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게 숙박·아침식사 해결…"여행 정보 공유 등 새로운 문화"

"게스트하우스요. 일단 싼 값으로 잠자리를 해결하고, 혼자 여행 다닐 때 안전하고, 다른 여행자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잖아요."

김지혜(23·충북 청주시) 씨는 10월 한 달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여행 경비는 숙박·교통·식비까지 포함해 하루 4만 원을 쓴다. 모텔의 하룻밤 숙박비밖에 안 되는 비용으로 가능한 것은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에서 숙박과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여행자들이 여럿이 어울리니 안전도 보장되고, 간단한 아침도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게스트하우스가 국내 관광업계의 새로운 숙박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30대 여행자들에게 트렌드가 된 지는 이미 수년 전이다.

게스트하우스란 중세 유럽에서 손님을 위한 세컨드하우스 개념에서 시작됐다고도 하는데 정확지 않다. 현대에 와서는 숙박시설의 하나로 여행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숙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제주도에서 확산하기 시작해 최근 몇 년 사이 경남 도내에도 통영시와 남해군, 하동군, 진주시 등에 점점 늘어나고 있다. 포털 다음 지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하면 제주도는 수백 개, 통영 14개, 남해 7개, 하동 5개, 거제 3개가 검색된다.

진주에 있는 뭉클게스트하우스 커뮤니티공간. 카페형 공용공간으로 숙박객 누구나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 /권영란 기자

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개 침대가 있는 방에 여러 명이 함께 투숙하는 다인실이 있다는 점이다. 흔히 도미토리(dormitory)라고 부르는 이것은 방을 빌리는 게 아니라 침대 한 칸을 빌리는 것이다. 그리고 샤워실과 주방, 화장실은 이용객이 공동시설을 이용한다. 현재 국내에 자리 잡은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간단한 아침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이용객들이 서로 여행 정보를 나누거나 어울릴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갖춘 곳도 있다.

숙박비는 지역과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침대당 1만 5000∼3만 원을 받는다. 지난달 진주에서 개업한 '뭉클'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도미토리에 8개 침대가 있는데, 간단한 조식을 포함해 침대당 2만 원을 받고 있다. 개인실 또는 가족실도 있는데, 각각 조식 포함 4만 5000원, 5만 5000원을 받는다.

'도미토리'라 부르는 다인실. /권영란 기자

'뭉클' 주인 강선녀(39·진주시 칠암동) 씨는 "최근 국내 또는 국외를 넘나드는 자유여행 바람이 20∼30대 젊은 층 사이에 불면서 게스트하우스는 숙박뿐 아니라 여행자들이 자연스레 만나고 소통하며 정보를 교류하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펜션이나 호텔은 너무 비싸고, 모텔은 '러브호텔' 이미지 때문에 젊은 여행자들이 게스트하우스를 많이 찾는다"며 "진주 남강유등축제가 끝난 뒤에도 전국에서 전화 예약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남해군에서 게스트하우스 '다락'을 개업한 이지은(39·남해군 남면 홍현리) 씨는 "펜션과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고 있는데, 4개의 단층 싱글침대가 있는 도미토리는 1인당 2만 원을 받고 있다"며 "펜션 손님은 가족 단위가 많고, 게스트하우스는 20대부터 40대까지 여성 손님이 80%를 차지한다"고 했다. 이곳은 아침 식사를 원할 경우 5000원을 추가로 받는다.

'통영시티호스텔'은 통영 원도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도미토리 외에도 취사 가능한 콘도 형식 숙소 등 다양한 구성이 특징이다. 4인 침대가 있는 도미토리 5개 실에다 싱글실, 커플실, 가족실 등이 있다. 주인 하영규(64·통영시 항남동) 씨는 "펜션을 7∼8년 하다가 지난해 초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했다"며 "시설이나 규모도 최고로 하고 있지만 통영항과 동피랑을 끼고 있어 지역 내 문화관광지와 잘 연결이 되는 곳이라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게스트하우스는 숙박업 중에서도 민박으로 등록된다. 따로 게스트하우스라는 종목으로 등록된 곳은 없어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어렵다. 엄밀한 의미에선 숙박업 중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이 게스트하우스에 해당하지만, 이는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업주와 시설 및 규모 제한이 있어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에서 가능하다. 이 때문에 경남 도내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민박 또는 농어촌 민박으로 분류된다. 도내에 등록된 3240개 민박 중 일부가 게스트하우스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귀촌해서 별아띠천문대를 운영하는 정정교(49·산청군 신안면) 씨는 "저렴한 이용료에 안전성이 보장되고 새로운 사람들과 부담없이 만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늘어나는 것은 경남 문화관광 산업 차원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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