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맹신 속 시장 팽창 '세균'웨하스 등 사회문제…원산지·성분 꼼꼼히 따져야

풍요 속의 빈곤이라 했던가. 먹거리가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 먹거리는 넘친다. 하지만 좋은 먹거리,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일은 오늘을 사는 소비자의 사명이 됐다.

'유기농=안전한 먹거리'라는 인식을 깨부수는 일련의 사건이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크라운제과 '유기농 웨하스' 제품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기준치(280배)를 초과해 검출됐다.

지난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선 '유기농 분유' 문제가 주목을 받았다. 시중에 유통되는 유기농 분유 원료의 55%가 수입 제품이라는 것이다.

유기농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소비자 사이에 확대되자 유통업계와 생산 농가의 걱정이 쌓이고 있다.

궤는 다르다. 유통업계가 식품 소비시장 위축을 걱정한다면, 국내 유기농 생산 농가는 유기농농산물 등 제품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한다.

세균이 검출된 유기농 제품은 수입 원료를 쓴 게 특징적이다. 유기농에 대한 맹신은 제품 원산지나 성분 확인을 소홀히 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무비판적 유기농 소비

'유기농은 대세'다. 10가구 중 3~4가구(37.6%)가 유기농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3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다.

구매력은 소비 시장 규모 확대로도 연결된다. 연구원에 따르면 유기가공식품 시장 규모는 연평균 20%대의 성장률을 보인다. 2011년 3320억 원에서 2020년이 되면 6817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유기농 수입 시장도 팽창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07년 4035만 달러(한화 424억 원)에서 2012년 5986만 달러(한화 628억 원) 규모로, 5년새 50% 정도 수입 유기농식품이 늘었다.

지난 27일 국내 3대 대형마트 중 한 곳을 찾았다. 마트에서 유기농 제품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바로 유아용품 코너다. 그중에서도 먹거리 제품에 '유기농'이란 글씨가 눈에 띄게 강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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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유아용 유기농 주스의 원재료 표시. 과즙 원재료는 모두 터키산이다. /박정연 기자

"엄마가 과일속살을 숟가락으로 갈아 먹이는 것 같아요. 100% 유기농 과일주스로 안심하고 먹일 수 있어요."

유아용 주스는 유기농이라는 이름표를 달지 않으면 팔리지 않을 것처럼 빼곡했다. 식약처가 발표한 5대 유기농 수입 품목(2012년 기준)에는 과일·채소 주스가 포함돼 있다.

100㎖ 용량 유아용 유기농 주스 1개 가격은 1400원이다. 제품의 원재료를 확인해 봤다. 유기농사과퓨레(원액) 68%, 유기농사과농축과즙 13%, 유기농배농축과즙 12% 등이다. 모두 터키산이다.

'유기농 아닌' 유아용 주스 1개는 99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원재료는 국산 사과농축과즙 39.6%다.

국산 사과농축과즙으로 만든 주스가 묽긴 한다. 하지만 주스는 신선도가 중요하다. 아무리 유기농 원료를 썼다 해도 비행기로만 11시간이 걸리는 터키에서 온 것이다. 상하지 않기 위해선 보존제 등 각종 화학첨가물을 썼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분유도 마찬가지다. 수입 원료를 썼어도 유기농이라는 이유로 2.5배 비싸다. 같은 회사에서 나온 분유가 같은 1단계(유아 6개월 전) 기준으로 3만 5900원(800g)이다. 일반 제품(750g)은 1만 5400원이다.

일반 분유 제품 원재료는 탈염유청분말(수입), 혼합식물성유지 대두유(수입), 탈지유(국산) 등이다.

유기농 제품은 유기농탈염유청분말(독일산), 유기농혼합식물성유지 카놀라유(네덜란드산), 상하유기농원유(국산 15.1%) 등이다.

국정감사 때도 지적됐지만 분유의 경우 유기농 인증 권한은 한국에 있지 않다. 물건을 파는 독일, 네덜란드에서 유기농 원료라고 넘기면 끝이다.

◇유기농의 산업화

지난 2011년 유기농 오이에서 슈퍼박테리아가 검출되며 유럽 사회가 공포에 빠진 적이 있다.

독일 빌레펠트대학 토마스 벨스코프 교수는 당시 사태와 관련해 "유기농 식품이 기타 일반 식품과 마찬가지로 산업화의 과정을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식품의 산업화는 표준화된 식품을 언제 어디서나 쉽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식품의 수출입 장벽이 무너지면서 박테리아까지 수입될 가능성은 없을까? 과거에는 대장균 바이러스 감염 범위가 한 마을이었다면, 현대 사회는 수천, 수만 ㎞ 거리에 있는 타국 소비자에게도 전달될 수 있다.

수입 유기농 제품이 비싼 이유는 비료를 쓰지 않고 소규모 단위 경작 제품이라서가 아니라 장거리 운송비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유기농 제품을 농가에서 잘 생산했다 하더라도, 운송업체가 보존에 적합한 용기, 컨테이너, 창고 시설을 갖추지 않았다면 신선도 유지는 어려운 법이다.

무비판적 유기농 소비 행태는 유기농 산업화 속도를 더 빠르게 하고 있다.

애초 대안적 농업, 로컬 푸드 등으로 상징되던 유기농 제품은 대량 유통이라는 자본의 손을 거치면서 '유기농도 위험하다'는 공포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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