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창으로 만나 3년 전 친구처럼 때론 연인처럼 사랑 키워…오는 23일 결혼

30살 동갑내기 김재영·이지은(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부는 "사람 관계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10년 전 서먹서먹했던 관계였던 둘이 지금 이렇게 함께하고 있으니 말이다.

둘은 20살 때 대학 동기로 만났다. 그때는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그냥 인사만 나누는 관계였다. 재영 씨에 대한 지은 씨 기억이다.

"4차원이라고 해야 하나, 좀 엉뚱한 친구였어요. 친구들 여럿이 대화하는데 혼자 다른 이야기를 불쑥불쑥 해요. 우리는 '오늘 점심 뭐 먹을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혼자 '휴대전화 어쩌고 저쩌고', 그런 식이죠. 온순한 면도 있었는데 좋게 말해서 그렇고, 좀 어리바리했죠. 하하하."

둘만의 별다른 추억 없이, 그냥 그 정도 기억만 안은 채 졸업했다. 그러던 27살 무렵, 같은 지역에 있다는 걸 알고서는 재영 씨가 종종 연락해왔다. 가끔 만나기도 했다. 지은 씨 눈에는 이전 재영 씨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때 엉뚱함은 거의 없어졌더라고요. 현실적이면서 책임감 있는 모습이 느껴졌어요. 사회에 적응된 느낌이랄까, 그랬어요."

지은 씨 마음에 이전에 없던 그 무엇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재영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로 소개팅을 시켜주기도 했는데, 오히려 둘 관계만 더 발전했다. 함께 여행 다녀온 이후 교제를 시작했다.

재영 씨는 지금 와서 지난날 마음을 털어놓는다.

"사실 학교 다닐 때도 지은이에 대한 마음이 있었어요. 그때는 다른 사람이 곁에 있어 친구 이상으로 발전할 수는 없었죠."

하지만 지은 씨는 흘겨보며 이렇게 말한다.

"지금 우리 관계가 이렇게 되어 있으니까 괜히 하는 소리예요."

활동적인 둘은 캠핑 데이트를 자주 즐겼다. 특히 사람 적은 가을·겨울에 자주 떠났다. 텐트 안 난로, 무엇보다 그 훈훈함이 아주 좋다. 그리고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 거창 금원산에 갔을 때는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둘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마치 산을 통째로 빌린 느낌이었다. 사실 재영 씨는 겁도 좀 났다. 산짐승이라도 나오면 어쩔까 해서 말이다. 남자 자존심에 내색도 못하고 속으로만 마음을 졸였다. 반면 지은 씨는 혼자 손전등 하나 켜고 떨어진 밤을 주우며 그 시간을 즐겼다.

캠핑에서 이런 소중한 추억만 있는 건 아니다. 둘 성격 차이를 느끼게 해준 기억도 있다.

"차로 3시간을 달려 전라북도 무주 캠핑장으로 갔죠. 시간 맞춰 입실하려고 갔는데, 먼저 와 있던 분들이 정리할 생각을 전혀 안 하는 거예요. 저희가 기다리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죠. 재영 씨는 그런 걸 못 참는 성격이거든요. 기어이 달려가서 한마디 하겠다는 겁니다. 저는 다투지 말고 참자는 주의라서 극구 말렸죠. 그 사람들 아닌 우리 둘이 크게 다투게 된 겁니다. 너무 속상해서 캠핑도 포기하고 그냥 돌아와 버렸죠."

둘은 이러한 차이 때문에 종종 마음앓이를 했다. 물론 서로 이해하고, 또 고치려 노력하면서 이제는 그럴 일도 줄었다.

그래도 지은 씨는 서운한 점이 또 있는지 한 마디 보탠다.

"제가 막내라서 어리광이나 투정을 좀 부리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그런 것도 귀엽고 애교스럽다고 하더니, 이제는 짜증 난다는 듯이 잘 받아주지도 않아요. 처음부터 그랬으면 섭섭하지나 않을 텐데…."

이 말을 들은 재영 씨는 그냥 멋쩍은 웃음만 지을 뿐이다.

둘은 창원시 진동면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함께 지내고 있다. 결혼식은 11월 23일 올릴 예정이다. 둘은 애칭이 있다. 지은 씨는 재영 씨가 입 큰 물고기를 닮았다 해서 '배스'라 한다. 재영 씨는 주변에서 낯 간지럽다 하더라도 자신 있게 '예삐'라 부른다. 남편·아내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지려면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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