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여수 등 송전탑 피해주민 헌재에 위헌소송

송·변전시설 주변지역 보상·지원법(송주법)이 헌법의 평등·재산·환경권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밀양을 비롯해 전국에서 송전탑 때문에 고통을 받아온 피해주민들이 지난 24일 헌법재판소에 송주법과 전기사업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위헌소송에는 밀양을 비롯해 경북 청도, 충남 서산·당진, 전남 여수 주민대표가 송전탑피해주민 법률지원단과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 도움을 받아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위헌소송 배경에 대해 "국가는 국민이 쾌적하고 평안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보호하고 조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불가피하게 국민의 재산과 환경권을 침해해야 할 사유가 발생한다면 그 부담은 공평하게 나눠져야 한다"며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국가는 힘없는 시골의 약한 자들을 함부로 짓밟고, 건강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강요하면서 오직 거대자본과 도시거주자들의 이익만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방식으로 송전선로를 건설해왔다"고 밝혔다.

24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송주법(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전기사업법 위헌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밀양 부북면 평밭마을 이금자 할머니가 송전선로 건설로 인해 입은 마을 피해상황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회견에 참석한 밀양 부북면 평밭마을 구화자(여·73) 씨는 "철탑이 바로 문 앞에 서 있다. 국 끓인다고 간장 대신 식용유를 부을 정도로 철탑 때문에 정신줄을 놓고 산다. 이게 국가냐. 이런 법이 무슨 법이냐"고 호소했다.

재산적 보상, 주택매수, 주변지역 지원사업 등이 핵심내용인 송주법에 대한 위헌 문제는 국회에서 법률 제정, 7월 시행 시기 등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밀양 같은 765㎸ 송전선로는 좌우 △재산적 보상 33m △주택매수 180m △지원사업 1㎞로 한정됐다. 청도 같은 345㎸는 각각 13m, 60m, 700m 이내이다. 이 같은 보상·지원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주민의 생명·건강·재산권 보호 대책으로 미흡하며, 오히려 송전선로 건설 강행을 뒷받침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비판들이 나왔었다.

주민들은 이번 헌법소원에서 현행 송주법에 대해 △피해 범위를 자의적이고 좁게 설정해 경과지 주민 재산권 침해 △보상 대상을 2년 이내 설치해 기존 765㎸·345㎸ 선로는 제외 △전국 송전선로 3분의 2를 차지하는 154㎸ 제외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기사업법에 대해서는 "주민들은 송전선을 땅에 묻어달라고 요구하는데 정부와 한국전력은 '요청자 부담원칙'이라며 비용부담을 피해주민들이나 해당지역 자치단체에 떠넘기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송전에 따른 부담은 수혜자가 지는 것이 원칙이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밀양 사태 같은 송전선로 갈등 재발을 막으려면 송주법과 전기사업법 문제 조항들을 무효화해야 한다며 "엉터리 악법을 등에 업은 정부와 한전의 일방적 독주는 이제 멈춰야 한다. 정의로운 전력수급 체제의 수립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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