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79) 전상원 고성군 동해참다래 대표

앞쪽으로는 탁 트인 시야에 잔잔한 바다가 들어오고, 뒤로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 펼쳐져 있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절로 힐링이 될 듯한 곳에 강아지 3마리가 뛰어다니며 참다래 나무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고성군 동해면 구절산 자락에 자리 잡은 '동해참다래'에서는 만생종 품종인 '헤이워드'가 화학비료나 농약 없이 맑은 자연과 전상원(58) 대표의 도전정신을 먹고 자란다.

◇도전 도전 도전 = 전 대표는 직접 만든 단체가 많다. 그렇다고 자리 욕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체를 만들어도 대표보다는 주로 '총무'나 '사무국장'을 맡아 실무를 도맡아 했다.

대형 유통망이 확대되면서 개인의 힘으로 판로를 확보하거나 각종 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 이때 단체나 조직이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전 대표가 만든 단체는 공룡나라쇼핑몰 입점업체 협의회, 구절산복사꽃십리 추진위원회, 장기전원마을 추진위원회 등. 그중 전원마을 추진위원회만 위원장이고 나머지는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이 외에 지난 2002년 귀농해서는 동해참다래작목반 총무를 맡아 작목반을 활성화하고, 2009년 농협에서 공동 선별 공동 출하를 위한 공선출하회를 만들 때 인근 농가와 작목반이 참여를 망설이는 것을 보고 주도적으로 이끌어 6개 작목반이 참여, 40억 원의 판매실적을 올리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산지에서는 소포장 출하를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트 등에 가면 3개 들이 포장 등 각 업체의 소비자 기호에 맞게 소포장 된 경우가 많다.

"산지에서는 보통 10㎏으로 포장하는데, 하나로마트 등 유통업체가 선호하는 개별 소포장으로 하려면 일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워 꺼립니다. 또 유통업체들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양만큼 내줘야 하는데 일반 작목반에서 그걸 일일이 맞추기는 쉽지 않죠. 여기서 고객의 범위를 달리 생각해야 합니다."

전 대표에게 '고객'이란 일반 소비자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농민들에게는 중간 상인도 유통 업체도 일반 소비자도 모두 고객이다.

전 대표는 동해참다래 작목반 총무 시절 농민들을 설득해 소포장 출하를 시작했다. 당연히 '고객'인 유통업체들은 소포장 공정을 줄일 수 있어 반응이 좋았고, 동해참다래 작목반은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참다래까지 취급할 정도가 됐다.

전상원 고성군 동해참다래 대표가 농장을 살펴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공무원에서 참다래 농민으로 =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에서 수산 분야를 전공한 전 대표는 1983년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나 농업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원래 이곳이 돌이 많은 밤나무 산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인근에 논 열다섯 마지기를 개간했죠. 전원마을을 만든 곳에 아버지 땅이 많습니다. 아버지가 논을 개간한 것처럼 나도 이곳에서 뭔가를 해야겠다고 옛날부터 막연히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다 전 대표는 2000년 고성군 공무원직장협의회를 만들어 회장을 맡게 됐다.

"일종의 노조입니다. 주변에서 잘릴까 봐 걱정을 많이 했죠. 회장을 하면서 공약한 게 있었습니다. 인사 문제로 말썽이 많은데 나는 승진을 안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순서 상 제가 승진을 하게 될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승진 대신 면으로 보내달라고 하니까 안 된다고 하더군요. 약속 번복을 하느니 사직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또 하나 귀농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85세 때도 밤을 줍고 경제활동을 해서 통장에 늘 1000만~2000만 원이 있었습니다. 나도 45세인 당시부터 농부로 몸을 만들어야 70~80세까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불가사리로 친환경 재배 = 참다래 나무는 공무원을 하던 시절인 1989년 심어 놨다. 과수원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비포장도로에 경운기에 시멘트 지주를 싣고 와서 하나하나 설치했다. 지금은 파이프로 지주를 세우지만, 당시에는 무거운 시멘트 지주였다.

참다래 재배와 관련한 교육에는 수시로 참석했다. 그러다 체계적으로 과수원을 가꾸게 된 것은 2007년 무렵 진주에 있는 도 농업기술원에서 교육을 받은 후였다. 또 뉴질랜드로 선진지 견학을 다녀오고서 마인드를 확실히 바꾸고 관리 방법 등을 개선했다.

동해참다래는 일반 재배에서 지난 2008년부터 친환경 재배로 바꾸었다. 전 대표는 깻묵과 유박(해바라기 씨 등 유지작물로 기름을 짜서 남은 찌꺼기), 불가사리 등을 거름으로 사용하고, 칼슘제 등은 직접 만들어 경영비를 절감하고 있다.

전 대표는 블로그·페이스북·밴드 등 여러 가지 SNS를 이용해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또 상품 선별을 엄격하게 하고, 고객들의 불만이 있으면 주저 없이 교환이나 환불을 해 준다.

동해참다래는 9900㎡ 면적에서 300그루가량의 참다래를 키우는데 연간 생산량은 20t쯤 된다. 대부분이 학교 급식과 쇼핑몰 등을 통한 직거래로 팔린다.

◇좋아요 농부들, 그리고 꽃가루 은행 = 최근 전 대표 등 고성군 농민 4명이 주축이 돼 강소농 지원사업으로 '좋아요 농부들'을 만들었다. 일종의 인터넷 쇼핑몰인데, 블로그·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트위터 등과 연동되도록 했다. 현재는 5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달 중순 정식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전 대표는 새로운 사업으로 지난 2012년 '구절산 복사꽃십리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산 뒤쪽 마을에서 도로에 돌복숭아 나무를 심어 놓은 것을 보고 착안한 것으로, 농장 인근 도로변에 돌복숭아 나무를 심고 '구절산 복사꽃십리 축제'를 열어 동해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판매하려는 것이다.

또 하나 전 대표의 꿈은 '꽃가루 은행'을 만드는 것이다. 참다래는 벌 등 곤충이 수정하지 않는다. 사람이 직접 꽃가루를 받아 수정해줘야 열매를 맺는다. 동해참다래는 농장에 있는 수나무에서 전 대표가 직접 꽃가루를 채취하지만, 중국이나 뉴질랜드 등에서 수입한 꽃가루를 사용하는 농가가 많다.

"병해충이 없는 안전한 꽃가루를 생산해 국내 참다래 농가들에 판매하고 싶습니다. 안전하기도 하고 또 외국산에 비해 부가세를 내지 않아도 되니 가격 경쟁력도 있다고 봅니다. 국내 참다래 농업 자생력 확보와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문의 010-9916-5066.

<추천 이유>

◇김홍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지원기획과 고객지원담당 = 동해참다래 전상원 대표는 9900㎡의 참다래를 재배하면서 고품질 참다래 생산기술로 무농약 친환경 인증을 받았으며, 새로운 재배 기술인 일문자 수형법을 도입해 노동력과 경영비를 절감한 대표적인 강소농입니다. 2009년 참다래 마이스터대학 졸업과 공룡나라 쇼핑몰입점업체 협의회 사무국장, 경남정보화농업인연합회 사무처장을 역임하면서 SNS를 통한 농산물 판매로 농가소득을 크게 올렸으며 참다래 재배 신기술 확산과 정보교류로 지역농업을 업그레이드시킨 핵심 지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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