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강요된 재능기부

최근 재능기부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개인이 가진 재능을 사회단체 또는 공공기관 등에 기부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다. 개인이 가진 재능을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호의를 베풀면 그걸 권리인 줄 안다'는 말처럼 기부자에게 재능기부를 지속적으로 강요하거나 선의라는 이유로 재능기부를 당연시하는 사회적 풍토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가수 김산 씨는 최근 모 단체로부터 "좋은 일 하는데 재능을 기부해달라"며 행사 무대에 공짜로 노래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김 씨는 행사 취지에 공감해 허락했다.

하지만 이런 요청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김 씨는 "또 전화가 왔기에 한 번 정도는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옳지 않으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이후로는 연락이 없더라"면서 "저같이 노래로 먹고사는 전업 가수에게 재능기부는 억지스럽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기증자와 요청자 간 마음이 똑같아야 재능기부가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능기부 강요가 하나의 폭력처럼 비치기도 한다. 한 영화인은 "영화 구인 공고에도 재능기부로 사람을 구하더라. 재능기부 말이 좋지 그냥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악덕 고용주와 다를 게 없다"면서 "기부는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나누는 것인데 정작 있는 사람들이 재능기부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재능기부를 하든 안 하든 그건 기부자의 마음이다. 재능기부를 강요하고 악용하는 업체, 단체 때문에 특히 예술인에게 재능기부는 재능 착취, 재능 갈취로 다가온다. 무대와 전시에 목말라 있는 예술인에게 재능기부는 점점 자신의 재능이 공짜라는 생각이 들게 해 회의감마저 생긴다.

가수 권나무 씨는 "처음에는 존재를 알리고 관객 한 명이라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재능기부를 요청하는 전화를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 가 보면 행사 취지가 불분명하거나 뮤지션이 중심인 행사인데도 공짜로 무대에 서기 일쑤였다"면서 "기획안을 보면 음향비, 홍보비 등은 예산이 책정돼 있는데 뮤지션 일당은 아예 빠진 경우가 많다. 자생력이 없는 지역 문화계에서 재능기부는 예술인에게 가혹하게 다가온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 화가는 "재능기부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부터 우리는 이와 비슷한 활동을 해왔다. 오히려 재능기부라는 단어가 생기면서 자연스러운 마음이 부자연스럽게 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재능기부든 돈 기부든 하는 사람의 마음이 즐거워야지 그 의미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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