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교육감 감사 거부에도 "예정대로 진행"…도교육청 "이번 주 감사원에 요구서 제출할 것"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경남도 무상급식 감사를 거부하고 차라리 감사원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경남도는 28일 예정대로 감사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도 대응 방식을 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경남도 송병권 감사관은 이날 오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청의 감사 거부는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송 감사관은 "조례에 정한 지도감독권 행사의 하나로 무상급식 보조금 집행실태에 대해 감사를 하겠다고 교육협력관을 통해 사전에 통보하고 시작했음에도 일방적 감사 운운하는 것도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송 감사관은 "경남도는 교육청을 범죄시한 일도 없었고, 오로지 막대한 도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분야를 감사하겠다고 한 것뿐인데, 그런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상급식 감사는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감사관은 "감사원 감사청구는 교육청의 자유이나 그것이 경남도의 감사를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송 감사관은 "11월 3일이 감사 개시일이니 그때까지 기다려 보겠다"라고 했다. 이는 경남도교육청이 감사를 거부하겠다는 태도에 변화가 있는지 기다려보겠다는 의미다.

송 감사관은 기자들과 문답에서 구체적인 감사 계획을 밝혔다.

무상급식 관련 감사자료는 일선 학교에서 시·군교육지원청에 제출되고, 그것이 시·군을 거쳐 경남도 감사관실에 도착하게 된다. 경남도는 이번 감사를 위해 매년 받아온 무상급식 정산 자료가 아니라 별도로 무상급식 예산 집행 현황을 일선학교에 요구했다.

도교육청이 공개한 양식을 보면 학교명, 학급수, 학생 수, 급식예산과 계약금액 항목이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계약현황 항목에 계약일자, 입찰방법, 품목 수, 공고방법, 지역제한 여부, 계약내용을 표기하게 돼 있다. 또한 계약업체 소재지와 업체명, 대표자도 써넣도록 했다.

경남도 감사관실은 이렇게 제출받은 감사자료를 검토해 이번 주 안으로 90개 학교를 선별, 감사할 방침이다.

감사는 감사반이 직접 일선 학교를 방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도는 일단 감사개시일에 4개 학교 정도를 방문해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송 감사관은 전했다.

송 감사관은 "정산 내용이 적정한지, 어떤 식으로 친환경 음식재료가 들어오는지, 학교와 급식업체 간 계약 방법, 단가 등을 들여다볼 것이며,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급식업체에도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현장에서 감사반 출입을 막는 등 감사를 거부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송 감사관은 "감사에 응할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도교육청은 일단 감사원 감사청구를 서두르고 있다. 도교육청 유원상 감사관은 이날 이번 주 내로 감사를 청구하기로 하고 감사요구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감사관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면 감사원이 우선 감사를 할지 말지 판단할 것"이라며 "감사원이 감사를 하기로 결정하면 한 기관에 동일 사안으로 중복해 감사를 하지 못하므로 경남도가 감사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유 감사관은 또 경남도에 감사철회 요청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경남도는 아직도 감사를 하겠다는 정식 공문 하나 보낸 적이 없다"며 "하지만 도교육청은 경남도에 감사 철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정식으로 보내기로 하고 이것도 작성 중"이라고 했다.

유 감사관은 다음 달 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감사를 하려는 부분에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가 감사를 한다면 적어도 한 달 전에는 학교에 통보를 하고, 수능 직전에는 절대 감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박종훈 교육감도 지난 27일 감사 거부 의견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수능을 며칠 앞둔 학교는 지금 매우 예민하기에 이 문제로 더는 경남도와 다투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박 교육감이 공식적으로 무상급식 감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도교육청은 전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