 보루에 못질을 하면서 단호하게 대처했다"고 밝혔다. 국정 운영의 올바른 길을 찾는 일이라면 눈치 보지 않고 과감하게 나서왔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최근 최고위원직 사퇴 번복으로 말미암은 여러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임과 동시에,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하며 보수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홍준표 지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에 반해 김두관 전 지사는 '범야권 단일후보'로 당선된 데 걸맞게 민주노총 등과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비정규직 지원센터를 세우는 등 노동계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했고, 공무원 노조와도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전 지사 측이 내세우는 성과 중 하나로 모자이크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각 시·군에 적합한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해 200억 원씩 지원함으로써 그동안 실현되지 못했던 지방자치의 진정한 롤모델을 창출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홍 지사에 의해 사실상 폐기됐다. 홍 지사는 급기야 각 시·군마다 일괄적으로 200억 원씩 지원하는 건 "사회주의 방식"이라는 비판까지 보탰다. 홍 지사는 '거가대교 재구조화'를 통해 재정 적자를 해소하는 데 큰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지사 측은 이에 대해 "이미 마무리해놓은 사안에 도장만 찍어놓고 생색을 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김 전 지사가 어르신 틀니 보급사업,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 등 복지 정책에 심혈을 기울였다면, 홍 전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 무상급식 지원 중단 등 "무상 표퓰리즘 척결" 기치를 내거는 등 상반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홍 전 지사는 최근 마창대교 법인세 탈루 의혹을 제기하는 등 김 전 지사 재직 시절뿐 아니라 김 최고위원의 도지사 시절 실정 의혹도 끄집어내고 있다.

이 또한 몇몇 사안을 제외하고는 "도정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며 김 최고위원의 도정을 승계하는 모습을 보인 김 전 지사의 행보와 차별되는 지점이다.

민선 1기 도지사로 취임한 김혁규 전 지사가 10여 년간 도정을 책임진 이래, '김태호·김두관·홍준표' 지사는 짧게는 2년, 길게는 6년 정도씩 도백의 위치를 점했다. 그리고 김혁규 전 지사까지 포함해 모두 대권주자 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때문일까? 정책 연속성이 없고, 도정 또한 혼란스럽다는 공무원 사회의 볼멘소리가 나온 지는 꽤 오래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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