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2014 진주 이상근 국제 학술대회

'2014 진주 이상근 국제 학술대회'는 지난 1일 오후 2시 30분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공동실험실습관 아톰홀에서 열렸다.

진주시가 주최하고, 이상근기념사업회가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남도, 한독음악학회가 후원한 행사였다.

7회를 맞은 '진주이상근음악제'는 올해 처음 국제 학술대회를 열었고, 매년 음악제 기간에 맞춰 학술대회를 열 계획이다.

학술대회 운영위원장으로 오희숙(서울대 음악대학 작곡과) 교수를 선출해, 김동현 이상근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을 위원으로 두고 학술대회 전반을 준비했다.

지난 1일 열린 2014 진주 이상근 국제 학술대회 모습. 왼쪽부터 발표자인 치엔-창 양(대만국립대학교) 교수와 볼프강 라트레르트(독일 뮌헨대학교) 교수, 토론자 지형주(연세대 음악연구소 선임전문연구원) 교수, 김경은(경북대 출강) 교수. /박정연 기자

오희숙 운영위원장은 "음악학계에서도 국제 학술대회 개최를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자치단체나 기념사업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주최하는 국제 학술대회는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진주가 낳은 이상근 작곡가를 연구하는 외국 학자가 늘수록, 이상근은 세계 속의 인물이 된다. 이런 자극으로 국내 연구자들도 이상근을 주목하는 계기가 된다"고 밝혔다.

이상근 국제 학술대회 1부에서는 20세기 음악사에서 이상근 작곡가가 갖는 위상이 주로 논의됐다. 발표자는 볼프강 라트레르트(독일 뮌헨대학교 음악학) 교수와 치엔-창 양(대만국립대학교 음악학) 교수였다.

2부에서는 이상근의 대표 가곡을 세부적으로 분석해 시어, 화성, 리듬 등 관계에 대해 논했다. 발표자는 최금뢰(서울대 음악대학 출강), 이내선(경북대 음악학과 교수), 정희영(부산대 음악대학 출강) 순이었다.

지난 1일 열린 이상근음악제 실내악의 향연 공연 모습. /(사)이상근기념사업회

◇동·서양 절충주의라는 통념 = 대만국립대 교수인 치엔-창 양은 '기억의 편린으로서의 목소리: 냉전의 맥락으로 본 이상근의 성악 음악'을 발표했다.

양 교수는 냉전 시대의 동아시아 성악 음악을 검토해 유럽중심주의 모델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다루었다.

그가 주장한 바는 '현대적인 서구 대 전통적인 아시아'라는 편향된 패러다임을 넘어서 20세기 음악사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치엔-창 양은 "20세기 예술 음악을 보자면 과거의 역사적 설명은 수용이라는 관점에 의거해 유럽으로부터 아시아로 기술이 전이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근 작곡가는 외견상 절충주의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기에 20세기 음악 역사에 포함될 만큼 주목 받지 못했다고 본다.

절충주의란 동양과 서양, 비합리성과 합리성 양쪽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상근 음악은 절충주의라는 이름에 가둘 게 아니라, 달리 해석해 "그의 음악이 전통의 흔적과 현대성을 동시에 드러내는 음악적 '통합주의'(syncretism)'를 보여줬다"고 지적한다.

양 교수는 "이상근의 성악곡들은 유럽의 아방가르드파에게 꼭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모든 작곡가들이 현대의 인간이 처한 조건에 반응해야 한다고 느끼게끔 하는, 현대적 상황에 대한 대답이 되는 사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상근 가곡 속의 한국 = 발표자 최금뢰 교수는 '이상근이 가곡에서 추구한 한국적인 미'로 학술대회 2부 첫 번째 발표를 이어갔다.

최 교수는 "이상근이 작곡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한국적 음악'의 실현이었다"고 밝혔다. 이상근 작곡가가 "한국적 음악의 창출에 대한 고민을 화두로 삼았다고 해서 서양음악어법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상근 작곡가가 한국적 음악 실현을 위해 사용한 재료는 크게 세 가지다. 민요적 5음음계, 가창 선율에서 시새김적 용법, 장단이다.

최 교수는 이를 통해 "이상근은 한국 예술가곡의 의미가 서양기법의 재현이나 아류가 아닌 한국적인 음악의 세계화라고 생각했으며 이를 가곡에서도 실현하고자 하였다"고 전했다.

작곡가 이상근. /경남도민일보 DB

[작곡가 이상근] 교육자로도 활동 '한국의 차이콥스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진주이상근음악제'는 '새로운 물결(New Wave)'을 주제로 지난달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3일간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졌다.

진주시가 주최하고 (사)이상근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진주이상근음악제는 매년 10~11월 사이에 열리고 있다.

음악제는 지난 2002년 진주시에서 추진한 '진주 사랑운동' 일환으로 출발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진주의 문화인물을 조사·발굴해 시민들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갖게 하는 목적이었다.

조사 과정에서 이상근(1922~2000)이라는 작곡가를 주목하게 됐다.

진주시는 이상근 음악작품집을 발간하는 데 앞장섰다. <이상근 예술가곡집>(2006), <이상근합창곡집>(2006), <이상근 작품전집 14권>(2009) 등을 출판했다.

이상근은 한국의 차이콥스키라 불린다. 작곡가뿐만 아니라 교육자·평론가·지휘자로 활동했다.

이상근은 '우리가곡 시론'(1955)이라는 논문에서 작곡가 홍난파, 현제명 등 작품을 분석해 현대 가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초기 가곡 작품에는 고려가요나 민요시를 가사로 삼았다.

이후 김춘수(1922~2003), 안장현(1928~2003), 유치환(1908~1967) 등 동시대 시인들 시에 곡을 붙여 해방 공간과 전쟁기, 독재정권 시절 시대상을 작품에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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