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실종사건 범인 추적…'타인으로 자신 존재 확인' 현대인 불안한 삶 꼬집어

외모와 성격은 물론 경제력, 학벌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와 잡지사 기자였던 닉 던(벤 애플렉)은 파티에서 우연히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열렬히 사랑했던 시절은 지났지만 이들은 누가 봐도 부러운 부부다.

결혼 5주년이 되는 날, 갑자기 아내가 사라졌다. 산책하고 돌아와 보니 문은 열려 있고 탁자는 부서져 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닉은 경찰에 신고한다.

한데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단서들이 닉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두 사람 관계에 대한 소문이 하나 둘 세상에 알려지면서 닉은 에이미 실종 사건의 강력한 용의자가 된다. 대중과 언론도 점점 닉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아내의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나는 생각한다. 그녀의 두개골을 깨고 뇌를 꺼내 그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고 싶다."

닉이 부르는 소리에 해맑게 고개를 돌려 닉을 바라보는 에이미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스릴러물이 주인공이 아는 만큼 정보를 토대로 관객들도 함께 알아가는 장르라면 <나를 찾아줘>는 이런 장치를 십분 활용한다.

아내가 사라진 전반을 지배하는 것은 영화 시작과 함께 나온 닉의 독백이다.

영화 <나를 찾아줘> 한 장면.

닉의 엽기적인 멘트와 아내가 사라진 후 밝혀지는 사실은 관객마저 닉을 범인으로 몰기에 충분하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딱 그 지점에서 아내의 생존을 알리며 밀도 높은 스릴러물로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다.

영화는 단순히 범인을 좇아가는 데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 자식과 부모, 남편과 아내 등 다양한 관계 속으로 들어간다.

어릴 적 에이미 엄마는 자신을 모델로 한 <어메이징 에이미>를 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후 에이미는 자기 뜻과 상관없이 늘 주목받는 삶을 살았다.

책 속의 '어메이징 에이미'와 현실의 '에이미' 사이에서 혼란스러웠을 에이미는 사람들 관심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이미 길들여졌다.

결혼 후 점점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지고 심지어 남편마저 자신을 오직 '잠자리'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다. 여기에 남편 외도까지 알게 된다. 에이미는 자신이 바랐던 모습에서 닉이 자꾸만 멀어지자 참을 수가 없다.

<나를 찾아줘>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모르는 불안한 현대인의 삶을 에이미를 통해 이야기한다.

남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게 얼마나 불쌍한가. 동시에 누군가에게 어떤 이미지를 덧입혀 판단하는 건 얼마나 오만한가.

에이미와 닉의 전 직업을 기자로 설정한 것도 다분히 의도적이다. 언론의 천박함과 대중의 무지함, 여기에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위험천만한 세상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아내가 실종된 다음날 "밤새 한숨도 못 잔 것처럼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아는 닉.

어릴 적부터 '어메이징 에이미' 주인공으로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에이미.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실종된 아내'가 되려고 임신까지 꾸며내고 혹시 임신이 밝혀지지 않으면 스스로 제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내가 사라진 동안, 닉에게 찾아와 거침없이 섹스를 원하던 내연녀는 목덜미까지 단추를 채운 수녀 같은 복장으로 TV 앞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사죄한다.

말투와 손짓까지 철저히 연습한 후 인터뷰에 응하고 나서 '죽일 놈'이었던 닉에 대한 여론은 급반전한다.

마녀 사냥하듯 닉을 범인으로 단정했던 언론은 아내가 돌아오자 간단한 선물을 사들고 다시 인터뷰하는 것으로 사과를 갈음한다.

<나를 찾아줘>는 스릴러물의 범인 찾기가 아닌 범인이면서 범인이 아니고 사람을 죽였으면서 죽인 것이 아닌 모순적인 상황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덕분에 150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은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다.

평화로운 듯한 결말 역시 생각할수록 섬뜩한 여운을 남겨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쫀득쫀득한 스릴러가 됐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