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면서 공권력을 동원하는가 하면 안으로는 민원대책비라는 이름 아래 당근책으로 주민을 회유한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한 마을 주민대표들이 그들의 계좌로 수천만 원의 돈을 받아 같은 마을 주민에게 나누어주려 했으나 또다른 주민 반대에 부딪혀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여기서 주민대표라 함은 송전탑 공사에 협조적인 그룹이고 또다른 주민이라 함은 끝까지 일관되게 반대운동을 펴온 주민을 지칭한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그로써 추측건대 그 같은 경향이 어느 특정 마을에 국한해 벌어지지는 않았을 터인즉 한전 측이 거부감이 높은 경과지 마을을 대상으로 중점적으로 돈을 살포했을 개연성이 상당할 것임을 상기시킨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하면 한전이 주민을 상대로 이분법의 전략을 구사했음이다. 주민집단을 두 개 성향으로 나누어 서로 대립하게 하는 것이다. 송전탑이 들어선 밀양의 자연부락들은 어떤 곳인가. 조상 대대로 터를 일구어 사는 토착민들이 다수인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어느 집 할 것 없이 숟가락 숫자까지 꿰고 있는 정다운 이웃들이 송전탑 이해관계에 얽혀 척을 지게 된 것이다. 일러서 마을공동체의 붕괴다. 한전으로부터 흘러들어온 돈이 그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해졌으니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런 불분명한 자금의 전체 규모가 얼마나 되며 출처와 용처는 무엇인지 진상이 밝혀져야 마땅하다.

국감장에서도 지적됐지만, 공공기관이 공식보상비 외에 마을단위별로 비공식 지원금을 뿌려 주민동의를 획책하는 것은 주민을 편 갈라 분쟁을 유도함으로써 마을공동체야 어떻게 되건 말건 전기만 관통하면 그만이라는 기관이기주의의 발로일 뿐이다. 공정성과 도덕성을 추구해야 할 국가 기관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또 선로 획정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주민 의견을 구하는 절차를 무시한 것 역시 분란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국적으로 송전탑을 둘러싼 민-관 및 민-민간 갈등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밀양과 같은 식이라면 전도를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일방 추진을 중지하고 주민의견을 묻는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며 집행되는 예산은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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