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산업사회에서 문화의 꽃을 피우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주변의 문화계가 처한 상황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더욱이 지방이라는 이유로 안팎에서 받는 한계론적 시각은 지방 문화의 발전을 막는 커다란 장애였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융성을 국정 기조로 내세우고 관련 법 제정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문화가 처해 있는 위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 문화계로서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는 현시점에서 경남의 문화 현주소는 참담하기 그지없다. 지역문화진흥법 시행 이후 경남도 지역문화진흥 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지만, 예산계획은 전무한 실정이다. 조례안 자체도 구체적 내용을 담지 못하고 생활문화와의 접목 등 반드시 필요한 것이 빠져있어 모법보다 오히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전히 인식 부족을 드러내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경기와 인천, 대전 등은 지역문화 진흥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조례를 만들고 생활 밀접형 문화기반을 마련한 것과 비교하자면 경남은 한참 뒤떨어진 것이다. 조례 제정은 단순한 법적 생색내기여서는 안 된다. 구체적 방향설정과 더불어 지역에 맞는 문화발전 방향을 실천 가능하게 담아내야 하고 그야말로 지역 하기 나름의 실질적인 근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남은 조례안의 문구 자체가 두루뭉술하다. 의지가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북도만 해도 예술인에 대한 처우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지원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경남은 도민의 1인당 문화예산이 전국 꼴찌 수준이다. 경남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도의 시녀 노릇에다 홍준표 지사의 도 부채 줄이기의 희생양이 되어 기구가 축소되더니 이제 기금마저 바닥 신세이다.

경남도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지역문화가 죽고 살지는 이번이 기회이자 사활의 심판대이다. 경남발전연구원에서 발표된 것처럼 지역문화정책 현안을 재정리하고 지역문화진흥이라는 담론을 새롭게 담아내자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제대로 기능하게 하고 문화예술인들의 자존심을 살리는 것은 시작일 것이다. 지역문화가 죽고 사는 것은 단순히 예산문제가 아니다. 의지와 인식의 문제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체절명의 인식만이 경남문화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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