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랑 스토리텔러' 김용우 명정동장

지난해 1월 통영시 명정동장 발령을 받은 김용우(55·사진) 동장은 서피랑과 서피랑 주위의 유명 인물, 문화, 환경 자원 등을 조사했다.

주민들과 함께 서피랑 99계단 활용 가치를 봤고, 섬에서만 산다는 수백 년 된 후박나무가 서피랑에 사는 것을 확인했다. 버려진 땅 서피랑 벼락당을 바라보면서 고민했고, 공덕귀 여사 생가와 경남에서 최초 전기 보급지역이라는 점, 윤이상 선생이 학교 가던 길 등을 찾아내기도 했다.

"작년 명정동 인구는 4600명 정도인데 올해 4160명으로 줄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꾸만 신도시로 빠져나갑니다. 동장으로 온 이상 이곳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낙후한 통영 옛 도심은 심하게 침체해 있었다.

김 동장과 명정동사무소는 마을을 시각적으로 바꿀, 동사무소에서 충렬사로 이어지는 도로변 건물에 색을 입히기 위한 설계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다. 또 주민들이 마을을 알아야 한다며 지난해에는 마을 알기 교실을 열기도 했다.

"부산 40계단이 유명하지만 서피랑 99계단에 얽힌 이야기와 서피랑 경치는 그야말로 최곱니다. 이곳을 공모 사업에 응모했습니다. 그 결과 전국 사진찍기 좋은 곳 3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됐습니다. 동피랑이 중앙시장을 살렸다면, 나는 서피랑이 서호시장을 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버려진 땅 서피랑 벼락당 꽃밭 조성은 김 동장과 주민들이 만든 작품이다. 주민과 회의 도중 우연히 이런 이야기가 나왔고 주민과 함께 꽃밭을 조성했다. 꽃은 올봄에 폈다. 봄엔 유채꽃이 가득했고 가을까지 코스모스가 지천이었다.

김 동장과 공무원들은 최근 생활공원 근처 땅을 활용해 수확한 배추 1500포기를 주변 경로당에 공짜로 드리기도 했다. 또 마을기업이나 마을 협동조합을 만들어 실질적 주민 소득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지역 어르신들이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시라고 인근 땅 800평을 마련해 배추와 무, 상추, 참외, 수박, 옥수수 같은 것을 심었습니다. 밭도 우리가 만들고 농사도 우리가 지을 테니 앉아만 계시지 말고 뭐든 따서 드시라고 했지요. 어르신들이 움직였고 많은 분이 따 드셨습니다. 자생단체랑 교류해서 가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옥수수를 따서 어르신들께 드렸습니다. 자생단체도 좋아하고 어르신들도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김 동장은 "좋은 생각은 주민·전문가 집단과 함께하고 맞대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무원이 월급만 받고 있을 수 있나. 뭔가 바꿔 놓고 싶다. 뭐라도 하고 싶은 거다"라고 했다.

김 동장은 수년 전 사량면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사량도에 멧돼지 피해가 큰 것을 알고는, 멧돼지가 먹지 않는 야콘 재배를 주민들에게 권유했다. 그는 "당시 주민 한 명 한 명을 만나 설득했다"고 회상했다. 마늘보다 소득이 높은 야콘은 현재 통영 욕지도 고구마, 한산도 시금치와 함께 사량도에서 전국으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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