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없어 기법 독학…지망생 위한 교본 펴내, 현재 '경남100경'작업 중

지난 6월 올해 스물네 번째를 맞은 동서미술상 수상자로 수채화가 신종식(42) 씨가 선정됐다.

그는 빛을 잘 활용하는 화가로 지역뿐 아니라 전국 화단에서 이름나 있다.

최근에는 '경남 100경'을 주제로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절경을 그린다. 현재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경남스틸㈜ 송원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동서미술상 수상기념전(30일까지)에서 그 절경 작품을 볼 수 있다.

지난 9일 오후 2시 창원시 성산구 남양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신종식 작가를 만났다.

-늦었지만 동서미술상 수상 축하합니다.

"책임감이 큽니다. 상의 가치만큼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드네요. 고 송인식 동서화랑 관장님과 동서미술상을 후원하는 최충경 경남스틸 회장님, 경남메세나협의회, 동서미술상 운영위원님들 모두 고맙습니다."

-송원갤러리에 전시된 경남 20경이 인상 깊었습니다. 경남 100경은 어떤 작업인가요?

"비행기를 타본 사람은 한 번쯤 느꼈을 거예요. 하늘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마냥 신기하죠. 일상으로 돌아가면 곧 잊지만요. 하늘에서 바라보던 풍경을 그려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헬리캠이라는 장비를 구입하고 곳곳에서 촬영한 도내 모습을 수채화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2년 후 100경이 완성될 것 같아요. 남해 금산에서 바라본 상주해수욕장, 하늘에서 본 창원 구산면 저도 연륙교, 지리산에 숨어 있는 실비단 이끼계곡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창원 성산구 남양동 작업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신종식 작가. /김구연 기자

-유화보다 수채화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물이라는 재료가 저에게 딱 맞아요. 물은 다른 재료보다 원하지 않는 우연한 효과가 수시로 나타나죠. 유화는 기름을 섞고 수채화는 물을 섞는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수채화는 물의 농도와 주변 습도에 따라 번지는 형상과 건조 시간이 달라요. 작가는 순간적인 부분을 잡아내야 하고요. 어렵지만 매력적이죠."

-실업고를 졸업하고 미대를 졸업했다고 들었습니다.

"가정형편 탓에 일찍 돈을 벌려고 진주대동기계공업고등학교(현 경남자동차고등학교)에 입학했어요. 그곳에서 미술 동아리 활동을 했고 덕분에 창원대 미술학과를 입학했지요. 단순한 동아리가 아니었어요. 은사이신 김종부 선생님은 사비를 털어 학교 근처 작업실을 만들고 학생을 가르쳤어요. 미대 진학을 위해 전문적으로 가르쳤죠. 저는 대학생 때 서양화를 전공하면서도 수채화를 고집했어요. 하지만 당시 수채화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전문 교수가 없어 늘 혼자 고민했죠. 화랑과 갤러리를 이리저리 찾아다니며 배웠어요. 혼자 공부하며 다양한 기법을 터득했습니다. 매일 일일이 기록했고요. 서울에서 열린 수채화 전시도 자주 보러 다녔습니다."

-자신만의 비법을 담은 수채화 교본을 내셨죠?

"수채화를 그리고 싶지만 막막해하는 분들을 위해 교본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어려움을 겪어봤잖아요. 그래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책을 낸 이후 이름이 알려지면서 황당한 일도 겪었어요. 홍익대학교에 서양화를 가르치는 신종식 교수가 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www.soocolor.com )에 들어온 분들이 제 그림을 홍익대 신 교수 작품인 줄 알고 인터넷에 퍼갔습니다.이 일을 어쩌면 좋나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40대 초반의 나이, 도내 미술계에서 허리 역할을 해야 하지요?

"청년작가, 중견작가, 원로작가를 구분하고 싶지 않아요. 선배와 후배 모두로부터 배움을 주고받죠. 선배들이 경남 미술계를 잘 이끌어 왔듯이 저도 팔다리가 되어 열심히 뛰겠습니다. 경남은 어느 지역보다 다양하고 미술 애호가가 많아요. 각자의 길을 가는 모든 작가를 존경합니다."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1주일에 나흘은 작업실에서 수채화를 배우러 오는 분들을 가르치고 금요일마다 경남대에 강의를 나갑니다. 나머지 시간은 붓과 종이하고 놉니다. 경남 100경을 그리지요. 여기에다 ㈜한국야나세라는 조선소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우영준 한국야나세 회장과 전시회 때 만난 인연이 잘 이어지고 있어요. 회사 풍경 의뢰를 받아 작업 중이지요. 지역 작가를 찾아주는 기업인, 저로서는 참 감사한 일입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작업하고 싶어요. 수채화 저변 확대도 꿈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