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경상남도 영화계의 현주소

경남에선 왜 독립예술영화를 볼 수 없을까. 지난달 28일 도내 유일했던 독립예술영화전용관 1곳이 폐관했다. 거제아트시네마는 상설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으로 연간 5000만 원 정도의 운영비를 지원받아 유지되던 거제아트시네마였다. 영진위 지원 사업이 종료되자 문을 닫았다. 경남도와 거제시 예산은 전혀 지원된 바 없다.

경남도의 독립예술영화 상영 지원정책은 전무하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해 기준 700만 원의 예산으로 독립예술영화 4편을 하루씩 총 4일간 상영하는 것이 전부다.

방법은 없을까. 경기도 등 다른 지역의 사례를 보면 결국 경남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의 의지와 마인드가 중요하다. 경기도는 '다양성영화전용관(G시네마) 사업'을 통해 언제든지 독립예술영화를 볼 수 있도록 전체 2억 5000만 원 규모의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

◇관련 예산 700만 원 뿐 = 경남도가 추진하는 문화예술정책 수행 기관이라 할 수 있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내 영화 관련 예산은 '영상물 제작 지원사업'(전체 1억 5000만 원) 정도다. 그 가운데 독립예술영화 상영과 관련한 예산은 '다양성 영화 상영 지원' 사업으로 가장 적은 규모인 700만 원이다.

대다수는 상업영화 로케이션 지원으로 쓰인다. 총 7300만 원이다. 최근 개봉한 <해무>와 같이 지역에서 촬영하는 경우로 홍보 효과를 위해 예산을 투여한다. 구체 항목은 로케이션 및 촬영 유치 지원(1800만 원)과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5500만 원) 등이다.

상영은 아니지만 독립예술영화 제작은 지원한다. 올해 기준 6000만 원 규모로 장편 1편과 단편 4개 작품이 대상이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콘텐츠영상사업부 관계자는 "독립예술영화 상영 지원 예산은 올해 처음 책정됐다. 규모가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남도 문화관광체육국 문화예술과 담당자는 "도 예산 규모로 독립예술영화 상영 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진흥원에서 내년부터 독립영화제를 기획하는 것 같던데 이를 계기로 예산 영역을 확대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도 예산 지원은 없지만 독립예술영화를 지속적으로 상영하는 곳이 두 곳 있다. 전용관은 아니지만 비상설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진주시민미디어센터와 김해문화의전당 영상미디어센터가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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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민간단체인 진주시민디어센터는 지난 2008년부터 매월 2편씩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해왔다. 김해문화의전당 산하에 있는 영상미디어센터는 지난 7월부터 시청각실을 활용해 독립예술영화를 매월 1편씩 상영하고 있다.

두 단체의 주된 사업은 독립예술영화 상영이 아니다. 시민들에게 미디어 영상 제작 지원과 교육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존 공간을 활용해 독립예술영화를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김해문화의전당 영상미디어센터 관계자는 "김해시민이 계속 늘고 있고 문화소비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독립예술영화를 보려는 시민들의 최소한 욕구라도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 7월부터 매월 1편 수준이지만 상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다양성영화관 13곳 운영 = 경기도의 독립예술영화 정책은 경남과 크게 비교된다. 지난해 4월 시작한 '다양성영화관 G시네마' 사업이 그것이다.

올해 기준으로 총 13개 다양성영화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경기콘텐츠진흥원 영상위원회가 사업을 관장하고 있다. 예산 규모는 2억 5000만 원 정도다.

메가박스와 업무협약을 통해 1일 2회 상영 기준으로 연중무휴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한다. 각 작품당 최소 2주 동안 상영할 수 있도록 대관료 등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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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콘텐츠진흥원은 학계, 영화 전문가 등 6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다양성영화관 상영작 모집' 공고를 내고 운영위원회 심사 결과에 따라 G시네마에 영화를 건다.

경기도가 상영하는 다양성 영화는 "수익 확대가 목적인 상업영화와 달리 제작·배급·상영 규모면에서 작은 영화, 예술성, 작품성, 비관습적인 서사, 미학적 가치 등 다양성의 가치를 지닌 작품"이 대상이다.

경기콘텐츠진흥원 영상산업팀 관계자는 "도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문화체육관광국 문화산업과 콘텐츠기반 부서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상업적인 테두리 안에서 국내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지만 영화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은 독립예술영화이다. 독립예술영화 육성에 기업은 나서려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지자체 지원이 수반돼야 지역민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나마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미술관 등 기존 공간 활용 필요 = 경기도의 사례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새로 영화관을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경기도만 보더라도 문화재단이나 영상미디어센터, 박물관, 미술관, 시청에 있는 기존 공간 등을 활용해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한다.

조정주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사무국장은 "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작은영화관에 프로그램만 잘 짜면 독립예술영화도 상영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경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 분야 역점사업 중 하나가 작은영화관 건립이다. 영화관이 없는 군 단위에 예산을 투여해 영화관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고 있다. 10개 시·군에 각 1개씩 작은영화관을 지을 예정인데, 예산 규모는 약 110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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