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미끼로 786개 가로채…2명 구속·7명 불구속 입건

중국 내 대출사기 조직과 연계한 국내 대포통장 모집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특히 대포통장을 모집하려고 사금융권 최신 대출정보를 활용한 것은 물론 예치금 담보 대출이라는 신종 대출사기 방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산동부경찰서는 대포통장을 모집한 후 중국 대출사기단에 공급한 혐의(사기 방조)로 ㄱ(44) 씨와 ㄴ(49)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ㄱ 씨는 서울시 용산구 한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ㄴ 씨 등 모집책 8명을 고용해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대포통장 786개를 챙긴 후 이를 돈을 받고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대포통장 개당 60만 원을 받고 중국 내 대출사기단과 국내 현금인출 조직에 팔아 4억 7000여 만 원을 받아 챙겼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최근 한달 이내에 고금리 대출을 받았거나 신용도가 낮아 대출을 거절당한 이들 연락처가 담긴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해 이 같은 일을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개인정보는 중국 해커나 전문 브로커를 통해 건당 5000원가량에 사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얻은 개인정보는 무려 10만 8000여 건에 달했다.

경찰은 이들이 개인정보에 수록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출상담사를 사칭한 다음 "신용듭급이 낮아 대출하려면 거래 실적을 쌓아야 한다"는 말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한 신종 대출사기 방법인 '예치금 담보 대출'이라는 있지도 않은 금융상품을 제시해 대포통장을 만들도록 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를 바탕으로 피해자들이 통장을 만들어 보내주면 이 통장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꼬드긴 후 일단 통장을 받으면 대출 희망자들과 연락을 끊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 과정에는 대포폰 수십 개가 동원됐다.

ㄴ 씨 등 모집책들은 이 대가로 대포통장 건당 15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ㄱ 씨 일당이 이 같은 방식으로 넘긴 대포통장 786개를 통해 금융사기 피해 24억 2000만 원 상당이 별도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8월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에 사는 한 피해자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10일간 잠복과 탐문 수사 끝에 지난 17일 서울의 오피스텔 사무실을 급습해 이들을 현장에서 모두 붙잡았다.

양영진 마산동부경찰서 수사과 지능팀장은 "대출 희망자로부터 어떤 명목으로든 통장이나 돈을 요구하는 것은 모두 범죄와 연루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개인정보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대출정보가 사기단에 너무 쉽게 노출된다. 금융당국이 나서 대부업체와 저축은행들 보안 정책에 대한 관리실태 점검을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경찰은 중국에서 활동 중인 대출사기단에 대해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국내 활동 인출책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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