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주민들 "개별보상금 수령자 중 주택소유실거주자 5명 뿐" 주장

밀양 초고압 송전탑 보상을 둘러싸고 마을공동체가 깨지고, 찬·반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더 깊어지고 있다.

송전탑 공사를 극렬하게 반대해온 밀양시 부북면 화악산 평밭마을은 지난 6월 11일 129번 철탑예정지 농성움막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찬성주민들이 한국전력과 보상에 합의했다. 반대주민들은 농성장 강제철거 때 쇠사슬을 목에 감고 저항하다 끌려나왔다.

찬성주민 21명은 개별보상금 890여만 원을 한전으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14가구는 여전히 보상 거부와 송전탑을 반대하며 노선변경이나 지중화, 마을 이주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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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밀양시 부북면 화악산 평밭마을은 송전탑 찬성, 반대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했지만 갈라진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다. 찬성, 반대 주민들이 회의장으로 가고 있다./표세호 기자

반대 주민들은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실을 통해 한전의 찬·반 마을주민 현황을 확인한 자료를 근거로 21명 개별보상금 수령자 가운데 주택소유실거주자는 5명 뿐이고 나머지는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점은 한 사찰에 거주자 3명, 주소지 이전을 하지 않거나 실제 거주하지 않는 이, 무허가 건물에 거주하는 이, 이사를 간 이가 개별보상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보상수령자 자격 문제를 지적하며, 찬성 측과 한전이 마을주민 과반수가 합의한 것으로 맞추려고 그런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이남우 부북면반대대책위원장은 "주민자치회가 있는데도 부당하게 꾸려진 5인 대표는 인정할 수 없다.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실제 거주하지 않고, 한 집에 여러 사람이 받은 것도 있다.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또 "철탑, 송전선로가 마을입구를 가로막고 동네를 가로질러가는데 마을발전지원금을 받아 문화시설, 도로확장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한전은 반대주민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과 보상에 합의한 찬성 주민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합의주민 마을 5인 대표 중 한 명인 조윤호 씨는 "3명 문제는 스님의 모친과 조카, 사찰관리인 등이다. 모두 개별주민등록이 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철탑이 다 서고 전선이 걸렸는데 반대하는 자체가 의미 없다. 공동지원금 받아둬야 하는데 못 받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또 다른 대표 이민헌 씨는 "반대주민들은 대표 구성 요구를 묵살하고 협상을 거부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1일 평밭마을은 개별보상과 마을공동발전지원금 문제 회의를 했는데 주민 간 다툼이 벌어졌다. 이날 송전탑 건설 보상금을 받은 찬성주민들과 보상금 수령을 거부한 반대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깊어진 갈등의 골만 확인했다. 이날 서로 감정이 격해져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반대주민들은 "무허가 건물, 세입자들 이름으로 동네를 팔아 먹느냐"고 항의하고, 찬성주민들은 "문제가 있으면 한전에 말하라. 못살겠으면 땅 팔고 떠나라"고 맞섰다. 또 반대주민들은 "반대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이렇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 "살지도 않는 사람이 돈 준다니 다 모였다"고 퍼붓기도 했다.

반대주민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회의장을 나왔고, 찬성주민들은 계획대로 마을발전기금 문제를 논의했다.

보상에 찬성한 주민도 이 같은 갈등에 불편해했다. 회의장에서 한 주민은 찬·반 주민이 대립하자 "고생하신 분 인정하고 마음으로 보답할 방법 찾아야 한다. 모두 손을 잡고 같이 가야 한다. 왜 우리가 반목해야 하느냐"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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