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대한민국 다향축전에서 만난 음식들

커피에 빠진 한국이라 불릴 정도로 커피 사랑이 넘친다.

국민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2012년 484잔으로 2002년 313잔에 비해 55%나 늘었다.

수입 규모도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21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커피 수입 중량은 9만 9327톤으로 지난해보다 18.7% 증가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3억 8200만 달러(한화 4025억 원) 규모다.

그렇다면 차 소비량은 어떨까? 정확한 통계도 없다.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소비 시장에 대한 파악조차 없는 수준이다.

강덕구 ㈔한국차문화연합회 사무국 이사에 따르면 "국내 차 연간 소비량이 믹스 커피 한 봉지 연간 소비량의 10분의 1도 안 된다"고 파악하고 있는 정도다.

커피가 대중적이라면 차는 몇몇 애호가가 즐기는 특수한 문화로 자리 잡은 게 사실이다.

지난 2000년 창립한 한국차문화연합회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에 터를 잡고 차문화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창원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단위로 활동하는 차문화연합회가 마산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조차 드물다.

매년 대한민국 다향축전을 열어온 차문화연합회는 축전 속 프로그램으로 지난 2007년부터 전국차음식요리경연대회도 해마다 치르고 있다.

마시는 차를 넘어서, 차로 만든 음식 개발로 대중화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함이다.

부부 요리사 김진곤·정혜정 씨가 18일 차음식요리경연대회에서 선보인 메인 요리 '민물새우튀김과 황차밥을 곁들인 안심스테이크'. /박정연 기자

지난 18일 제15회 대한민국 다향축전이 열린 마산합포구 문화동 만날공원은 전국에서 모인 요리 경연자와 음식을 맛보기 위한 시민들로 넘쳤다.

차음식요리경연대회 예선을 통과한 38팀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오전 10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2인으로 구성된 각 팀마다 차를 이용한 음식 3가지씩을 만들었다. 메인 요리와 함께 애피타이저와 후식을 선보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차, 녹차를 활용해 경연을 치른 팀이 대다수였다. 결과물은 각양각색이었다. 눈에 띄는 두 팀의 음식을 맛봤다. 한 팀은 갈비를, 다른 한 팀은 민물새우를 주재료로 삼았다.

대학생인 서혜빈·박종욱 팀이 전채요리로 내세운 녹차 소면과 새우무초말이를 곁들인 녹차 연두부찜은 자연을 담은 듯했다. 신선한 멍게가 올려진 녹차 소면은 입맛을 돋우었고, 녹색으로 물든 연두부찜은 두부 특유의 맛과 향과 어우러졌다.

메인 요리인 갈비찜과 쌈밥에도 녹차가 빠지지 않았다. 녹차잎으로 우려낸 물에 삶은 갈비를 단호박 속에 채워 다시 한 번 쪄내니 영양 면에서도 풍성해졌다. 하얀 접시 위에 붓으로 가볍게 터치한 듯한 황금색 소스는 된장이었다.

차를 이용해 만든 다양한 전채요리와 후식들. 경연 참가 작품이다. /박정연 기자

녹차를 넣어 지은 밥을 먹기 좋은 크기로 뭉쳐 양배추로 겉을 입혔다. 양배추가 머금은 촉촉함은 자칫 퍽퍽하게 느껴질 수 있는 갈비와 단호박 요리에 잘 어울렸다.

후식은 처음 보는 개성의 향토음식으로 관심을 끌었다. 녹차 가루로 만든 우메기였다. 개성주악으로도 불리는 우메기는 황해북도 개성시에서 즐겨 먹는 전통음식으로 한과 일종이다.

동글납작하게 빚어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약간 눌렀다. 떡과 과자의 중간쯤 되는 질감으로 쫀득쫀득하면서도 부드러웠고, 조청과 함께 곁들여 달콤한 맛도 더했다.

쌀 강정 고구마페이스트는 독창적이었다. 딱딱한 강정 사이사이에 삶은 고구마를 으깬 페이스트를 더해 케이크를 먹는 효과를 냈다. 페이스트(paste)는 과일, 채소, 견과류, 육류 등의 식품을 갈거나 체에 으깨어 부드러운 상태로 만든 것을 말하며, 빵 반죽과 케이크 반죽 중간쯤에 위치한 반죽을 가리킨다.

차를 이용해 만든 다양한 전채요리와 후식들. 경연 참가 작품이다. /박정연 기자

두 번째 팀은 부부 요리사 김진곤·정혜정이었다. 전채요리는 녹차 봉오리를 곁들인 연두부 한천 샐러드였다. 두부를 5송이 꽃 모양으로 빚어 살짝 익힌 뒤, 그 위에 우뭇가사리(한천)를 더하고 생으로 즐길 수 있는 녹차 봉오리를 한 잎 장식했다. 자연 젤리 같은 우뭇가사리와 한 입에 넣기 좋은 두부는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직접 잡은 민물새우에 소고기 안심을 활용한 메인 요리는 매콤한 맛을 자랑했다. 일종의 퓨전 요리인데 중국식 소스에 베트남식 쌈이 조화를 이루었다. 먹기 좋게 익힌 안심은 마라소스에 찍어 먹도록 했다.

마라소스는 매운 사천 소스를 일컫는 말로, 마파두부를 마라두부라고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의 대표적인 매운 소스다.

바다 새우 3분의 1 크기 민물 새우는 작지만 고소한 맛이 배가돼 살짝 튀겨 밥 사이사이를 채웠다. 밥은 녹차를 발효시킨 황차를 우린 물에 지어 단맛을 내는 효과를 냈다. 뭉친 밥은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잡아줬다.

차를 이용해 만든 다양한 전채요리와 후식들. 경연 참가 작품이다. /박정연 기자

후식은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마치 가을 국화를 접시 위에 옮겨 놓은 듯 자색 고구마를 활용해 노란색 꽃 수술 모양을 갖췄다.

요리사들도 처음 시도하는 차를 활용한 요리 만들기는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 전통요리는 물론, 서양요리나 퓨전 요리에도 적극 활용할 수 있었다.

특히 녹차 가루로 만든 우메기와 녹차 쌀 강정 고구마페이스트 등은 상품가치가 높아 보였다.

이날 경연에서 서혜빈·박종욱 팀은 금상(농촌진흥청장상)을, 김진곤·정혜정 팀은 은상(창원시장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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