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둘러 표현하던 정환 씨, 똑 부러지는 관숙 씨 만나 조금씩 변화

창원에 사는 안정환(35)·채관숙(34) 부부는 5년 전 사회적기업 일을 하면서 처음 만났다. 만난 지 두 달 조금 지나 연인이 되었고, 올해 초 결혼식을 올렸다. 남편 안정환 씨 입을 통해 둘 이야기를 담아봤다.

2009년 2월 창원대 앞에 '희망카페 숲'이라는 게 있었어요. 사회적기업 형태의 카페로 직업 안내·상담과 고용창출을 하는 곳이었지요. 저와 관숙 씨는 이곳에서 바리스타 일을 하면서 만났습니다. 제가 관숙 씨 내면에 빠져든 건 조금 지나서부터였어요.

카페 오픈을 앞두고 부산에 2~3주 정도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러 다녔습니다.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요, 말하는 느낌이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아주 투박하면서도 핵심만 이야기하는 그런 스타일이었습니다. 제가 기존에 봤던 여성분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죠. 이야기를 나눌수록 가치관이 참 올바르고, 생활력이 강하다 싶었죠. 관숙 씨 옆에 제가 있는 그림을 그려 봤죠. 나를 부단히 채찍질해 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 끝나면 다른 동료와 함께 영화관에도 종종 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동료가 눈치껏 빠져 주더군요. 텔레파시가 통한 거라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둘만 함께하는 시간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그래서 제가 마음을 먹었죠. '관숙 씨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2009년 3월 3일, 일터에서 둘만 있게 됐을 때 '오늘부터 사귀자'라고 하게 된 거죠. 물론 관숙 씨도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저는 그렇게 말했죠. '내가 세웠던 계획의 승리'였다고. 하지만 관숙 씨는 당시 자신에게 마음 준 다른 남자 몇이 더 있었는데, 그중 저를 간택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좀 더 지나서 알게 됐는데, 20대 후반이었던 관숙 씨는 연애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둘은 성격이 참 다릅니다. 관숙 씨는 저와 달리 미사여구를 쓰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제가 '오늘 날씨 좋네'라고 한 번씩 말합니다. 어디 놀러 가고 싶다는 뜻이죠. 그러면 관숙 씨는 '정확히 어디로 바람 쐬러 가고 싶다고 말하면 되지, 왜 쓸데없는 감정노동을 하려고 하느냐. 자기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라'며 야단을 칩니다.

제가 문자메시지로 고백한 것에 대해서도 당연히 못마땅해했어요. 얼굴 보면서 말로 직접적으로 표현해 주길 바랐던 거죠.

저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런지, 이전까지 좋다 싫다는 표현을 잘 못 하는 편이었거든요. 체면을 생각한다거나, 쓸데없는 틀에 저를 가두는 경향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제는 많이 변화됐죠. 관숙 씨 덕에 좋은 쪽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관숙 씨를 만난 이후의 시간, 또 지금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숙 씨는 너무 곧다고 할까요,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하고 호불호도 분명합니다.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간 자리에서도 표현할 것은 분명히 하더라고요. 어른들이 봤을 때는 그것이 좀 '맹랑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잖아요. 그 때문에 제가 중간에서 진땀 좀 흘렸습니다. ^^;

저희는 지난해 8월 8일 혼인신고부터 먼저 하고, 올해 3월 2일 식을 올렸습니다. 연애 때 서로 약속한 것이 있어요. 남들 다 하는 기념일 같은 건 챙기지 않기로 말이죠. 상업적인 것에 놀아나지 말고, 우리 둘만의 특별한 것이 있을 때만 한없이 축하해 주자고 했죠. 저는 그 약속을 충실히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기념일에 관숙 씨가 넌지시 그러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이거는 좀 아닌 거 아니냐'고 말이죠. 꽃 선물도 필요 없다고 해서 이전까지 한 번도 안 했는데, 그것도 내심 섭섭해하는 눈치고요. 최근 본 〈나를 찾아줘〉라는 영화에 무서운 부인이 나오는데,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치밀하게 관리되고 사육되는 느낌? 하하하.

이제 함께한 지 5년 가까이 되었네요. 우리는 가치관, 지향하고 싶은 삶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요즘 살아가는 시대가 많이 왜곡돼 있지만,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살아가자는 얘길 자주 합니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행복하자고 다시 한번 말하고 싶습니다.

음…. 몇 달 전 저희 부부는 유산을 했습니다. 서로 사회복지 쪽 일을 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몸과 마음을 추스르면서 치유하는 중인데요, 이 글이 제 아내 관숙 씨에게 힘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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