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혼자 하는 여행이다. 작년과 올해 친구와 여행을 하다보니 이번 여행은 시작 초반부터 외롭기까지하다. 다만 혼자 여행에서 더욱 기대되는 것이라면 새로운 사람과 만남이 아닐까.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도 낯선 이와 만남이다. 이미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면서 낯선 이에게 휴대전화를 도둑 맞을 뻔한 적이 있었기에 유럽에서는 특히나 사람 조심 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내가 가는 나폴리는 이탈리아 내에서도 위험하기로 소문난 도시라고 하니 더욱더 조심해야 할 일이다.

나폴리에 도착해 숙소를 찾기 위해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중 낯선 남자가 다가왔다. 나에게 대뜸 숙소를 찾아가는 길이 아니냐며 다가왔다. 순간 이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휴대전화를 낚아채 가려고 하지는 않을지, 이상한 곳으로 데려가 내가 가진 것을 빼앗지는 않을지,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마냥 거절하기도 뭐해서 멀찌감치 그의 뒤를 따랐다. 결국 그는 나보다 앞서서 길만 알려주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는 순수한 목적으로 길을 안내해 준 것이었다. 선입견이란 것이 무섭다고, 괜한 사람을 오해했나 싶었다.

정반대로 처음엔 경계했다가 경계를 너무나 쉽게 푼 상대도 있었다. 로마에서 콜로세움 등 유적지의 멋진 야경을 보기 위해 밤거리를 나선 적이 있었다.

한참을 걷다 지쳐 잠시 벤치에 앉아 멍하니 경치를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처음엔 상대를 쳐다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대꾸했다.

그는 나에게 유적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겠다 했고 나는 당연히 무슨 꿍꿍이가 있겠다는 생각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말도 잘 통하고 생각도 잘 맞는 것 같아 경계가 풀리고 금세 친해지게 되었다.

그는 오늘 큰 축구경기가 있다며 친구와 같이 맥주 한 잔하며 경기를 보기로 했다며 가야겠다고 했다. 나중에 생각있으면 오라는 말과 함께.

나는 할 일도 없고 맥주도 한 잔 하고 싶어 바로 합류하기로 했다. 그는 자기 오토바이를 타고 갈 것을 제안했지만 일말의 경계심이 남은 나는 따로 걸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약속 장소에 도착해 구석구석 찾아보아도 그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찾지 못한 게 아니라 그는 그곳에 없었던 거라고. 내가 못 찾더라도 당연히 그가 나를 찾았어야 했다. 그는 나에게 무언가를 얻고자 접근을 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고 혹시나가 역시나로 변했다.

여행을 하면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 짓고 파악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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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의구심도 남는다. 그는 정말 나에게 무언가를 얻기 위해 접근했을까? 혹시 모를 일이다. 그 순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더 좋은 추억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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