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이웃 고을 마실가자] (6) 전남 장흥 보림사와 통합의학박람회

2014년 '이웃고을 마실가자'는 경남 창녕·합천·통영 세 곳과 전남 장흥 한 군데에서 진행됐다. 창녕은 산토끼노래동산에 초점을 맞췄고 합천은 황매산 모산재 바위산의 드높은 기세와 운기가 중심이었으며 통영은 동래로·해남로·의주로 같은 조선시대 십대로 가운데 유일하게 경남에 종점이 있는 통영(별)로 마지막 구간을 소개했다.

장흥 같은 경우 전라도가 경상도에서는 지리적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거리가 적지 않다는 현실에 착안해 장흥 고을이 품은 여러 모습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데 힘을 쏟았다. 장흥군과 협의를 거쳐 세 차례 진행하되 봄에는 전국 명물 토요시장과 철쭉 제암산, 여름에는 보고 듣기가 아니라 몸으로 누리는 물축제, 가을에는 그윽한 보림사와 통합의학박람회를 찾기로 했다.

올해 마지막인 이번은 10월 23일(목) 아침 8시 창원 만남의 광장을 출발해 장흥으로 마실 다녀온 이야기다. 지역민 40명 남짓을 모시고 실제 다녀온 다음 그 즐거움을 전하는 '이웃고을 마실가자'는 내년 2015년에도 해당 지역 문화·역사·관광 자원을 널리 알리는 공익성을 충족하는 선에서 자치단체들과 협의해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크지 않지만 알찬 보림사

보림사는 통일신라 선종 구산선문 가운데 하나인 가지산파 으뜸 절간으로 시작했다. 인도 가지산 보림사, 중국 가지산 보림사와 함께 삼보림으로도 꼽힌다. 조선시대는 물론 근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선풍(仙風)을 떨쳐왔지만 6·25전쟁을 맞아 대부분이 불타고 말았다.

전남 장흥 보림사의 명부전. 지옥의 모습을 둘러보는 일행들이 웃음과 감탄을 함께 터뜨린다. /김훤주 기자

하지만 놓인 자리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인지 네모 반듯한 보림사는 산 속에 있으면서도 평지 절간처럼 반듯하고 그 안에 들어앉은 석탑·불상·건물 같은 문화재도 별로 흐트러짐이 없다. 11시 즈음 버스에서 보림사 앞 마당으로 내려서니 절간을 감싼 산세가 넉넉하다. 깊어 보이지는 않으나 부드럽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보림사가 어린아이라도 되는 양 감싸고 있다.

금방 보수를 마친 듯한 외호문(外護門)을 넘어서면 사천문, 사천문에 들어서면 사천왕상이다. 외호문은 다른 절간서는 보기 드문데, 담장과 이어진다는 점에서 여느 일주문과 개념이 다르다. 사천문도 별나다. 아마도 규칙에 매이지 않는 선종 기풍에서 받은 영향이 크지 싶은데 다른 데서는 대개 (사)천왕문이라 이르지 이렇게 '왕'자는 빠뜨리지 않는다. 어쨌거나 사천문 안 사천왕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우락부락함'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인 1539년 처음 만들어졌다.

원래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삼층석탑과 이를 둘러보는 일행들.

여러 특징이 있는 사천왕이지만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둘러볼 데가 많다. 먼저 삼층석탑. 통일신라 말기 세워졌다는데 크기나 맵시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기단·탑신은 물론 위쪽 꼭대기까지 망가지지 않고 온전하다는 점이 돋보인다. 불국사 석가탑·다보탑, 창녕 술정리 동삼층석탑 등 아름답고 세련된 돌탑들이 적지 않지만 그것들은 한결같이 원래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 못하다.

대적광전 본존불 자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은 웅장하고 묵중한 느낌을 주며 선불교를 처음 들여온 도의선사와 이를 위해 가지산문을 연 보조국사 등은 조사전에 모셔져 있다. '전'은 '당'보다 한 층 더 격이 높다. 새로 복원한 대웅보전은 겉에서 보면 2층이고 안에서는 그런 구분이 돼 있지 않다. 대웅보전 뒤편 오른쪽 보조국사창성탑과 탑비는 매우 우람해 당대 사람들이 그이를 크게 모셨음을 짐작하게 한다. 탑비 귀부 물갈퀴는 매우 힘차서 지금 당장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듯하고 조금 위 (부도)탑 자리에서는 보림사 뒤꼭지를 제대로 눈에 넣을 수 있었다.

일행들은 명부전에서 웃음과 감탄을 함께 터뜨렸다. 바람벽에 그려진 그림 때문이었는데, 사람이 죽어 염라대왕 앞에서 업경대(業鏡臺)로 지난 잘못을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해 얼음지옥 불꽃지옥 독사지옥 등 열 가지 지옥을 보여주는 한편 대조적으로는 극락행 KTX라 할 반야용선(般若龍船)까지 설명이 곁들여져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보기 어려운 파격(破格)인데, 이런 서민스러움과 자유분방이 선불교 선종의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주민 참여 무대 돋보이는 통합의학박람회

통합의학은 현대의학+한의학+보완·대체의학으로 두루 함께하는 특징이 있다. 통합의학박람회는 2010년 시작돼 이제 나름 틀을 잡은 셈인데 천관산 자락 박람회장에는 통합의학관·자연치유관·건강체험관이 있어서 따로 돈 들이지 않고 진료도 받고 체험도 해 볼 수 있었다. 물론 약품이나 식품을 제것으로 삼으려면 당연히 돈을 들여야 하지만…. 이 밖에 시음·시식을 할 수 있는 약선요리관, 건강음식관과 의료산업관도 마련돼 있어서 한편 눈요기하고 다른 한편 필요한 물품을 살 수도 있었다. 앞뜰 너른 데서는 나름 소담하게 국화축제(물론 마산국화축제와는 규모나 무게 면에서 견줄 바 아니고)가 열려 잠깐이나마 즐겁게 눈맛을 누릴 수도 있었다.

지역 은광학교 학생들이 참여한 안마 시술 체험.

장흥은 남해바다와 가깝고 또 탐진강을 끼고 있으면서도 천관산·제암산·수인산·가지산·부용산·억불산·사자산·삼비산 등등 500m를 넘는 산들이 꽤 있어 약초가 제법 많이 난다. 이런 특징을 살려 장흥을 좀더 살기 좋게 만들려는 데에 통합의학박람회를 여는 까닭이 있지 싶다.

통합의학박람회는 적어도 목적의식이 뚜렷한 이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일 수 있다. 특정 부위에 아픔이 있거나 건강이 좋지 않아 고생하는 이들과 가족, 피로나 불면 등 일상을 불편하게 만드는 증상이 있는 이들은 체험관·치유관·의학관·산업관 따위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아울러 안팎에서 먹을거리나 승마 체험(유료)을 할 수도 있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박람회라 해도 신나는 볼거리가 빠지면 아무래도 밋밋하고 재미가 덜할 수밖에 없다. 23일 장흥 읍내 콩샛골에서 청국장비빔밥을 점심으로 먹고 온 박람회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나서 눈길을 돌리니 한편에 '건강한마당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음악과 노랫소리가 거기서 울려퍼지기에 들여다봤더니 전라도 고을고을 어르신들이 갖은 분장을 하고 나와 춤과 체조에 곁들여 노래까지 부르고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노래와 음악과 춤·체조와 건강을 지역 어르신을 매개로 삼아 연결지어낸 눈맵시가 산뜻했다. 어르신들 흥도 돋우는 한편 박람회 분위기를 돋우는 감초 구실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아마 텔레비전을 통해 얼굴이 잘 알려진 탤런트나 가수들 초청해 무대를 펼쳤다 해도 이보다 더 신나고 흥겹고 풍성하지는 못하리라 여겨졌다. 일행만 그렇게 여기지는 않은 모양인지 거기 의자는 구경꾼들로 빈 데가 없었고 뒤쪽과 옆쪽에서 서서 보는 이들도 많았다.

이렇게 즐겁고 보람있게 한때를 보낸 일행은 돌아오는 길에는 장흥 토요시장 상설 코너에 잠깐 들렀다. 살림 솜씨 매운 이들은 내려서 장흥 특산물을 장만했고, 먹고 마시기를 즐기는 몇몇은 '3대곰탕' 같은 맛집을 찾아 수육도 집고 막걸리도 기울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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