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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쌓인 눈물 위를 걸어갑니다

[토요 동구밖 생태·역사교실] (22) 김해

김훤주 기자 pole@idomin.com 2014년 11월 04일 화요일

김해로 역사탐방을 간다고 하면 열에 열은 국립김해박물관 아니면 대성동고분박물관으로 가는 줄 여긴다. 아니면 구지봉이나 김수로왕릉·허왕후릉 또는 조개무지 정도로 안다. 그렇지만 10월 25일 마지막 토요일 창원 동읍 영은·덕산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한 토요 동구밖 역사탐방에서는 김해천문대가 가까이에 있는 분성산성을 올랐다. 가을이 깊어가는 시기임에도 한낮에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땀을 줄줄 흘리며 산길을 걸어 산성에 도착하니 어느새 달려온 가을바람이 씩씩거리며 올라온 아이들 품에 시원하게 안긴다.

오늘 역사탐방의 첫 주제는 성이다. 분성산성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김해시가지가 품에 안길 듯이 가깝다. 너도나도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탄성을 지른다. 성에 걸터앉아 땀을 식히면서 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분성산성은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쌓은 산성인 거제 옥산금성(1873년) 다음으로 근래에 쌓은 성이다. 1871년 김해부사 정현석이 주도해 고쳐쌓았다.

성은 칼과 창으로 싸울 때 제 몫을 한다. 분성산성을 쌓았을 무렵은 이미 총이나 포가 주 무기가 돼 있었다. 그런데 왜 쌓았을까? 물었더니 아이들은 알 턱이 없다. 힌트는 흥선대원군이라 했더니 그래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흥선대원군 하면 떠오르는 것이 쇄국정책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철통같이 막기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던 것이다. 한 마디로 세상 물정을 모르고 쌓은 성이 바로 분성산성이라고 했더니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웃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성이 어디냐 물었더니 너도나도 만리장성이라 답한다. 아이들은 역시 지역적인 것보다 책이나 시험에 잘 나오는 세계적인 문제에 강하다. 모여드는 관광객으로 만리장성이 지금은 중국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데 보탬이 되고 있지만 성을 쌓았던 그 시절로 한 번 돌아가 보자. 어마어마한 성을 누가 쌓았을까? 설마 임금이 직접 쌓지는 않았을 테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문화재는 규모가 클수록 그것을 만든 백성들이 흘린 피와 눈물과 땀이 더 많음을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더니 격하게 공감하는 친구가 몇 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을 걷기 시작했다. 성은 말끔하게 복원돼 옛적 느낌은 사라지고 없다. 조금 내려가자 복원하지 않은 원래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 길지는 않다. 아이들을 모아놓고 복원한 데와 견줘 어떤 느낌이 드는지 말하랬더니 '바위색이 더 검어요' '울퉁불퉁해요' '자연스러워요' '남아 있는 길이가 너무 짧아요' 등등 반응이 나온다.

분성산성 복원된 구간. S자 모양을 하고 있다. /김훤주 기자

다시 조금 더 걸어 툭 튀어나온 부분에 이르러 빙 둘러서서 살펴보게 했다. 이렇게 튀어나온 성벽을 '치'라 하는데 공격을 하는 장소라고 설명한 다음 '치'는 꼬리가 삐죽 나온 꿩과 모양이 닮아 꿩 치(雉)를 써서 그리 부른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 그러면 친구들 돌로 만든 성을 무엇이라고 할까요? 했더니 돌성요, 그런다. 아니 좀 더 유식한 말로 해보자 그랬더니 석성요, 한다. 흙으로 만든 성은? 토성요! 그러면 나무로 만든 성은? 돌아오는 답은 한 목소리로 목성요! 한다. 땡~! 나무로 만든 성을 '책'이라고 하느니라 했더니 책이요? 하면서 신기해한다. 책~ 책~ 하면서 성을 따라 줄지어 걸어간다. 이것 하나만 알아도 모르는 사람한테 아주 유식해 보인다 했더니 까르르 웃음을 날린다. 유식하게 보인다는 말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성을 따라 꼭대기에 이르면 봉수대가 있다. 요즘에야 다들 휴대전화가 있어 번호만 누르면 되지만 그때는 이곳에서 연기를 피워 서로 소통을 했다고 설명하는데 아이들은 어느새 봉수대를 빙빙 돌고 있다. 봉수대에 둘러앉아 성에 대해 복습하기 시작했다. 분성산성을 쌓은 사람은 누구지 했더니 백성요~ 그런다. 맞다 맞다 백성이다. 아까 했던 말을 아이들 식으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툭 튀어나온 부분을 치라고 했는데 무슨 동물을 가리킬까요? '치' '치'만 외우고는 그만 꿩을 놓친 모양이다. 딱 세 명만 손을 들었다. 나무로 만든 성을 무엇이라고 할까요? 했더니 거의 다 손을 든다. 오늘 역사탐방으로 다들 유식해졌다.

산성에 걸터앉은 아이들 모습./김훤주 기자

점심으로 닭죽을 먹었다. 메뉴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다. 너무 맛있다는 사람과 죽만 먹었지 밥은 먹지 않았다는 사람으로. 그래도 평소에 잘 먹어보지 못하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점심을 먹고는 고인돌이 많이 있는 장유 율하유적공원이다. 오늘 역사탐방의 두 번째 주제는 그러니까 '무덤'인 셈이다.

버스를 타고 길에서 역사탐방에서 빠뜨릴 수 없는 가운데 하나가 무덤이라고 했더니 앞서 함안박물관을 다녀온 적이 있어서인지 "맞아요, 박물관에 있는 유물은 다 무덤에서 나온 거예요" 한다. 역사탐방을 함께 다닌 보람이 느껴진다. 여러 가지 무덤 가운데서도 오늘 우리가 찾아가는 것은 고인돌이다. 고인돌 모르는 친구들이 있나요 했더니 너도나도 학교에서 배웠다고, 어디 가서 봤다고 대답을 한다.

율하유적전시관에서 팀별 미션을 준비했다. 고인돌이 어느 시대 무덤인지를 묻는 몸 풀기 문제에서 시작해 고인돌에서 나오는 석검을 그려보는 문제, 고인돌 내부를 그려보는 문제, 고인돌에서 나온 유물을 통해 알 수 있는 시대상을 묻는 조금은 어려운 문제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은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무덤을 만드는지 아는 대로 적는 응용 문제도 들어가 있다. 언제나처럼 아주 열심히 신나게 미션을 수행한다.

미션 수행을 모든 마친 아이들이 고인돌이 널려 있는 공원 잔디밭에 팀별로 모였다. 문제풀이에 이어지는 '도전 골든벨'이다. 오전에 돌아본 성과 오후에 살펴본 무덤에 관한 문제를 합해 모두 열 문제를 냈다. 마지막 열 번째 문제가 복병이었다. 고인돌은 권력이 있는 사람들만 묻힐 수 있었다, 아니다 일반 평민도 고인돌을 할 수 있었다.

모두 고민에 빠졌다. 당연히 세력이 강한 사람들이 묻히는 데가 고인돌 같은데 왜 이렇게 당연한 것을 두고 문제로 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다 답을 적었다. 정답은 일반 평민들도 고인돌에 묻힐 수 있었다, 이다. 그런데 맞힌 팀이 없었다. 처음에는 고인돌에 권력자들만 묻혔지만 나중에 가면 일반인들도 묻혔고 공동묘지처럼 작은 고인돌이 모인 유적지가 발견되기도 한다.

아홉 문제를 맞힌 팀이 무려 여섯 팀, 승부는 이어달리기로 결정했다. 열심히 뛰고 달려서 최종 승자가 결정되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 전에 율하리 고인돌 유적지가 중요한 까닭을 설명한다. 지금은 아파트숲에 파묻혀 있어 그저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율하리 유적은 아주 의미가 크다. 전라도 쪽 고인돌은 함께 묻은 물건들이 많고 아름다울수록 권력이 컸다. 그런데 율하리 유적을 비롯해 경상도쪽 고인돌은 표시된 무덤의 영역이 넓을수록 묻힌 사람의 권력이 컸다. 이곳 고인돌 둘레에는 촘촘하게 꽂아놓은 돌멩이들로 그런 영역 표시가 뚜렷하다.

설명을 듣고 유적공원을 한 바퀴 빙 돌아본다. 여기저기 돌멩이로 영역을 표시해 놓은 고인돌들을 살펴본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아이들이 적은 느낌글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학교에서 고인돌을 배웠는데 오늘 눈으로 보니 확실하게 잘 알 것 같다. 보람 있는 하루였다. 어른들은 너희들이 보람있어서 정말 고마운 하루였단다.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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