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주민 "송전탑 경과지 주민 의견수렴 안해"…밀양지역 취소소송 주목

초고압 송전선로 노선을 변경한 후 경과지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한국전력 잘못을 인정한 판결이 또 나왔다.

최근 부산지방법원 민사28단독은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에 사는 주민 허모(45) 씨가 한국전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한전은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승소판결했다.

이 소송은 밀양 사태 원인인 신고리~북경남 765㎸ 송전선로 사업 가운데 부산시 기장군 노선 문제에 따른 것이다. 한전은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에서 창녕 북경남변전소 90㎞ 구간에 울주군 5기, 기장군 33기, 양산시 45기, 밀양시 69기, 창녕군 9기 등 모두 161기 송전탑을 세우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765㎸ 송전탑과 600m 떨어진 아파트에 사는 허 씨는 "한전이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재작성하고 나서 경과지 인근 주민들 의견을 수렴하는 아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협의 기회를 박탈당해 송전선로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하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변호사 없이 혼자 소송을 진행한 허 씨는 "철마면 주민 승소소식을 듣고 숟가락 얹은 것이다. 지금도 송전탑을 바라보면 가관"이라며 "이 사업 과정에 잘못이 있는 부산시와 기장군을 상대로 손해배상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허 씨의 소송은 인근 철마면 피해 주민 1심 승소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허 씨 주장은 이 소송 1심 재판부 판결을 인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 부산 기장군 철마면 상곡마을 주민 17명은 한전이 노선변경 후에 협의과정이 없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마을과 가장 가까운 송전탑은 212m에 서 있다.

법원은 주민들의 손해배상청구액 가운데 300만 원을 인정해 일부승소 판결했으나 한전의 항소로 계속 진행 중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마을 합의과정에서 배제된 과정에 대한 주장은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보상과정 갈등과 비슷하다. 상곡마을 주민들은 소송에서 "한전은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우리를 배제한 채 이장을 찾아가 1억 원을 건네주고 마을합의서를 받아 기장군청에 제출했고, 송전탑 건설을 위한 개발행위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전의 위법한 절차 문제를 인정한 법원 판결이 잇따르자 밀양 주민들은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사업의 불법이 확인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이계삼 사무국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밀양 구간은 기장처럼 사업승인 이후 공식적인 노선 변경은 없었지만 한전이 저질렀던 불법들이 하나씩 밝혀지는 것이다. 송전선로 사업으로 마을공동체가 무너진 데 대한 한전 책임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밀양 주민 300명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사업계획변경 승인 취소소송이 서울행정법원에 계류 중이다.

핵심내용은 한전이 밀양 송전탑 공사 과정에서 애초 환경부와 협의한 환경영향평가와 달리 무단으로 헬기를 띄워 자재를 실어 나르고, 공사면적도 2배 이상 늘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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