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에서 거대 기업들의 영향력이 비대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로 인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피폐 일로를 걷는 등 부작용도 이미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거대 기업들은 그들의 자본력과 시장 장악력을 이용해 끊임없이 공룡화되고 있다.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머지않아 소위 슈퍼갑으로 등장해 소비자들을 쥐락펴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우리 지역의 유통시장은 소위 유통공룡 중에서도 롯데의 시장 장악이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는 여타 유통공룡들과 달리 과자류 등 생활 밀접형 소비재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만큼 시장 장악력이나 파괴력이 대단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롯데라는 특정기업이 비대해지는 것을 비판만 할 수는 없다.

시장이 자본만으로 움직이지 않고 소비자의 편리성과 취향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롯데의 팽창이 꼭 부정적일 수도 없다. 그러나 민주사회의 기본은 주권재민이다. 지나친 자본 독점은 그만큼 주권재민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도 크다. 시장 독점으로 생기는 부작용은 지금 현재도 생활 곳곳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기도 하다.

롯데는 이미 부산에 이어 경남지역까지 시장 우위에 서 있다. 백화점 시장에서 절대적 위치를 확보했고 대형마트, 골목상권 등은 물론이고 영화, 생수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다. 과자를 비롯한 생수, 주류 등 롯데의 주력 상품들을 내세운 유통시장에서 갑의 위치는 더욱 견고화해가고 있다. 여기에다가 새로운 시장 확대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우백화점 인수를 비롯해 초대형 위락시설, 진주혁신도시 입점 등 머지않아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시장 장악을 할 것이 뻔하다.

시장이 고유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권을 가져야 하고 과도한 부의 집중 위험성이 없어야 한다. 시장이 생산성 있고 활기가 있게 하는 것이 곧 통치의 시작과 끝이라는 역사의 교훈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이미 거대 기업들의 과도한 시장 잠식으로 대한민국 시장의 기능은 건강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시장의 건강성 회복을 위한 적절한 통제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민주주의의 포기와 다름없다.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적인 대책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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