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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충사 가는 오솔길 걸음이 자꾸 느려져요

[토요 동구 밖 생태·역사교실] (20) 밀양

김훤주 기자 pole@idomin.com 2014년 10월 21일 화요일

9월 27일 진해 해담·참살이 지역아동센터 친구들과 함께한 토요 동구밖 생태 체험은 밀양으로 떠났다. 밀양에서 알아주는 절간인 표충사를 누리고 밀양강 줄기인 단장천의 단장숲을 찾아 노닐었다. 가을을 맞은 들판에서는 나락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고 숲에서는 싸리나무·개망초 등이 꽃을 피우고 있었으며 여러 참나무들은 단내를 짙게 풍기고 있었다.

표충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장으로 활약한 사명대사 덕분에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처음 지어질 때 이야기는 오히려 크게 알려져 있지 않다. 표충사는 원래 이름이 영정사(靈井寺), 그러니까 신령스러운 우물이 있는 절이었다. 표충사가 머리에 이고 있는 재약산은 꼭대기에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습지 산들늪이 있다. 나중에 밀양강에 물을 보태는 단장천 물줄기가 시작되는 발원지 가운데 하나다. 그 물이 표충사로 흘러나와 약수를 이룬다. 신라 시대 한 왕자가 이 약수를 마시고 몹쓸 병을 고쳤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로 여길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물이 좋다는 얘기다. 자연생태 좋은 물이 사람 살아가는 문화에도 영향을 미쳐 이름난 멋진 절간이 들어서도록 했다.

버스를 타고 밀양 표충사를 향해 가는 도중에 이런 얘기를 들려주면서 표충사에 가거든 꼭 약수를 마셔보라고 일러준다. 아울러 대부분 많은 절들이 계곡을 배경으로 삼고 있으니 어쩌다 찾아갈 일이 있으면 꼭 거기서 나는 물을 맛보면 좋다는 얘기까지 덧붙인다.

표충사 사천왕문 계단을 올라가는 아이들.

표충사는 들어가는 진입로가 훌륭하다. 평지나 다름없을 정도여서 걷기에 편하고 지나치게 길지 않아 전혀 지루하지 않다. 곧게 난 아스팔트 도로 오른편 오솔길로 접어들면 어떤 데는 숲이 우거져서 컴컴한 느낌을 주기도 하다. 바닥에는 질경이가 깔려 있고 길섶에는 마삭줄이 뻗어나가고 있고, 나무 줄기에는 칡이나 망개 덩굴, 또는 담쟁이덩굴 비슷한 것들이 휘감겨 있다. 오솔길 이쪽저쪽에는 억새, 수크령, 강아지풀, 머위, 구절초, 쑥, 쑥부쟁이 같은 풀들도 널려 있다.

올라가는 길에 이런 나뭇가지와 풀줄기, 풀잎을 열 개 남짓 꺾었다. 그러고는 아이들이 둥그렇게 선 한가운데 죽 늘어놓고는 미리 준비해 간 이름표를 함께 깔아 이름이 무엇인지 알게 했다. 그런 다음 이름표를 싹 뒤집어 볼 수 없게 하고는 나눠준 종이에 자기가 이름을 아는 풀과 나무를 적게 했다. 열세 개 이름 가운데 가장 많이 맞힌 숫자가 아홉 개, 두 사람이었다. 상으로 장학금 1000원이 든 봉투를 나눠주고 걸어간다.

영정약수를 맛보는 아이들.

표충사 진입로는 가을이면 도토리가 많다. 졸참나무·갈참나무·굴참나무·상수리나무들이 줄줄이 늘어서 열매를 바닥에 떨어뜨려 준다. 적어도 한 아름, 많으면 두세 아름이 되는 아름드리 나무여서 떨어지는 도토리들이 꽤 많고 또 크다. 줍는 사람도 많지만 지나가고 나면 금세 또 떨어진다. 똑 떨어져 떼구르르 구르거나 모자를 뒤집어쓴 채 귀퉁이에 숨어 있는 도토리를 찾아 줍는 재미는 어른들도 쏠쏠하다. 아이들이야 따로 말할 필요조차 없다. 길을 걷는 여기저기서 탄성을 내지르며 열심히 줍는 바람에 발길이 느려졌다.

아이들은 들머리 수충루를 지나 너른 마당을 가로지른 뒤 천왕문으로 올라가는 계단 왼편에 있는 '영정약수'에서 샘물을 한 모금 머금는다. "우와, 시원해요!" "물맛도 참 좋아요!" 몇몇은 그 앞 조그만 동자승 앞에 쌓여 있는 동전을 신기한 듯 쳐다보다 다른 아이들 우르르 옮기는 발길을 따라 천왕문으로 올라간다.

사천왕 험상궂은 표정과 그 발 아래 놓인 여인상에 잠깐 동안 놀란 토끼눈을 하더니 몇몇 아이가 대광전 법당으로 들어갔다. 행여라도 소리내어 시끄럽게 하면 어쩌나 싶어 따라가 지켜봤지만 절간 분위기에 어울리게 불상과 마주 앉아 조용히 쳐다볼 따름이었다. 자기네끼리 의사 전달을 할 때도 말하는 대신 눈짓 손짓을 쓴다.

앞뒤로 절간과 골짜기를 끼고 툭 트여 있는 누각 우화루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하다. 대광전과 마주보고 있는 그 누각에 우리도 녹아들어 오면서 주운 도토리들을 내놓고 품평을 시작했다. 아이들마다 가장 크고 잘 생긴 녀석을 하나씩 골라내게 한 다음 아이들로 하여금 누구것이 가장 멋진지 스스로 고르게 했다. 으뜸으로 뽑힌 도토리 한 알은 맨들맨들 윤이 나고 작은 밤톨만했다.

대광전 법당에도 들어가보고.

이렇게 노니는 통에 30분가량 늦어졌다. 표충사 국민관광지 주차장에 있는 밥집 안동민속촌에서 점심을 뚝딱 해치운 다음 옮겨간 데는 단장숲. 옛날부터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면서 조성해 온 마을숲이 있는 단장천 개울가다. 여름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끓지만 가을 접어드는 9월 끝무렵에는 그렇게 번잡하지는 않다.

단장숲을 지나 골짜기가 있는 안쪽으로 들어가면 용회마을이 나온다. 부산 기장 고리 원자력발전소에서 수도권 또는 대구·경북권으로 전기를 나르겠다며 세우는 한국전력의 76만5000볼트짜리 고압 송전철탑이 가로지르는 마을이다. "송전철탑 때문에 마을이 살 수 없게 됐고 집도 땅도 논도 밭도 값이 없어지고 살 사람조차 없어져서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나가는 말투로 했더니 몇몇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불쌍해요", "송전탑이 없으면 좋겠어요", "전기를 아껴야 해요", 한 마디씩 거든다. 아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아이들도 나름 듣고 보고 해서 할 것은 알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물가로 향했다. 가을이라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따가웠다. 아이들은 냇물을 가로지른 콘크리트보 위를 빠르게 달려갔다. 일부는 둔치에 무성하게 우거져 있는 풀섶으로 몸을 숨겼다. 콘크리트보에서 아래로 내려간 아이들은 얇게 흐르는 냇물에 발과 다리를 내맡겼고 위로 올라선 아이들은 풍성하게 고여 있는 물 위로 돌멩이를 날려 물수제비를 뜨기 바빴다. 나머지 아이들은 느티나무 왕버들나무 같은 둥치 굵은 나무 아래 평상에서 그늘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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