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 타고 넘으며 한계 극복 '짜릿'…"도둑질하나" 편견의 말 상처

저는 지금 제가 서 있는 지점에서 3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담벼락이 있네요. 어쩔 수 없죠. 곧장 가는 것이 빠르겠지만 돌아갈 수밖에 없겠군요. 하지만 오늘 동네사람의 주인공 구태우(20·창원시 마산회원구) 씨는 다릅니다. 구 씨는 장애물을 뛰어 넘는 길을 택합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가장 효율적이니까"라고 대답하네요. 이것이 파쿠르(parcours)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장애물을 뛰어넘고 묘기를 부리는 스포츠는 또 아니라고 합니다. 구 씨가 "파쿠르는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훈련"이라고 힘주어 말하네요.

이렇게만 들어서는 아직 개념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에게 파쿠르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네요. 이 글은 그와의 인터뷰를 구술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파쿠르는 고난도의 심신 훈련이라고 할 수 있죠. 파쿠르를 하려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해요. 담벼락을 넘을 때를 예로 들어볼게요. 몸은 움직이는데 정신이 따라주지 않으면 넘을 수가 없어요. 두려우면 넘지 못하는 거죠.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가능해요. 기술 하나를 시도하려고 세 시간을 기다렸던 적도 있어요. 내 몸과 정신을 성장하게 하는 훈련. 그것이 파쿠르입니다.

국내에선 야마카시(Yamakasi)로 잘못 알려졌어요. 파쿠르를 창시한 다비드 벨(David Belle)이 속했던 팀 이름이 야마카시예요. 아마 <야마카시>라는 프랑스 영화가 먼저 알려져 용어가 잘못 정착된 것 같아요.

파쿠르에서 파생된 것이 프리러닝(Free running)인데요. 파쿠르는 ㄱ지점에서 ㄴ지점까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것이고요. 프리러닝은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것에 방점을 둔 것이에요. 또 파쿠르를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스포츠는 경쟁을 통해 승자를 가리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파쿠르는 비경쟁을 추구해요. 나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한 혼자만의 수련이죠. 여러 트레이서(traceur)의 도움을 받아 함께할 수 있는 단체 훈련이기도 하고요. 트레이서요? 파쿠르 훈련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파쿠르를 처음 접한 계기가 좀 웃겨요. 중학교 3학년 때 친구가 어디 좀 같이 가자고 꾀는 거예요. "너 날뛰는 것 좋아하잖아"라면서요.(웃음) 갔더니 사람들이 모여서 파쿠르를 하고 있었어요. 그땐 그게 뭔지도 몰랐죠. 그전까지는 초등학교 때 육상부를 했던 경험만 있었어요. 다른 운동도 조금씩 해봤지만 제 흥미를 끌진 못했죠. 근데 파쿠르는 달랐어요. 집에 돌아왔는데 계속 생각이 나는 거예요. 첫눈에 반한 거죠. 그래서 파쿠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부모님 반대도 있었죠.

처음 파쿠르 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크게 반대하셨어요. 다칠 것을 걱정하시기도 했고, 돈 안 되는 그런 짓을 왜 하려고 하느냐고 말리셨죠. 설득하는 데 힘들었죠. 처음에는 파쿠르를 독학으로 배웠죠. 인터넷으로 파쿠르 영상을 보고 그냥 따라 해보는 식이었어요. 지금은 트레이서들이 모여 함께 훈련하고 있어요. 팀을 꾸려서 운영하고 있죠. 이젠 반대로 우리가 파쿠르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무료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려요.


처음에는 프리시전(Precision)이란 것을 배워요. 흔히 말하는 멀리뛰기인데요. 조금 다르죠. 멀리뛰기는 그냥 멀리 뛰는 거잖아요. 프리시전은 정확성이 중요해요. 착지했을 때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다음 기술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돼요.

이제 파쿠르 한 지 4년 정도 됐어요. 그동안 크게 다친 적은 없어요. 같이 하는 친구들 다치는 모습은 많이 봤어요. 인대가 늘어나기도 하고, 허리를 다치기도 하고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요. 다치는 모습을 보면 더 하고 싶어져요. 물론 겁은 나요. 하지만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마음이 더 크죠. 객기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위험한 훈련이긴 하지만 파쿠르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일한 수단이에요.

파쿠르를 해보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요. 겉보기에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니까 해보고 싶어하죠. 막상 해보면 무섭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니까 2개월 정도 하다 그만둬요. 절대 멋으로 생각하고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파쿠르는 자신의 한계를 넘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즐기면서 할 수 있어요. 파쿠르 하다 보면 불편한 시선을 많이 받아요. 담을 넘고 벽을 타고 하니까 '도둑질하려고 연습하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말이 큰 상처가 돼요. 그냥 '저런 것도 하네'라는 정도로만 봐줬으면 좋겠네요.

파쿠르가 나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도와줬어요. 어릴 때는 꿈도 없고 집에서 게임만 하고 그랬어요. 파쿠르를 알면서 조금씩 변했죠. 파쿠르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어요.

인내와 끈기가 생긴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에요. 무슨 일이든 두려움보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이제 파쿠르는 제 삶이에요. 파쿠르 없는 저는 상상할 수 없죠. 제 꿈이요? 지금은 스턴트맨이 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파쿠르 하는 스턴트맨. 그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파쿠르를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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