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마을 유한숙 어르신의 명복을 삼가 비옵니다.

우리 고정마을 주민들과 밀양 송전탑 4개면 경과지 주민들은 지난 321일간 차가운 냉동고에 누워계실 어르신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상동면과 시내를 오가는 길에 어르신 사시던 자택을 지나가노라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난 설날, 추석 명절. 두 명절을 지내면서도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명절을 맞아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우리 주민들의 마음이 곧 어르신의 마음입니다. 저희도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죽고만 싶다고 늘 말을 합니다. 철탑이 저렇게 올라와도 수천명 경찰 때문 꼼짝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던 날이 얼마였습니까. 경찰만 없다면 당장이라도 올라가서 이 공사를 막고만 싶었고, 막을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저렇게 속절없이 철탑은 다 올라가고 우리는 이렇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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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유한숙 씨 영결식에서 추모 조사를 낭독하는 강명숙 이장./표세호 기자

유한숙 어르신이여! 어르신도 저 제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시며 얼마나 안타까우시겠습니까? 미안합니다. 저희도 힘이 없어서 철탑을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저희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습니다.

유한숙 어르신이여! 저희 마을 행사 때 늘 키우시던 돼지를 내 놓으시던 모습을 저희 주민들은 기억합니다. 도곡 저수지 농성장에서도 드나드시며 소주잔을 기울이며 안타까워하던 모습도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주민들의 좋은 이웃이었고, 마을의 어른이셨던 유한숙 어르신이여! 이제 이 세상에서 품고 계셨을 안타까운 마음, 분노 다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십시오. 그리고 우리 고정마을 주민들과 4개면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이런 힘든 시간들을 잘 견디며 이겨나갈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 주소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옵니다.

2014년 10월 22일

밀양 송전탑 4개면 경과지 주민들을 대표하여 고정마을 이장 강명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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