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위안부 피해자 등 역사에 대한 고뇌·통찰 담아…<정공법의 문학>고인환 씨, 김달진문학상 젊은평론가상

"일본의 과거를 접할 때마다/한국인들의 마음속 심지가 날카로워진다/…(중략)…/한글의 '사과'는 '사죄'와 똑같은 글자/사죄를 요구당하는 나"(사가와 아키 '사과 인간' 부분)

올해 5회째를 맞은 '창원KC국제시문학상'에 일본 사회파 시인 사가와 아키(60)가 선정됐다.

창원KC국제시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정치인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역할을 시인이 해냈다. 문학으로 한일 간 우호가 증진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시가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도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사가와 아키는 한국으로 따지면 원로 민중시인이다.

일본제국주의, 징병, 징용, 종군위안부 피해자, 독립운동가, 차별당하는 재일교포 등을 시로 형상화했다. 시편마다 일본 역사, 동아시아 국가에 대한 고뇌와 인간을 응시하는 통찰이 담겨 있다.

사가와 아키 시인

한국과 인연도 깊다. 요코하마국립대학 학생 때 김지하 시인 구명 운동에 동참했다. 고은과 신경림, 김소월, 정지용 등 시를 섭렵해 2000년 〈한국현대시 소론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사가와 아키는 "영광이다. 사회 문제나 역사 문제를 과감하게 시의 주제로 삼는 한국 시인의 의욕에 감명을 받았다"며 "일본이 한일 평화와 우호에 반하는 언동을 일삼아 몹시 부끄럽다. 역사를 직시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훌륭한 시인이라면 과거 역사를 인간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미래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창원시가 제정한 창원KC국제시문학상은 매년 김달진문학관이 주관해 운영해오고 있다. 인간 존엄을 말하는 세계 작가를 주목한다.

2010년 첫 수상자는 중국의 저항시인이자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올랐던 베이 다오다. 2회는 프랑스 유명 시전문지 <포에지> 부편집장 클로드 무샤르, 3회 아프리카계 미국 시인 트레이시 K. 스미스, 지난해는 중국 시인 왕지시엔이 수상했다.

고인환 문학평론가

창원KC국제시문학상과 함께 발표된 '제8회 김달진문학상 젊은평론가상'은 고인환(45) 씨가 수상했다.

올해 출간한 <정공법의 문학>(자음과모음)이 자본에 대한 욕망이 인간다움의 가치를 잠식하는 시대에 여전히 치열하게 꿈꾸는 문학 작품들의 진면모를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젊은평론가상 심사위원들은 "고인환의 평론집은 자신의 문학적 논리와 이론체계의 문학적 입장이 분명했다"고 평했다.

고 씨는 "감회가 남다르다. 젊음을 잃어가는 문학적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달진문학관은 다음 달 1일 제19회 김달진문학제 때 창원시진해구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창원KC국제시문학상, 젊은평론가상 시상식을 열 예정이다.

제25회 김달진문학상 시 부문과 문학평론 부문 수상자(김남조·김진희), 제10회 김달진창원문학상 수상자(우무석) 시상도 함께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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