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도교육청을 향해 일선 학교 무상급식 지원금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감사를 벌일 계획이니 준비에 만전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하는 것이 법리에 맞는가 하는 문제는 제3자가 판단할 일은 아니다. 일 년에 수백억의 예산을 도교육청이 집행하는 무상급식비로 지원하고 있는 만큼 그 돈의 정확한 사용처를 알아보겠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권한일지 모른다. 그러나 도교육청의 입장도 존중돼야 한다. 자체 감사기구가 있는데도 도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니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같은 도 단위 기관으로 수평적 균형감이 흔들리는 것이다.

도의 요구가 정당하다 하더라도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 전국의 교육감들이 내년 누리과정 예산을 따로 잡지 않겠다는 강경한 대정부 선언을 하고 난 뒤라 정부와 도가 힘을 합쳐 진보성향의 교육감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거기다 민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관계자들과 단체가 팔을 걷고 나서 누리과정 예산을 계획한 대로 세우지 않으면 휴원도 불사하겠다며 배수진을 쳐 교육청보다는 도가 큰 부담을 안게 된 형편이다. 이런 와중에 교육청 대상 감사를 벌이는 것은 자칫 악수가 될 공산이 크다. 교육청 담당 공무원들이 기분 좋게 자료를 제공하지도 않을 것이며 털면 먼지 안 나오는 곳 없다는 말대로 파면 무엇이든 걸려나올 게 뻔하고 그렇게 되면 기관 간의 갈등은 치유가 어려울 정도로 험악해질 것이다.

방식도 탈이다. 도는 전국 첫 사례로 교육청을 감사함으로써 무언가 업무 외적 효과를 노리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같은 선택적 특정성이 공정치 못하다는 비판을 불러 불화를 키울 수 있다. 만일 전국의 시·도가 동시다발적으로 감사카드를 들고 나왔다면 상황은 또 다를 것이다. 전례가 없는데 경남교육청만이 순순히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무상급식비나 누리과정의 보육비 지원은 모두가 국가 정책사업으로 백년대계를 겨냥한 것인데 예산문제를 앞세워 갈지자 행보를 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감사논란은 거기서 파생한 것이다. 경남도는 좀 여유를 가지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교육청으로 하여금 도가 원하는 수준의 자체감사를 벌이도록 종용함으로써 도가 거들 수 있는 차원의 보조적 역할을 하는 방법이다. 예산 지원 기관이라 하여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면 부작용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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