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사람 사는 대안마을(정기석 지음)…방방곡곡 돌며 농촌마을 연구, 주체적 공동체 조성 대안 제시

마을에 살고 싶다. 도시 살이가 각박해지면서 시골 살이를 꿈꾸는 이가 늘고 있다.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농촌은 상주인구도, 고용인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원이 다양하지 않을뿐더러 생산된 부가가치가 밖으로 빠져나간다.

정부는 마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마을 사업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농촌관광지화', '생태공원화' 사업에 불과했다.

마을을 살리는 대안이 담긴 책 <사람 사는 대안마을>은 말한다.

마을을 움직이는 '마을시민'이 있고, 먹고 사는 수단인 '마을기업'이 존재해야 '사람 사는 대안마을'이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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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기석은 <사람 사는 대안마을>을 통해 "진정성과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진 마을시민들이 마을을 먹여 살리는 마을기업을 함께 세워서 사람 사는 대안마을을 만들자"고 외친다.

정기석은 마을연구소 소장이다. 연구소라고 책상에서 골머리만 썩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피폐했던 농촌을 살린 '사람'을 만나러 전국을 돌아다녔다.

마을시민-마을기업-대안마을 세 화두는 마을 살리기의 해법이자 방법론이다.

<사람 사는 대안마을>은 <마을시민으로 사는 법>(2011)과 <마을을 먹여 살리는 마을기업>(2011)에 이은 시리즈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20개 마을 이야기가 담겼다. 5개 마을씩 총 4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농사로 일구는 경제마을'(1부), '사람을 배우는 교육마을'(2부), '놀이로 일하는 문화마을'(3부), '자연과 사귀는 생태마을'(4부)이 그것이다. 차례대로 읽어도 좋고, 끌리는 대로 아무 장이나 펼쳐 읽어도 상관없다.

마을시민이 반드시 농민이 될 필요는 없다. 시골마을은 더이상 농사만 짓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안마을의 마을시민은 '농사짓지 않는 귀농인'을 뜻한다. 물론 농사를 짓는 사람도 있다. 대안마을에는 농촌에서 먹고살 만한 능력이 안 되는 수많은 귀농인이 살고 있다.

경기도 양평 연수리 '마을영화' 주민들은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도 하고 제작진으로까지 참여한다. /도서출판 피플파워

마을시민은 농사를 직접 짓는 대신 원주민(농민) 중심으로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를 개척하는 유통이나 마케팅을 담당할 수 있다. 책이 소개한 전북 장수군 계남면 호덕리 '하늘소마을', 충북 옥천군 안남면 연주리 '배바우골',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공근리 '공근봉화영농조합'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형 연구마을인 '충남교육연구소'(충남 공주시 우성면 봉현리)와 체험형 수련마을인 '어멍아방잔치마을'(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처럼 학교나 유학센터를 만들어 시골에 사는 아이와 도시에서 유학 온 아이들의 선생이 되어도 된다.

영화를 찍을 줄 안다면 마을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찍고, 도시민을 불러 모으는 마을 영화제를 벌여도 된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연수리 '마을영화'가 그렇다.

이들 마을시민은 도시 출신으로 서류 작성에 익숙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지원 사업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예산을 따낸다. 안전행정부 '마을기업 육성사업'과 '정보화마을사업', 농림축산식품부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마을 살리기에 앞장서는 이들의 면모는 크게 두 부류다. 원주민과 이주민이다.

경남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 '금원산부각마을'에 사는 우병권(전 경남 한살림 사무국장) 씨는 이주민이다.

금원산마을은 행정마을이나 자연마을 이름이 아니다. 금원산 자락에서 부각을 만든다고 해서 금원산부각마을이다.

우 씨가 지난 2011년부터 금원산 자락에 사는 주민들과 합심해 영농조합법인을 만들며 마을 이름을 붙였다.

이주민이 마을시민으로 나서는 경우 원주민들은 배타적이기 마련이다. 대안마을은 귀농인을 배척하지 않는 원주민이 많을수록 순조롭다.

우 씨에 따르면 "부각(김부각, 고추튀각, 감자튀각 등)을 만드는 마을 아낙네들에게 마을기업을 이해시키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법인 설립 서류를 만드는 일은 난관이었다. 마을 아낙네들이 조합원으로 등기도 해야 하는데 겁이 난다며 당최 인감도장을 감추고 내놓으려 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한다.

저자는 단언한다. 잘 훈련된 마을시민과 잘 조직된 마을기업 없이 사람 사는 대안마을은 가능하지 않다고. 무리하게 덤벼들었다간 마을 사람이 크게 상처를 입는다. 겨우 버티던 마을공동체 뿌리마저 송두리째 뽑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래도 마을 살리기는 시도돼야 한다. 행정편의적이고 기술만능적인 '마을 만들기'를 벗어나 주체적이고 사회혁신적인 공동체마을을 채우는 것만이 농촌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252쪽, 도서출판 피플파워,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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