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정하는 법률이 지난해 제정됐지만, 법률에 따라 부마항쟁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의 명예회복을 돕는 심의위원회는 지난 13일에야 늑장 출범했다. 심의위원 인선이 마냥 늦춰졌기 때문인데 이유가 있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심의위원들이 죄다 친박·친정부 인사 일색으로 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시간을 끌다 여론이 식어가는 틈을 타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거나 정권 주변을 기웃거리는 인사들로 조직을 꾸리다 보니 늦어진 것이다. 이들 중에는 부마항쟁이 무너뜨린 박정희 정권을 찬양한 인사까지 끼어 있으니 민망함을 넘어 할 말을 잃게 하는 지경이 됐다.

애초에 정부가 항쟁의 진상규명과 관련 입법에 노력을 기울여 온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와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 등이 추천한 인사들을 심의위원으로 발탁했다면 잡음이 없을 일이었다. 이 두 단체가 추천한 인사는 아예 배제되었으며 대신 다른 부마항쟁 관련 단체들이 추천한 인사 2명이 인선되었다. 그러나 이들을 추천한 ㈔부마민주항쟁부산동지회와 ㈔부마민주항쟁마산동지회는 불과 2년 전에 발족한 단체로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등과 나란히 견주기는 어렵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우무석 회장은 실무위원회만큼은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가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할 안건을 미리 검토하는 실무위원회는 총 3개로 구성되며 항쟁 관련 단체가 추천하는 사람 3명이 포함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우 회장의 바람과 달리 심의위원회 인선이 엉망이 된 지경에서 실무위원회가 제대로 꾸려진들 조직이 과연 정상적으로 운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자칫 부마항쟁 관련 단체들이 자리를 나눠 갖는 데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물론 우 회장의 처지에서는 심의위원회를 반대할 경우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배제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경계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검증된 단체가 추천한 인사는 제쳐 두고 검증이 더 필요한 단체가 추천한 인사들을 발탁한 정부의 불공정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이다. 정부가 부마항쟁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를 보살필 생각이 있다면 관련 단체끼리 다툼의 소지를 만들 게 아니라 부마항쟁 심의위원회의 구성을 제대로 다시 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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