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서울서 궐기대회 열고 정부·국회 근본대책 촉구

정부의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개방 추진으로 농민 생계 위협이 현실에 닥친 마당에 이번엔 영연방 자유무역협정(FTA)이 축산 농가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

지난 2004년 칠레와 FTA를 체결한 이후 한국은 싱가포르,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터키, 인도, 페루, 미국과 잇따라 FTA를 체결했다.

현재도 세계 여러 국가와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낙농업 선진국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영연방 국가와 진행 중인 FTA는 가뜩이나 열악한 국내 축산 농가 생존권을 더욱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이창호·이하 비상대책위)는 이에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FTA 근본대책 수립 및 영연방 FTA 국회비준 반대 전국 축산인 총궐기대회'를 열고 영연방 FTA에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정부와 국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대회에는 전국 축산 농민 3만여 명이 참여했다. 도내 축산 농민 1000여 명도 버스 33대에 나눠타고 서울에 가 힘을 보탰다.

손정렬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 FTA 무대책으로 어려움에 빠진 25만 축산 농민들의 생존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정부에 전하고자 이번 궐기대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비대위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한-미, 한-EU FTA 체결로 앞으로 15년 동안 축산업 피해액만 9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이번 영연방 FTA까지 체결하면 2조 5000억 원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는 이에 FTA 협상을 진행할 때마다 실효성이 있는 대책을 약속했으나 이뤄진 것이 없다는 게 비대위 측 판단이다.

더구나 지난달 18일 정부가 발표한 영연방 FTA 대책에는 내년도 축산예산이 올해보다 1.8%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분노한 전국한우협회는 지난달 24일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 자료를 보면 영연방 FTA로 15년간 생산 감소 추정액 2조 1329억 원 중 한우 산업 피해가 추정액 절반인 1조 109억 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면서 "지난해 한우생산액이 3조 5000억 원인데 비춰 영연방 FTA만으로 산업생산액 3분의 1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정부를 성토했었다.

이창호 비대위원장은 이를 두고 "정부 FTA 대책은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수준으로 농민을 우롱하고 있다"면서 "축산업 회생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 근본적이고도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바탕으로 비대위는 축산 농가 요구사항으로 △무역이득 공유제 법제화 △정책자금 지원금리 현행 3%에서 2%로 인하 △FTA 관련 피해보전 직불제 현실화 △근본적인 축산업 안정화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희대 전국한우협회 부산경남도지회장은 <경남도민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무엇보다 FTA로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윤을 우리 축산 농가에 환원하도록 하는 무역이득 공유제 법제화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두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여당 국회의원 다수가 우리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약속이 잘 지켜질 것인지 철저하게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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